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가 지난 해 재심으로 36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함세웅 신부 등이 국가로부터 억대의 보상금을 받는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23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 2013년 재심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김 전 대통령 등 10명에게 최대 2억 600여 만원의 형사 보상금을 지급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록에 따른 구금 종류와 기간, 구금기간 중 받은 손실의 정도와 정신상의 고통, 직업 및 생활정도 등의 모든 사정을 고려해 보면 구금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에 대한 보상금액은 법령에서 정한 최고금액인 1일 당 19만 4400원으로 정한다”고 밝히며 “보상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 보상금은 상속인에게 지급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92)여사는 김 대통령의 구금일수인 1023일을 계산해 1억 9887만원을, 문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61)씨는 2억 606만원을, 함 신부는 1억 4696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이들은 1976년 2~3월 경 ‘우리나라는 1인 독재로 자유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제도가 말살됐다’는 내용의 민주구국선언문을 작성, 서울 명동 성당에서 낭독한 일에 대해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가 적용돼 기소, 실형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들은 재심을 통해 지난해 7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조치 9호’는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문제가 많은 조치였으며, 피고인들과 가족들의 절망과 아픔에 대한 위로와 사죄로서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판결을 바로잡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