
교통사고를 낸 후 마치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119에 신고하고 경찰에게 목격자 신분으로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제공했다면 이는 뺑소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반(도주차량)의 혐의로 기소된 영농법인 대표 신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신씨는 지난 2011년 7월 원주시에 있는 국도에서 냉동탑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후진하던 중 뒤에 있던 80대 여성 김 모씨를 치어 사망케 했다. 사고를 낸 즉시 119에 신고한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을 이 사고의 목격자라고 진술하며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알려준 뒤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사고 11시간 후 경찰 조사 결과 신씨가 범인이라는 것이 발각되자 신씨는 그제야 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건을 선고한 춘천지법 항소재판부는 “신씨는 사고 및 피해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고차량이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게해 수사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신씨가 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신씨의 연락처와 인적사항이 수사기관에 제공된 이상 신씨가 사고 운전자라는 사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밝혀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고 현장이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며 사고 발생 경위를 다르게 진술했다는 것만으로는 신씨에게 도주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사고 직후 직접 119에 신고 전화를 해 이는 곧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로 볼 수 있다”며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범행을 자백하는 등 신씨가 당시 목격자 행세를 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