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4분기 실적이 예상을 벗어난 이른바 ‘어닝쇼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수’로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도 그리 밝지만 않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최근 해외 면세점 사업권을 성공시키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이들 두 남매가 대조를 보이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실적저조 ‘충격’
호텔신라, 면세점 통해 안팎으로 승승장구
후계구도 변화올까?…일각 “앞날 모른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이 엄청난 관심이 대상이 된다. 국민 및 재계가 삼성그룹에 대해 주목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룹 각 계열사, 특히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매분기마다 내놓은 실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삼성전자 부진…이재용 위기?
두 번째 관심사는 이른바 ‘삼성일가’에 대한 관심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남다른 시선을 모은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현재 고령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향후 ‘후계 구도’가 가장 ‘핫’한 가히 전 국민적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삼성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4/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실적 면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 해왔지만, 이번에 예상되는 실적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이야기와 분석이 오가고 있다.
지난 1월 7일 삼성전자는 4/4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3/4분기 영업이익이 10조1,600억 원이었던 것을 비추어 보면 18.3% 이나 줄어든 것이다. 한편 작년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인 8조8,000억 원에 비해서는 5.6% 감소한 수치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은 국내외 증권사들의 전망치와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 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3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심각성은 더 하다.
한편 지난 1월 10일 삼성전자는 오는 1월 24일 오전 9시 30분 ‘2013년 4/4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해 확정 실적은 이날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평론가는 4/4분기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로 “무엇보다 스마트폰 분야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이 평론가는 “최근 스마트폰이 중저가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제품은 기술 우위를 최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프리미엄급 제품이 주류라 아무래도 여기에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여기에 연말을 맞이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고 동시에 중저가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 전체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뚜렷한 성과’ 이부진
업계에서는 “그런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단순히 스마트폰 때문만은 아니라는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올 4/4분기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분야도 실적이 악화됐다”며 “요약하면 현재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 모두가 부진의 늪에 서서히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은 물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로는 LCD 가격의 하락은 물론 차세대 제품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올레드 및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개발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물론 삼성전자가 4/4분기만 일시적으로 실적 부진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업계가 ‘본격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하강 곡선을 탄 것 아니냐’는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이유로 “그동안 고공 행진의 일등 공신 노릇을 했던 스마트폰이 현재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폭발적인 수익을 지속하기 어려운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꼽았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전통적인 강세 분야로 꼽혔던 반도체 생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와 아울러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한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현재 삼성전자는 사실상 위기국면에 접어든 게 분명해 보인다”라며 “그런데 보다 미묘한 점은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재계 안팎으로부터의 냉정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현재 후계구도 상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부문을 총괄하는 것으로 가닥은 잡힌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한 난관은 묘하게도 같은 기간 승승장구하는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대비되어 무척 극적인 양상을 이루고 있다”며 “이는 이재용·이부진 남매 사이로 ‘희비쌍곡선’이 가로지르는 것이라 대단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 사업을 발판으로 ‘글로벌 행보’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8일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내 화장품·향수 면세매장 공개입찰에서 최종 운영권자로 낙찰됐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허브공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호텔신라가 이번에 거둔 쾌거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창이국제공항 측은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강력한 사업 계획과 혁신적인 유통 컨셉을 제시했다”며 “무엇보다 입찰제안 내용이 경쟁력 있으며 튼튼한 재무구조도 돋보여 사업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날은 모르는 법’?
이번 면세매장 입점으로 호텔신라는 올해 10월부터 앞으로 6년 동안 창이국제공항 1~3터미널에서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면세점 매장의 총 개수는 20여개, 총 면적은 6,600㎡에 이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구역에서 예상되는 매출은 2015년에는 6,000억 원에 이르며, 앞으로 6년 동안 총 4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한다. 호텔신라 측은 “해외 비중을 앞으로도 계속 높여갈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 세계 3대 면세점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호텔신라의 이번 입점 성공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낙찰 받은 면세점 사업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아울러 호텔신라는 2017년 완공 예정인 창이국제공항 제4터미널의 화장품·향수 매장 운영도 담당하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이부진 사장이 직접 처음 기획 단계부터 주도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일단 이 사장이 면세유통 부문에서는 절대 강자라는 인식을 만천하에 굳힌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부진 사장의 약진이 내수 부문이 아닌 ‘글로벌’ 분야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호텔이나 유통업이라면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당연시 되는데,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 해외 진출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을 쭉 성공시켜 오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이재용·이부진 남매의 대조적인 상황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재계에서는 “현재 상황만으로는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에 급격한 변화가 오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남매가 각자 맡은 분야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삼성전자가 실적 면에서 저조한 국면을 보이더라도 이것이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앞날은 모른다”는 견해도 재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삼성그룹 역사를 보면 이건희 회장도 처음부터 삼성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후계자였던 이맹희 씨가 경영 능력 면에서 기대에 못 미쳐 결국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냐”며 “후계자 수업 기간은 상당히 긴 편이었지만 꾸준히 독창적인 경영 마인드를 연마했던 이건희 회장이 결국 삼성그룹 총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경영자의 능력 여하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삼성그룹이 보여준 전통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수가 작용 가능하다”라고 진단했다.
재계에서는 “더욱이 현재 이부진 사장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가시적으로 계속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를 통해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재용 부회장의 앞날과도 직결되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