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도 시장에 이미 단종된 ‘아이폰 4’를 재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의 대결 구도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2%에 달하는 등,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향해 애플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을 통해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삼성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애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 10%가량 차이가 났던 점유율을 2% 차이로 좁히면서 애플의 뒤를 쫓고 있다.

애플, 삼성 1위 시장 인도·중국에 출사표
삼성, 애플 ‘텃밭’ 북미서 턱 끝까지 추격
애플이 1월 중으로 인도시장에 단종된 ‘아이폰4’를 재출시한다. 가격은 약 1만5000루피(약 26만원)로, 3년 전 인도 시장에 아이폰4가 출시됐을 때 책정됐던 가격보다 1만1500루피(약 20만원)나 저렴해진 가격이다. 또 현재 인도에서 5만3500루피(약 88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5S 기본 모델보다 훨씬 가격이 낮다.
인도·중국 1위 삼성, 뒤쫓는 애플
애플이 단종된 제품까지 끌어들이며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저조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애플은 2013년 10월 기준 인도 시장에서 1.4%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장 높았던 때인 같은 해 1분기에도 4% 수준에 그쳤다.
아이폰4의 가격을 1만1500루피 가량 낮춰 재출시한 이유는 인도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제품군이 저가형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아이폰5C가 약 3만5000루피(약 59만 원)가량에 인도 시장에 출시됐던 당시, 인도 3위 스마트폰 판매사 카분 모바일의 사신 데사르 상무는 “아이폰5C 가격은 인도에서 인기 있는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7배”라며 “높은 가격 탓에 많은 판매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한 바 있다. 즉, 인도에서 인기가 있는 스마트폰의 가격대는 5000루피 수준의 저가형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애플이 인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42%에 달한다. 또 같은 해 10월 시장조사기관 ‘트러스트 리서치 어드바이저리’가 인도 16개 도시에서 2505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1위로 선정됐을 정도로 시장 지위가 굳건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5000루피~3만9000루피 등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 모델을 인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애플은 인도 시장에 적합한 가격대의 아이폰4 8GB 모델을 다시 판매함으로써 경쟁사인 삼성전자에게서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또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중국에 진출한 이후, 12월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7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 아이폰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15일 팀 쿡 CEO는 중국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지난 분기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아이폰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쿡 CEO는 “아이폰 공급 계약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차이나모바일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사장 역시 “벌써 수백만 건의 아이폰 주문이 들어와 강한 수요를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차이나모바일과의 협력을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데 이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2.1%로 삼성전자(3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애플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 4분기였던 것과 사상 최대 규모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순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플 텃밭 북미 노리는 삼성

한편, 삼성전자는 애플의 ‘텃밭’인 북미 지역에서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분기 3300만대를 팔아 3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동기간 3470만대(34%)를 판매한 애플과 2%p 차이로, 2012년 26.6%(3290만대)로 애플(37.6%ㆍ4650만대)과 큰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더불어 북미권 2위 이동통신사인 AT&T가 음성LTE 상용화 서비스 시험 단말기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채택했다는 점도 호재다. 애플의 아이폰이 아직 음성LTE를 지원하지 않는 상태인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에서 음성LTE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다량 시판하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음성LTE 서비스에서 애플보다 한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애플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발표된 브랜드 의존도 지수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