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리의 삼색 원통 속에서는 어떤 일이?
늦은 밤 술 한 잔 마시고, 유흥의 거리를 걸어가다가 보면 이해하기 힘든 광경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신경을 쓰지 않고 다녀서 그렇지, 조금만 생각해보고 밤거리를 둘러보면 ‘정말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도대체 어떤 사설인가 하니, 그것은 바로 늦은 밤에도, 새벽에도 거리 곳곳에서 돌아가고 있는 빨강과 파랑과 흰색의 원통.
신경을 쓰지 않고 거리를 다닐 때는 그냥 말 그대로 ‘이발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원통은 밝은 곳에서 돌아가고 있는 이발소의 원통과는 또 다르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깎지 않는 이발소
새벽녘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이발소의 경우 열이면 열 모두 퇴폐영업을 하는 업소가 확실하다. 이발소를 의미하는 삼색의 원통에는 보조적인 문구로 ‘스포츠 마사지’, ‘발 관리’, ‘피부 관리’, ‘여대생’ 등 이발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표현들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흔히 ‘대딸방’이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대딸방’이라는 신조어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유래를 찾아보기는 힘드나, 추측해 본다면 ‘대’라는 말은 ‘대신하다’라는 의미의 한자어로 보이고, ‘딸’이라는 말은 수음을 뜻하는 비속어적인 표현으로 쓰인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다시 말해, 직접적인 성매매는 하지 않지만 남성들의 욕구를 대신해서 해소시켜준다는 의미로 ‘대신 수음을 해 주는 곳’ 쯤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여대생이 해주는 마사지와 발 관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한 야간에 더욱 불을 밝히고 있는 이발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대딸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충분히 정상적인 곳은 아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해 주는 단서가 되어준다.
◆여대생이 이발소에는 왜?
의식을 하고 보니, 없는 곳이 없다. 어디를 가든지 유흥의 거리에는 경쟁을 하듯이 몇 미터 간격으로 쉼 없이 삼색의 원통들이 돌아가고 있다. 그들끼리 불고 있는 경쟁의 바람은 전직 윤락여성뿐 아니라, 여대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미모의 미대생”, “쭉쭉빵빵 여대생 항시 대기”. 물론, 그런 광고들이 모두 믿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대생 같은 이미지의 젊은 아가씨들이 있다는 의미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대생’이라는 광고가 번지기까지는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강남역 주변의 한 업소에 나가고 있다는 여성 A씨(21)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는 학생 맞아요. 지금은 휴학 중인데, 원하는 만큼의 용돈을 벌기에는 마땅한 아르바이트가 없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지요. ‘대딸방’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비슷한 이유들로 나오고 있어요. 카드빚 때문에도 오고, 심지어는 남자친구 선물 사주기 위해서 잠깐 일하는 애들도 있고…”
A씨의 말을 듣고 그렇다면 그녀들 모두가 진짜 대학생인지, 또 이왕 돈을 벌겠다면 좀 더 편한 곳(성매매를 의미)으로 가지 왜 이런 곳에 발을 들였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성매매 업소의 경우보다 ‘대딸방’ 업소의 여성들은 안마,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겸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 스스로는 “3D 직종 중 하나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한다.
“모두다 대학생은 아니에요. 그런 거 있잖아요. 대학생 필이 나는 애들. 아예 섹시하게 생겼거나, 좀 ‘안 그렇게 생겼는데 이런데 와 있네’하는 생각이 들 만한 애들. 말이 그렇다는 거죠. 대학생이라는 이미지가 좀 젊기도 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잖아요. 그 이미지로 가는 거죠. 그리고 성매매요? 그런 업소는 좀 무섭잖아요. 무섭기도 하지만, 요즘 성매매방지법인가 해서 그런 곳에는 발붙이기도 힘들어요. 아무튼, 그런 것들보다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여기서는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일은 없기 때문에 몸이 망가진다거나 할 일은 없다는 거죠. 몸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모호한 성매매 선을 그어야
그렇다고 이런 업소들이 허가를 얻고 위법하지 않게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성매매라는 말의 정의가 모호한 사각을 틈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행위라는 것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만 한정시켜 보아야할지, 성교와 유사한 행위들 또한 그렇게 보아야할지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2일에는 지금까지의 이러한 논란을 완전히 종결시켜주는 헌재의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성매매 뿐 아니라, 근종에 해당하는 스포츠마사지업 등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와 관계없이 스포츠마사지 건전영업을 해 왔다는 청구인은 성매매특별방지법에 의해 자신이 운영하던 업소에 더 이상 손님이 오지 않아 그 수입이 격감하고 마침내는 업소가 도산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위헌을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의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법으로서, 스포츠마사지업을 영위하고 있던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방지법이 생기기는 했지만, 유명무실한 법안은 오히려 사회의 혼란을 초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성’이라는 것이 뚜렷한 선을 긋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은 날이 갈수록 다양하게 변모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라면 성을 알선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가 함께 각성하며 사회정화를 위해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겠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