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추행과 성희롱 등 지하철은 물론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일어나는 성범죄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성범죄는 탑승객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이나 막차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집중적인 단속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단속 불구하고 지하철 내 성범죄 늘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범죄 실태 가장 심각
버스·열차 내 성범죄도 증가…단속 어려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 내부에서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여기서 성추행이란 통상적으로 주로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상대방의 가슴이나 둔부 등을 의도적으로 건드리거나 몸을 밀착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지하철 내 성범죄 크게 증가”
그런데 당국이 지하철 수사대 등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공권력 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범죄는 그다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 사이 정부 기관이 발표한 여러 자료에도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지난 1월 16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64세 남녀 전체 인구 가운데 약 1.5%에 해당되는 비율로 성추행·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추행 등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상당수가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장소로 지하철 등 각종 대중교통 시설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번 조사를 통해 성추행 사건 발생 수 가운데 약 70%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시설에서 벌어진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하철 등에서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 경찰에 직접 신고하는 등 본인이 피해당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 피해자는 겨우 1.1% 선에 머물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아울러 경기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가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지하철 관련 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에 일어난 지하철 강력범죄 건수는 전년인 2012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가한 범죄 유형 대부분이 성추행 등 성폭력 관련 범죄인 것으로 드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지하철에서 일어난 범죄 발생 건수는 41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발생한 240건과 비교해보면 무려 172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지하철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범죄 유형은 바로 성폭력(147건)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사실 성 관련 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일어난 지하철 성범죄 건수는 경찰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하철 내 성 관련 범죄가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특히 심각’
이와 아울러 작년 11월 14일 서울시가 박기열 시의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인 ‘지난 2011년부터 지난 9월까지 서울지하철 성범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시 지하철 1~8호선에서 성 관련 범죄가 적발된 건수는 총 2,800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지하철 내 성범죄가 상당히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서울메트로(1~4호선) 노선에서 전체 서울지하철 성범죄의 86.9%(2432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노선 중에서 지하철 2호선이 전체 성범죄 적발 건수의 42.2%인 1,182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지하철 1호선 707건 ▲4호선 393건 ▲7호선 251건 등의 순서로 성범죄 발생수가 집계됐다. 아울러 지하철 성범죄 최대 발생 지역은 ▲강남역(89건) ▲신도림역(74건) ▲서울역(72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성 관련 전문가는 “특히 서울시 지하철 2호선에서 성 관련 범죄가 빈발하는 이유는 노선이 지닌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호선 라인은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 타운을 지나며 또한 환승역도 많아 출·퇴근 시간에 승객이 엄청나게 많이 몰리는 혼잡 구간이다”라는 분석이다.
이 전문가는 “이 때문에 성범죄자들은 승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출·퇴근 시간대를 주로 노린다”며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몸을 밀착시키거나 더듬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최근 들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이 향상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상황이라 신체 접촉 행위가 중심인 성추행 외에도 ‘몰카’나 도둑 촬영 등 지하철 내 성범죄 양상은 더욱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하철 내 성 관련 범죄가 다종다양한 양상으로 ‘진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적발은 물론 처벌 수위도 가벼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범죄를 막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례는 여러 건이 있다. 작년 10월 한 40대 남성이 지하철을 타고 등교 중인 여중생을 무려 1년 동안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시도했지만 고작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김재환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이모(42)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재판부는 실형 선고와 함께 이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6년을 명령했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5월 14일부터 2013년 6월까지 무려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침 출근시간대 지하철에서 중학생인 A양(15)을 수십 차례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의도적으로 A양이 등교하는 시간을 맞춰 지하철을 탑승해 사람들로 혼잡한 틈을 노려 성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작년 6월 13일 이 씨는 거듭된 성추행을 견디다 못한 A양이 지하철에서 내리자 뒤를 쫓아 부근 건물 주차장에서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범죄 의도 및 수위가 대단히 심각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일 년 동안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변태적인 행위를 일삼는 등 죄질이 몹시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충격에 시달리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데다 심지어 성폭행 미수라는 반인륜적 악질 범죄까지 저지른 피고에게 고작 5년 밖에 선고하지 않은 것은 성 범죄에 대한 법원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어 상당히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버스·열차 성범죄도 증가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래도 지하철 객차 내에서 발생하는 성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목격자가 제대로 신고하면 지하철 수사대 등이 현장에서 즉시 체포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은 “그런데 시내·시외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의 경우에는 지하철보다 단속 장치가 훨씬 미흡한 실정이라 특히 최근 들어 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차맹기)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20대 여성을 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위반)로 전직 세무서장 최모(5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세무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3년 8월 16일 오전 8시 경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A모(27)씨의 몸에 일부러 밀착해 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버스 안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결국 덜미가 잡혔다.
또한 지난 1월 17일 울산 남부경찰서는 심야 시외버스 안에서 세 명이나 되는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강제추행)로 이모(37)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씨는 지난 1월 16일 오후 10시 경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해 울산으로 가는 버스 내에서 옆에 앉아 있던 승객 A(25)씨의 다리를 더듬고 심지어 치마 속으로 손까지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씨는 무려 40분 동안 자리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승객 세 명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씨는 피해 승객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울산 버스정류장에서 체포됐다.
또한 열차 객실 안에서 발생하는 성 추행 사건도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1월 21일 부산지방철도경찰대는 무궁화호 열차에서 10대 여성승객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경북 지역에서 교육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A(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월 16일 오후 6시 50분 경 부산 부전역을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귀가 중인 B(18)양의 곁에 앉아 허벅지를 여러 차례 더듬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A씨가 B양을 상대로 성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씨는 지난 1월 14일 오후 10시 경에도 동일 노선 열차 안에서 B양을 성추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여성들을 성추행하기 위해 일부러 정기승차권을 끊고 열차에 지속적으로 탑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