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정당공천 폐지’ 논란, 결국…
‘기초 정당공천 폐지’ 논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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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기초의회 폐지’ 주장으로 찬반양론 격화

전문 : 6·4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새누리당이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내놓아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개선안 내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초의회를 폐지해 광역의회로 단일화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야당을 중심으로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여당 내부에서 최근 이 같은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올해 6·4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이 작년 하반기부터 광역 단체장의 연임 횟수를 줄이고 특별시·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행정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의회 폐지안’이라는 강속구 던진 새누리당
특히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에서 더욱 나아가 아예 기초의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야 간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논란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의 불합리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목표로 ▲특별시·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현행 3연임으로 되어 있는 광역단체장 임기를 2연임으로 축소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후보등록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쇄신안 내용은 지난 1월 5일 대외적으로 공표되어 논란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방자체제의 전면적인 개선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현재 지방의회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는 바람에 예산이 상당히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구의회(기초의회)가 시의회(광역의회)로 통폐합 되더라도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그리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추진 배경을 강조했다.

아울러 홍 사무총장은 “현재 기초의회 폐지 문제는 당론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기초의회를 폐지하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만 각각 100여명의 지방의원이 줄어든다. 이를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엄청난 숫자”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아도 기초의회 폐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불이익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역시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의회 폐지 등의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새누리당이 개선안 추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냈다.

황 대표는 “그동안 당내에서는 정치개혁특위와 당헌·당규개정특위를 통해 지방자치와 교육 자치에 대한 개혁 논의가 있었다”며 “당이 소정의 절차를 밟아 적어도 1월 안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황우여 대표는 “6월 지방선거를 위한 예비후보등록이 2월 초에 실시되는데 되도록 국회 논의도 그 이전에 완료해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며 “여야가 당리당략을 초월해 개혁안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도 조속히 지방자치발전특위를 설치해 1월내로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야당 “꼼수냐 물타기냐” 강력 반발
이렇게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제도 개선안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에 대한 물타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지방자치제의 근본적인 틀을 흔들려는 시도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한편 새누리당이 왜 기초의회 폐지까지 추진하고 있는 지 그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5일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이 지방자치제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이 대단히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각당 후보 모두가 공약한 정당공천제 폐지부터 먼저 합의해야지 이렇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제안부터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 또한 국회 브리핑에서 “엄연히 대선 공약인 기초공천폐지 논의에서 슬그머니 방향을 바꿔 지방자치제도 개선 논의에 혼선을 야기하려는 사전정지작업 의도”라며 “새누리당은 정치적 꼼수를 통해 기존 논의를 뒤엎겠다는 것이 확실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아울러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폐기하려는 물타기 전략에 불과하다”며 “기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추진위원회 또한 기초의회 공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1월 7일 새정추 송호창 새정치위원회 소통위원장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정당 공천 폐지를 적극 강조했다.

또한 송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물론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으며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당론으로 확정하는 절차까지 밟았다”며 공천 폐지 공약 실천을 당부했다.

송 위원장은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가 발표한 개선안을 보면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 및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높아져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기초의회 폐지를 둘러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논란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1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 개선안에 대해 현재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하며 기존 주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여당 내부에서 최근 이 같은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당장 현실화 되기 힘들어” 중론
홍문종 사무총장은 “현재 당은 지방자치 개선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며 “그럼에도 마치 새누리당이 특정한 상황에 대해 결정해놓은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 사안은 의원총회는 물론 최고위원회의를 거쳐야 당론으로 정식 채택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당론은 국회 안에서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야당과 협상해야 확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므로 현재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안은 없다”고 적극 강조했다.

아울러 홍 사무총장은 “구의원과 시의원 통합 문제의 경우 특별시나 일반시·도의 상황이 제각기 천차만별이며 도와 시에 속한 의원들 사이의 이견 또한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자세한 안이 나올 때 까지는 기다려 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논란을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홍문종 사무총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홍 사무총장이 이번에 여러모로 다소 가벼운 언행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홍 사무총장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의도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와중에서 야당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까지 숙고 없이 공개한 것은 전체적·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은 지난 1월 8일 여당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지방자치 개선방안 움직임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개선안이 당내에서도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재오 의원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해 “이는 엄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돈이 드는 공약은 안 해도 국민들이 이해를 하지만 돈이 안 드는 공약까지 안 한다고 하면 정당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할 경우 국민이 불신하는 것은 공천비리 때문”이라며 “그럴 경우 광역-기초의원을 합하고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완전히 여론조사로 한다든지 또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다든지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지방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야 안팎에서 전개 중인 논란에 대해 정가에서는 “물론 현재 지방자치제 개선안이 ‘뜨거운 감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올해 6월 지방선거부터 당장 실행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특히 기초의회 폐지가 올해부터 현실화될 경우 전국적으로 엄청난 혼란과 위헌 시비까지 일어난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이렇게 장기간 논의해야 할 이슈인데도 무엇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때문에 지금 당장 실행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이번에 논란으로 불거진 지방자치체 개선안은 최근 또 다른 쟁점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는 개헌론과 맞물려 향후 파급효과가 클 수 있는 잠재성이 상당하다”며 “작년에는 이른바 ‘NLL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면 올해는 이 같은 정치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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