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당신의 선택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송두율, 당신의 선택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남정민
  • 승인 2003.10.20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두율은 누구인가
지난 9월 22일 입국한 송두율교수(59)는 유신정권과의 갈등, 친북인사로의 분류 등으로 37년 간 남한 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67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1972년 한국에 유신이 선포되고 민청학련 사건으로 탄압이 시작되자 74년 재독 반유신단체인‘민주사회 건설협의회’초대의장을 맡으며‘반정부 인사’로, 91년 이후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하면서‘친북 교수’로 인식돼 줄곧 입국을 거부당해 왔다. 지난 2000년 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목사기념사업회의 제5회‘늦봄 통일상’수상자로 선정돼 34년 만에 귀국하여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국가정보원이 준법서약서 제출 요구를 철회하지 않자 귀국을 포기한 바 있다. 세계적 석학인 하버마스 교수 아래서 철학박사 학위(1972)를 땄다. 현재 뮌스터대학 사회학교수로 있다. 송두율 교수는 그간 그의 저서로 자신의 통일에 대한 입장과 정치적 색깔논쟁에 대한 생각을 펼쳐왔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제3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이데올로기적 요인들도 그의‘사상’의 전파를 막지는 못했다. 송 교수는 90년대 이후 다양한 저작을 국내에서 출간했고, 여러 학술지에 자신의 사상적 궤적을 담은 글들을 발표해왔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일의 논리를 설파했던 글들을 모은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2000.8월)에서 송 교수는 통일추진의 과정에서 관점의 차이를 전제조건으로 인정해야 한다며“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이 땅에 어떤 체제유산을 물려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저작에서 송 교수는 자신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지목한 황장엽씨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해명하면서‘냉전에 갇힌 양자택일의 논리는 악마의 산물’이며, 황씨에게‘화해와 평화의 철학’으로 돌아설 것을 촉구했다. 송 교수는 이보다 2년 전 발간된 「21세기와의 대화」에서 남북문제와 관련“어느 한 쪽의 이익은 다른 쪽에게 손해를 준다는‘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의 이익은 다른 쪽에게도 이익을 준다는‘플러스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귀국추진이 좌절된 직후 발간된「경계인의 사색」에서도 송 교수는 6.29 공동선언 이후 진행돼온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관을 분석하면서 일방적인 흡수, 지배의 방식이 아닌‘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통일방식의 가능성을 짚었다.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진보인사 인터뷰 집에서 송 교수는“남과 북이 상이한 체제 사이에‘국가연합’이나‘낮은단계 연합제’와 같은 제 3의 공간을 인정한 6.15 공동선언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며“우리 민족의 통일은 이처럼 제3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출간된 월북철학자 윤노빈의 「신생철학」에서 송 교수는 1971년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윤씨와의 만남, 평양에서 20년만의 재회 등 일화가 소개한 회고문을 실었다. 송 교수는 평양 재회에서 윤씨에게“왜 북한을 택했는가를 묻지 않았다”고 밝히면서,“우리 철학자들도 이제는 더 이상 외국철학의‘소매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고 있다”고 떠올렸다. 송두율은 서열 23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결국 독일국적 포기와 노동당 탈당으로 마무리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1일 “재독 철학자 송두율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김철수’(서열 23위)임이 본인의 자백으로 밝혀졌다"고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오전 국정원 업무현황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 정형근 위원(한나라당 간사)은 오후 3시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송씨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결과 보고를 토대로 이렇게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송두율씨가 73년 9월 독일 거점 북한 공작책 이재원씨(71)에게 포섭되어 모스크바를 경유해 입북한 후 초대소에 수용되어 2주간 주체사상 학습 및 공작원 교육을 받고 노동당에 입당한‘전형적인 공작원’이라고 보고했다. 또 국정원은 송씨가 91년 5월 입북 당시 김일성 주석과 면담 후 북한의 예우가 이전보다 좋아져 자신의 신분과 위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 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당시 재독 북한공작원으로부터‘김철수’라는 이름으로 장의위원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입북해 <로동신문>에 게재된 장의위원 명단에 자신이‘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등재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번 보고에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내사 중이던 송씨를 지난 9월 23∼27일간 소환해 ▲노동당 입당 및 정치국 후보위원 사실 여부 ▲오길남 밀입북 권유 문제 ▲기타 친북행위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송씨가 그간 18회에 걸쳐 입국해“독일 유학생 포섭 및 조국평화통일사업을 위한 지식인 중심의 조직 결성”등의 지시와 함께 매회 1000∼2000 달러를 받았으며, 91년 5월 김일성 면담 후 95년까지는 재독 공작원을 통해 연구비 등 명목으로 매년 미화 2∼3만 달러를 수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또 96년 8월 송씨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도 김정일의 친필지시로 재독 북한 이익대표부로부터 조의금 1500마르크를 받는 등 북한으로부터 최소한 10만 달러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장 출신의 정형근 의원은 70년대 한국 유학생들이 합법적으로 소지하고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미화(美貨)는 100달러였다고 보충 설명했다. 또 국정원은 92년 5월 자수한 재독 유학생 오길남씨의 입북 권유 혐의에 대해서는 86년 11월 오씨가 유럽으로 침투한 후 망명신청을 했을 당시 오길남씨에게‘내가 오형(吳兄)이라면 북한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재 입북을 권유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송씨가 85년 8월 오씨가 입북 의사를 밝히자‘어디 가서 살든 잘 살아라’면서‘우리가 의지할 데는 북한밖에 없다’고 입북을 권유한 사실을 오씨와의 대질신문에서 확인한 것으로 보고했다. 한편 정형근 의원은“송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교수가 아니다”면서“송씨는 교수로서 한번도 재직한 일이 없으며 뮌스터대에서 특강 형태로 5차례 강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에 따르면 송씨 스스로도 뮌스터대에서 560㎞ 떨어진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신의 시간당 강사료는 뮌스터대-베를린간 교통비밖에 안된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송씨가 특정한 수입원이 없이 그의 아내가 도서관 사서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송씨는 공작금으로 활동한‘전형적인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의 6차 소환 등 화제의 중심에 섰던 송두율 교수의 문제가 지난 10월 14일 오후 1시 30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당 탈당을 선언하고 독일국적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0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송 교수에 대한 포용을 언급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검찰의 형사처벌 수위가 주목된다. 송 교수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생긴 “혼동에 관해 어떤 해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며 살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 송 교수는“고향에 돌아온 사람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자, 독일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그에 따른 어떤 불편이나 처벌과 고통도 감내할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도덕성과 인권 그리고 성숙한 사회 송두율 교수 사건은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정확히 드러내주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송교수 사건은 우리가 반드시 짚고 성찰하고 넘어가야 할 많은 소재들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다른 사건에 비해서 이 사건에 대응하는 민주진보진영의 대응이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먼저 송두율 교수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노동당 입당 문제라든지 북한과 연계된 몇몇 사실들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입국 전에 이러한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당하게 입국하지 못한 것이 크다. 최소한 입국 전이 아니더라도 입국 후에라도 자신에 애정을 갖는 민주진영에라도 이 사실을 공유하였어야 옳다. 그러나 자신을 초청한 민주진영이 국정원의 수사내용을 보수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로써 송 교수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도덕적 열세에 놓이는 결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드러난 사실을 볼 때 보통명사로서의 김철수로 본인이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황장엽 소송 같은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하는 의문도 남는다. 또한 이번 송 교수의 수사과정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피의 사실을 유포하는 방식을 통해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전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아무리 그가 친북적 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사실 국정원과 검찰의 이러한 인권불감증은 반복적으로‘자행’되고 있으며, 이는 준엄하게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공포사실 중에는 국가기밀과 관련된 사항도 있음을 감안할 때, 정략적 목적을 위해서 피의자의 인권은 물론 국가기밀까지 얼마든지 자기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언론에서 언급되는 추방은 진실을 묻어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까지의 추이를 지켜볼 때, 국정원이나 검찰이 추방을 최우선적인 선택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추방과 같은 편의적 방식이 아니라 송 교수도 원하고 있듯이 진실을 명백히 규명하고 그에 따라 처벌받을 것은 받고 해명 받을 것을 해명하는 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정도이다. 독일과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비이성적인 매카시즘적 선동에 의해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쉽게 추방을 선택하는 것은 진실 규명에 입각하여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도 적합하지 않다. 송 교수 자신도 한때‘북한에 경도된’경계인으로부터 남북 모두를 끌어안는 진정한 경계인으로 살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하였다는 자신의 발언에 부응하여,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라도 이 땅에 뿌리내린 경계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검찰이 편의적으로 추방을 선택하려 한다면 송교수가 독일국적을 포기하는 결단을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고 처벌받을 것은 받는 기조 위에서 남한 사회와 소통하는 경계인이 되기를 바란다. 송두율 교수와 같은 경계인이 나타난 것도 반북 아니면 친북을 선택하도록 종용했던 분단사회의 한 이면이 아닐까. 분단으로 말미암은 상처가 없는 사람은 민족 구성원 가운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사회 각층 원로들의 지적처럼 이분법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을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다. 글/ 남정민 기자 njm8309@sisafocu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