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최고 뉴스메이커'... 황우석 쇼크, X파일,
을유년 한해가 소리 없이 저문다. 매년 연말이 되면 신문은 그해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한해 동안 발생한 여러 사건 중에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황우석 쇼크, 검찰은 언론이 먼저 보도한 안기부 당시 미림팀의 도청테이프 등을 근거로 사상 처음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전직 두 국정원장까지 구속했으나 `강정구 발언' 관련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와중에서는 검찰총장이 교체되는 파동을 겪었다. 서울 강남 등지 아파트값 급등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자 정부 여당은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쌀협상 비준안이 농민들의 반발속에 5개월을 끌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건도 많았다. 고통과 혼돈 속에서도 경제가 조금씩 호전되고 청계천 복원, 한류 열풍, 박지성 맹활약 같은 희망과 기쁨도 보았다. 2005년 10대 뉴스에는 부정적인 사건이 많았지만, 2006년 10대 뉴스에는 희망적인 사건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신문을 보는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쳤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보다 좋은 뉴스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하며 2005년이여 잘 가라. 미련 없이 흘러가라!
1, 황 교수 줄기찬 말바꾸기…'영웅'의 몰락
황우석 서울대 석좌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조작 사건만큼 우리 국민 모두를 허탈감에 빠뜨린 사건은 없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2월 23일 이같은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황 교수는‘환자 맞춤형 체세포 배아복제 줄기세포’논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생명과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11월12일 제럴드 섀튼 교수의 돌연한 결별선언 이전까지만 해도‘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발표’는 올 한 해 우리가 거둔 값진 성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후 황 교수측과 MBC PD수첩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 간‘진실게임’의 끝은 전 국민을 경악시켰고,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논문 날조’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황 교수는 학계를 떠났고, 신화와 영웅을 만든 사회 전체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2, 불법도청`X파일`수사 파문
의혹으로만 떠돌던 정보기관 옛 안기부 불법도청 ‘X파일’공개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그룹 부회장의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가 7월21일 언론에 폭로됐다 . 판도라의 상자라던 안기부 불법도청 조직 미림팀의 X파일이 던 진 파문은 개월에 걸친 검찰의 수사 결과 김대중 정권하에서 과학적인 감청장비를 이용해 훨씬 광범위하고도 일상적인 도청이 있었다는 사실로 이어지면서 국민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수사도중에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3, 시민 품으로 돌아온 청계천물길
청계천이 지난 10월 1일 복원공사를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958년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던 삭막한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푸른 물줄기가 흐르자 시민들은 환호했고, 세계가 주목했다. 시민들은 세종로 청계광장에서 성동구 마장동 고산자교에 이르는 5.84㎞의 청계천 구간을 앞다퉈 방문했고, 개통 58일 만에 방문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청계천은 미세먼지와 도심온도 감소 등 도심환경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청계천 효과`에 힘입어 이명박 서울시장은 차기대권후보 선호도및 지지도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4, '8·31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
지난 5월 판교발 집값 급등현상이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고, 토지 역시 각종 개발호재를 업고 강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연초부터 집값이 불안해지자 ‘부동산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뒤 8월31일 고강도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전국 주택·토지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후속 입법작업이 늦어지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행정도시·혁신도시 등 대형 개발호재가 쏟아지면서 땅값 상승세는 지속되면서 정부 부동산정책이 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5, 쌀 비준案통과와 농민 시위
세계무역기구(WTO) 쌀협상 비준안이 농업인들의 거센 반발 속에 11월2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 유예를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의무수입물량(MMA)이 해마다 일정량씩 늘어나고, 수입쌀의 소비자용 시판이 이뤄지는 등 쌀 시장의 확대 개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농업인 지원책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농업인들은 “350만 농업인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쌀 협상 국회비준에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 홍콩 세계무역기구반대시위 등쌀협상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계속 일어났다.
6, 사학법 국회통과 후유증 심각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9일 여야 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처리됐다. 개정안은 사립학교 이사진 중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 이상으로 하고 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로 추천해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 처리 후 한나라당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임시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장외투쟁을 벌였다. 사학법인과 종교단체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어 사회적 진통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7, 부산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21개국 정상과 경제인 등 5만여 명이 참가한 2005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1월18∼19일 개최됐다. 의장국인 한국은 각국의 의견을 조율해 무역자유화를 위한 ‘부산선언’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또 12일부터 시작된 에이펙 주간 행사를 통해서는 5000여 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에이펙의 성공개최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8, 국산김치 기생충알 大파동
야당에서 9월 하순께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이 국산보다 최대 5배나 많다는 서울시환경보건연구원의 검사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놀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0월 21일 중국산 김치에 대해 정밀검사를 벌여 16개 제품 중 9개 제품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일부 국산제품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기생충알은 국산에도 들어있고 미성숙 알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김치의 납 함유량도 안전기준을 초과할 정도는 아니어서 무해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야당과 정부, 언론 모두 안전성과 위해성을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국민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9, `강정구 발언' 수사지휘권 파동
천정배 법무장관이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란 내용의 칼럼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하려는 검찰에 대해 10월 12일 불구속 수사토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전국 검찰이 강력 반발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발동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힘들어진다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취임 6개월만인 0월14일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정상명 검찰차장을 후임에 임명하면서 파동이 진정됐다.
10, 연천 군부대 총기 난사 사고
지난 6월19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예하 최전방 GP(전방소초)에 근무하던 김동민 일병이 내무반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잠자던 부대원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김 일병은 11월23일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최전방에서 군 복무 중인 신세대 장병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차제에 낙후된 병영시설과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는 등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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