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退兩難(진퇴양난)의 제 1야당
進退兩難(진퇴양난)의 제 1야당
  • 정흥진
  • 승인 2005.12.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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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 갈 때까지 갈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새해 예산안 처리를 반드시 연내에 해야만 한다는 열린우리당은 27일 재경위를 소집해 종합부동산세법을 처리했다. 또한 28일부터는 한나라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사흘 동안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양당 모두 껄끄러운 장외투쟁 여당이 연내 중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새해 예산안과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입법, 그리고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의 3가지 안건이다. 최소한 이 세 가지 안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연내 처리를 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여당은 이에 28일부터 사흘간 국회본회의 일정을 잡아놓고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의 내․외부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바탕으로 하여 “상황이 좋지 않다”라는 의견이 나오며, 장외 투쟁보다 새해 예산안 처리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애가 타는 것은 여당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당의 경우는 새해 예산안을 제 1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처리한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 어쩐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 이유로 여당은 한나라당이 빠지더라도 단독국회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 위해 다른 야당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막후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제 1야당, 복귀 기미 안 보여 27일 대구에서 네 번째 대규모 장외집회를 가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학법을 막지 못하면 야당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며, 끝까지 장외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못 박았다. 이날 강재섭 원내대표 역시 “노무현 정권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원천 무효화하든지 2월 국회에서 고치겠다는 약속을 안 하면 절대 국회에 못 들어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잡아 놓은 일정만 보더라도 사학법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8일 오후 대전에서의 투쟁을 비롯하여 새해 1월 10일 수원 집회까지 일정을 잡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사학법이 거부되어야 한다는 당의 입장과 같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 일을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원외투쟁은 계속되어질 것으로 보이며, 본회의에는 거부권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등원하지도 저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부에서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 김덕룡 의원은 “사학법은 거부되어야 한다는 당의 입장과 뜻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일을 이렇게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현 당 지도부의 무리한 장외 투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이명박 서울시장 역시 사학법을 국가정체성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얼마 전 이규택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의 “한나라당은 민생보다 더 중요한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일부 등원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계속 투쟁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던 발언을 염두에 두고 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그 뿐 아니라, 손학규 경기도지사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원외투쟁을 통해 사학법의 본질을 많이 알렸고 민심을 얻을 만큼 얻었다. 이제 민생을 적극 책임진다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조속한 등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 밖에서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내부의 분위기는 어느 누구 하나 장외 투쟁에 대해 말을 꺼내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미 너무 많이 걸어 나온 느낌이라는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의원들 뿐 아니라, 지도부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투쟁 수위를 더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스스로 進退兩難(진퇴양난) 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사학법으로 인해 정치 운명을 걸게 될 지도 모를 길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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