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은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부터 2대째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는 장형진 ㈜영풍 회장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씨일가는 최기호 회장의 세 아들(창걸-창영-창근)이 순차적으로 고려아연 회장직을 맡는 ‘형제경영’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2세는 고려아연 지분을 매도하고 3세는 매입해 ‘3세경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무성하다.
최윤범, 최씨일가 중 고려아연 지분 1위
현 최창근 회장도 2012년 후 0.9% 유지
최창영, 지분매도 후 알란텀 증자 참여?
고려아연 최창영 명예회장이 또다시 고려아연 지분을 내다팔았다. 반면 최창영 명예회장의 형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장남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은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최씨일가의 정반대 행보에 ‘3세시대’의 막이 본격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떠오르는 최윤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창영 명예회장은 7~14일 다섯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5000주를 매도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평균 처분단가는 31만5286원으로 총 15억7643만원 규모다. 이번 거래를 통해 최창영 명예회장 지분율은 0.81%에서 0.78%로 줄어들었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고려아연 지분감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창영 명예회장은 2001년 자식들에게 3만2000주를 나눠준 뒤 계속 지분을 늘려오다(1.17%→1.00%→1.15%) 2010년 1만5000주를 시작으로 매년 고려아연 주식을 팔았다. 지난해는 지분매도가 10회나 일어났을 정도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이 기간 0.16% 감소했다.
반면 고 최기호 회장의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최창영 명예회장의 조카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은 고려아연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윤범 부사장의 지분은 2009년 1.70%에서 지난해 말 1.80%로 확대됐다. 특히 지분매입이 재개된 지난해에는 11회에 걸쳐 3705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부사장은 최씨일가 중 고려아연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게 됐다. 현 회장인 최창근 회장도 2012년 1212주 매입을 끝으로 지분이 0.9%에 머물러있다. 최창영 명예회장 아들 내현씨(0.91%), 최창근 회장의 아들인 민석씨(0.28%) 등 3세들과도 차이가 컸다.
최윤범 부사장은 지분확대와 함께 초고속 승진을 통해 최씨일가 3세들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온 인물이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7년 고려아연 이사로 입사한 뒤 2009년 기획담당 상무와 2011년 전무이사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최윤범 부사장의 일련의 행보는 후계문제와 결부돼 해석될 수밖에 없다.
최창영, 공들이는 곳은?
한편 최창영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지분을 줄이는 대신 영풍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알란텀의 지분을 늘렸다. 알란텀은 자동차 매연저감장치 개발업체로 최창영 명예회장과 아들 최내현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최창영 명예회장 29.09%, 최내현씨 26.73%다.
두 사람의 합산지분은 설립년도인 2008년 1%에도 못 미쳤었다. 하지만 알란텀이 재무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마다 두 사람이 적극 참여하면서 지분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최창영 명예회장이 고려아연 지분을 현금화한 뒤 상당액을 알란텀 지분확대에 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0년 12월 유상증자(200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월(300억원 규모)까지 최창영 명예회장 부자가 알란텀에 투입한 돈은 약 740억원에 달한다. 자금대여도 이뤄졌다. 두 사람은 100억원(연이율 6.9%)씩 총 200억원을 알란텀에 빌려줬다. 그럼에도 알란텀은 설립이후 적자를 거듭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알란텀은 매출 20억원, 순손실 172억원이었다.
최창영 명예회장은 지난해 7월 엑스메텍에도 10억원(연이율 6.9%)을 빌려줬다. 엑스메텍은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로 최창영 명예회장이 공동대표로 경영을 이끌고 최내현씨가 올초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56%를 보유 중이며 2009년 설립됐다.
2010~2011년에는 계열사 일감지원에 힘입어 흑자(순이익 16억원→31억원)를 냈으나 장형진 회장 일가가 보유지분 전량을 매도한 이후인 2012년부터 실적이 추락했다. 2012년 엑스메텍은 매출 67억원(2011년 355억원), 순손실 3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일감규모가 94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급감하면서다. 지난해 9월말 실적도 매출 13억원, 순손실 17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