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신입생 선발 자율비중 높아져
대학별 자율권이 확산됨에 따라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교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은 낮아지는 반면, 논술 시험 등의 대학별 자율 비중은 높아져 상위권 대학들은 논술시험이 지원자들의 당락을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는 우리의 학부모들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실정은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대학별 입시 요강과 전형 방법들에 대해 나몰라하고 있다가는 그동안 준비해온 수많은 시간들이 한 순간에 도루묵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대학입시에서도 알면 길이 보이는 것이다.
◆과외 붐에 뚫리는 주머니
그러나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알고, 몇 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기를 쓰고 학원과 과외를 찾아다닌다. 그들에게는 수학능력시험은 끝이 났지만, 대학입학을 위한 준비는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학교별 전형일은 얼마 남지 않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많은 현실. 결국 고액의 과외가 시기를 틈타 기승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최근 상위권 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학대학별 맞춤형 논술과외 붐이 일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논술출제경향까지 발표하면서 지원대학과 연관된 강사의 경우 족집게 강의료가 회당 100만 원에 이르고 있는 등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교의 자존심을 걸고 있기도 하며,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자체 취지도 있어 논술의 경향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맞춤형의 논술과외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가 논술과외의 성행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고, 논술과외의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수밖에 없는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썰렁한 학원, 불나는 과외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과외로 몰리면서 학원가는 그야말로 썰렁하다. 대부분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유명강사를 소개받아 과외를 받고 싶어 한다. 학원은 자연스럽게 원생이 줄어들고, 유명강사들은 개별 과외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꾸준히 상위권 대학의 진학을 위해 준비해온 이 모양(18. 경기)은 중학교 시절부터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단 한번도 옮겨 본 적 없는 학원을 그만두고 논술과외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원 선생님들도 잘 가르쳐주시고, 좋은 분들이라는 거 알아요. 그런데, 제게 주어진 마지막 한두 달 정도만큼은 어떻게 해서든지 최선의 방법은 써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는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편이었기 때문에 집에 조금 무리가 되기는 해도, 망설이지 않고 과외를 시켜주셨어요”라고 말하며 과외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솔직한 정황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양 뿐 아니라 재수를 한 김 모군(20. 서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이잖아요. 내년부터는 대학입시가 또 달라진다고 하는데, 마지막이잖아요. 어떻게든 올해는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아서요.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인 것 같아요. 한두 달 몇 백만 원 투자해서 과연 원하는 대학에 붙을 수 있을지 없을지. 너무 재밌는 게임인 것 같지 않나요?” 조금은 우리의 교육제도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듯한 말투를 쓰는 김군은 전형적인 교육 현실로 인한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외가 성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밖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기는 하다. 너도나도 학원에서 나와 과외로 몰리고 있어 학원들 또한 마련했던 강좌를 폐쇄하는가 하면, 아예 논술 강좌 개설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외 경쟁?
“절대 풍족한 살림은 아니에요. 남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 외출할 때 입고나갈 변변한 옷가지 하나 없는 것이 우리 집의 현실이랍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하려고 하고, 해보려고 하는 아들 녀석 앞길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교육 환경이 비교적 좋은 중계동의 S아파트에 거주하는 신 모씨(42. 여)는 이번에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자신의 아들을 과외 학습시키면서 살림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것을 살며시 내비친다.
학교별 논술시험을 앞두고 불고 있는 고액과외의 바람은 강남이나, 강북이나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대단하다. 강남은 강남대로 뿌리고 있고, 강북은 강북대로 강남의 학생들과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의의 경쟁에 의해서 대학을 입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기와 투쟁과 자본력에 의해서 입학하게 되는 상황도 초례하게 될지 모른다. 이미 그러한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발표하는 것만이 대사는 아니다. 수정도 수정 나름이고, 대안도 대안 나름이다. 적응할만하면 바꿔버리는 교육제도. 바뀐 교육제도에 답답하기만 한 학부모들은 결국 전문가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비싼 대가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고질적인 아픔이 있다면, 바로 교육과 부동산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고쳐도 문제, 안 고쳐도 문제인 사회적 문제들. 새해에는 뭔가 달라져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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