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쏙 들어간 ‘정보유출 당국 책임론’
새누리, 쏙 들어간 ‘정보유출 당국 책임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날까지 모피아 운운 책임론 제기하더니, 돌연 “불부터 끄자”
▲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 책임론을 제기하던 새누리당에서 돌연 책임론이 사라졌다. 이에, 당내에서조차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이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 유용준 기자

사상 최악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던 새누리당이 돌연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최경환 원내대표 단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 역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면서도 ‘책임론’은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확실한 재발방지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핵심정보가 이미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현재로서는 더 다급하다”며 “불이 나 있으면 당장 불 끄는 것이 중요하지, ‘이렇게 하면 화재가 안 난다’는 제도 개선책은 그 다음에 해야 될 이야기로 생각한다”고 문책론 자체를 차단해버렸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언론에서도 간단한 확인절차로 가능했던 것을 정부가 몰랐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재산이나 불감증은 안정에 없이 미봉책으로 수습하고자 했던 정부의 안일한 업무태도가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태”라며 “이제 정부의 말을 국민이 신뢰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졌다”고 정부에 대한 분노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론은 결코 꺼내들지 않았다.

그리고 최 원내대표 외에 새누리당 주요당직자들은 이 자리에서 누구도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연일 톱뉴스로 다루고 있고, 국민적 분노가 솟구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집권여당이 이처럼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실제로, 바로 전날(23일)까지만 하더라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어떻게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사건이 터지고도 안이하게 대응하다 사건발생 2주일이나 된 시점에서 여론에 떠밀려 겨우 미봉책을 내놓은 금융당국이 책임이 없다는 현부총리의 발언을 납득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책임론을 제기했었다.

이 최고위원은 나아가 “한식구라고 볼 수 있는 모피아인 금융당국 수장들이 제 식구 감싸기한다고 국민들이 비난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개탄스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심재철 최고위원도 현오석 부총리 발언 파문을 언급하면서 “책임을 당연히 따지고 물어야지 도대체 눈감고 넘어갈 생각이냐”며 “박 대통령께서는 엄중문책을 지시했는데 부총리는 ‘동의해준 국민들한테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과연 부총리가 맞냐”고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하루 만에 태도가 확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조차 감싸기 비판이 새어나왔다.

이와 관련, 김상민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지도부는 정부 관료로부터 국민이 모욕당하고 고통당했지만 책임 당사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기는커녕 감싸돌기식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원내 지도부는 대통령의 경호부대가 아니라 국민의 경호부대, 모욕당한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