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두고 반발 거세진다
‘의료민영화’ 두고 반발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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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규제완화” 발언에 재차 불붙는 여론

지난달 13일 정부가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자,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반발하고 나서는 등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 발언을 내놓자 정치권까지 나서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정부는 급한 불을 끄듯 연이어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불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朴 “규제완화” - 야권 “민영화 선전포고”
정부 ‘급한 불끄기’ 해명하지만 “부족해”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 업종별로 관련부처 합동 TF를 만들어 이미 발표한 규제완화 정부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인허가부터 실제 투자실행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일과 7일 연이어 보건의료를 포함한 서비스 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진행할 뜻을 내비치자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또 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도 “모든 규제를 풀어 서비스업을 성장시켜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실천을 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의료와 관계된 여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지난달 13일 △영리 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 △영리법인약국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던 것과 맞물려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의료계-정치권-시민사회 “반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야 말로 선전포고”라는 의견을 보이며 연이은 비판을 쏟아냈다.

▲ 의사협회는 11일, 12일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강경한 반발 의사를 내비쳤다 ⓒ뉴시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7일 ‘원내대책-국토위, 환노위 연석회의’에서 “이는 결국 의료와 교육 등 공공영역에 대한 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원내부대표 역시 9일 통진당 중앙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민영화를 선포했다”며 “특히 보건의료분야에서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병원 인수합병 허용, 영리법인 약국 허용 등 전면적인 의료민영화 조치를 밀어붙이겠다고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뜨겁게 반응한 것은 정치권 뿐만이 아니었다. 시민사회 역시 거세게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민영화를 선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들의 영리자회사는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라며 “의료기관 임대업, 의료기기 임대·판매업, 의료용품 판매업으로 환자 진료와 직결되는 내용까지로 확대하고, 건강식품, 화장품, 헬스클럽에 온천장까지 병원이 영리회사를 갖도록 하는 것은 병원을 영리주식회사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료기관 임대업으로 하는 병원의 자회사는 당장 환자 병실료도 올리고, 고가 의료장비 이용료, 의료용품 등의 가격을 올려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라고 우려했다.

또 “박근혜정부의 보건의료 규제완화 정책의 목적은 재벌과 기업주들에게는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지만 의료비는 폭등될 반서민적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박 대통령은 직접 자신의 입으로 국민 모두가 끔찍스러워 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앞서 의료계는 굳이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제4차 투자 활성화 추진 과제’ 자체가 민영화의 수순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의사협회는 “영리병원 반대”를 외치며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총파업 출정식에 나섰다. 이들은 이후 집단 휴진 등 강도 높은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9일부터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100만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또 이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민영화를 위한 수순으로 판단,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체제’로 전환하고 15일과 16일에는 전국 지부장 및 전임간부가 참석하는 연석회의에서 투쟁본부 발대식을 갖기로 했다. 이후 총력투쟁을 진행하게 된다.

정부, 급한 불 끄기

불길이 거세지자 정부는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의료 민영화는 주식회사처럼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와서 지배구조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가는 부대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으로 의료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회사 설립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또 정부는 9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정부 계획이 의료 민영화라고 곡해되고 있다”며 “의료 민영화는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환자를 받을지 말지를 맡기는 것”라고 밝혔다.

▲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정부의 해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이어 “(민영화는)특정 민간 보험에 가입한 환자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가 본인 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의료 민영화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상 시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국내 의료기관과 국민이 모두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고, 이를 건강보험이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 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이 94%를 차지하지만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을 국가가 관리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즉 △건보 의무가입제 △건보 당연지정제가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유지되고, 때문에 민영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해명조차도 부족하다고 입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9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성을 떠받치는 기둥은 셋이다. 건보 의무가입제, 건보 당연지정제, 그리고 의료법인의 비영리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장한 공공성 유지의 두 가지 요소에 더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 실장은 “의료법인 수익은 의료법인 내에만 재투자가 가능한 현행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 공공성은 이 세 축 중 하나만 무너져도 위태롭다. 공공의료 공급이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 민간 의료법인이 수익 추구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시장화의 충격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역시 9일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지금 현재 의료법인이라고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라든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아서 형성된 것”이라며 “여기에 영리회사가 자회사로써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어려가지 상속세를 통해서 형성된 재산이 빠져나갈 길이 공식화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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