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NHK 모미이 가쓰토 신임회장이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위안부가 있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모미이 가쓰토 회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던 일본의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황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일본 고위인사의 발언이 모미이 가쓰토 NHK회장의 망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모미이 가쓰토 회장은 모든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NHK회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일본에 양심세력이 남아 있다면 이런 반인륜적 인식과 망언을 일삼는 인사가 어떻게 일본의 공영방송 회장이라는 사실을 일본은 부끄럽게 여기고 즉각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최고위원 역시 “일본의 우경화가 점입가경에 다다르고 있다. NHK 신임회장이 막말을 해 별세하신 할머니를 두 번 욕보이고 주변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일본 정부의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통과될 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도 용서받지 못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일본만이 이를 부정하고 있어 이제는 안타까움마저 느낄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아베 총리의 폭주는 과거 미국이 구축해 놓은 한-미-일 3국 공조라는 그물에서 정치군사적 주권을 회복해 미국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외교 당국이 이 같은 행동에 강력하고 합리적인 제제를 걸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모미이 가쓰토 NHK회장 발언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신문의 사설처럼 만약 독일이 ‘다른 나라에도 학살이 있었다’고 변명했다면 오늘의 독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본의 망언이 계속될수록 일본이 여전히 전범국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이 강조될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친일교과서를 밀어붙이며 역사왜곡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황금자 할머니께서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전 국민이 안타깝게 애도하고 있다”며 “일본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사장이 취임회견장에서 이 같은 망언을 버젓이 했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아무리 아베 총리가 밀어서 된 사장이라 해도, 일본 사회의 지도층의 역사인식이 이렇게 천박하고 반인륜적이라는 것에 대해 절망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망언이 되풀이되는 한 한일관계 개선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더 이상 이웃에게 등을 돌리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