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정몽준 의원 및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당내 후보 경선 참여를 고려한다’는 취지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야권의 경우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우세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 측의 ‘양보론’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6·4 지방선거전에 출마할 서울시장 후보의 양상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강력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 및 새누리당의 후보군이 뒤를 쫓고 있는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안철수 측, 더 이상 양보는 곤란?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여러 정황이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이 현재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당시 안철수 교수가 전격적으로 양보를 감행해 단일화를 성공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일종의 ‘빚’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현재 박 시장이 당적을 민주당에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 과정 중에 있어 이번 지방선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 등이 상당히 복잡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도의적’으로 보면 안철수 의원이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이나 대통령 선거 등 모두 두 차례나 ‘양보’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계 일각에서는 “그런데 현재 박원순 시장의 재선 가능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박 시장이 안철수 신당 측에 전격적으로 후보를 양보하는 ‘보은’ 차원의 행동을 감행하기에는 소속 당인 민주당과의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정치평론가는 “결국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안철수 신당 측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 쪽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만약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면 민주당이 입을 타격은 물론 특히 안철수 신당은 ‘야권 패배 책임론’이라는 치명적인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바로 이 같은 복잡한 요인이 얽히고설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야권의 복잡한 양상은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라는 거물을 충분히 상대할 만한 역량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최근 서서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신당 측도 견제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또한 민주당·安신당 사이의 갈등을 적절하게 활용할 지략까지 겸비한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새누리당 ‘무슨 일 있어도 이겨야’ 고민 깊어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여권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박원순 시장은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만약 박 시장이 재선된다면 자칫 수도권에서 이른바 ‘잃어버린 6년’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로 인해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자칫 차기 총선 및 대선까지 적지 않은 여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당 또한 ‘필승 후보’를 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 문제를 놓고 연일 설왕설래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차출론’을 적극 지지하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선정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3월에 경선을 실시하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차출하자”는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최근 들어 다시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쪽으로 관심을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새누리당 내에서 ‘정몽준 차출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에 대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대해 좀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 역시 지난 1월 21일 기자들에게 “홍 사무총장에게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내 ‘실세’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 역시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적극 강조했다. 지난 1월 23일 김무성 의원은 한 유력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경선에 정몽준 의원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가야 한다. 본래 선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총 차출령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상당히 강한 어조로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김무성 의원은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백지신탁 처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재산 백지신탁제도는 차후에 바꿔야 한다”며 “공직에 있는 동안 주식을 공적 기관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이것을 6개월 안에 모두 팔아야 한다는 건 문제가 많다”고 특유의 저돌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울시장 출마 여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지난 1월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그 배경을 두고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만나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방미 기간 동안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숙고한 뒤 귀국하자마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후보 빅딜’ 가능성도 높아
정몽준 의원 못지않게 그동안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역시 지난 1월 23일 서울 성북구 주한 독일대사관저에서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은 뒤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요청이 있으면 출마든 불출마든 당연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그 발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아직 당으로부터 정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제안이 없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해 아직은 예의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정몽준 의원·김황식 전 총리·이혜훈 최고위원의 3파전으로 가고 있다”라는 정계 일각의 관측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어떤 분이 후보로 나오더라도 적어도 3월내로 경선을 실시해 최종 후보를 뽑아야 선거 일정에 맞춰 민주당 등 야당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선거전을 치룰 수 있다”며 “바로 이 때문에 ‘3월 경선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야권 또한 서울시장 후보 이슈를 놓고 속내가 복잡하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안철수 의원 쪽에서 고민이 더욱 깊어가는 모양새다. ‘안철수-박원순 양보론’이 불거지며 후보군 선정 과정이 순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원순 현 시장과 안철수 의원 측 간에 야권연대 말고는 답이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양측 간 양보론이 빨리 결론을 맺지 못할 경우 새누리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서울시장 직접 출마설에 대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안 의원에게 여의치 않으면 서울시장에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말씀을 나눈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농담으로도 한 적이 없다”고 적극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렇게 본인의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서울시장 후보로는 누구를 낼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계속 열심히 말씀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며 “우리나라에 좋은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정계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안철수 신당에서 내세울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현 시장이 유력한 민주당 후보 간에 야권연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3월을 전후로 서울시장은 민주당 측 후보에, 경기도지사 등 다른 지차제장 후보는 안신당에 양보하는 이른바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며 “특히 야권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커다란 시행착오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국민정서나 여론조사 등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