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야권연대’ 내지는 ‘야권 단일화’ 화두가 커다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연대 없는 ‘3자 대결’로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이기기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 야권 단일화는 ‘정체성·선명성’ 차원에서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연대 문제는 쉽사리 풀기 힘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창당으로 이번 6·4 지방선거는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1998년 이후 무려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후보가 과연 야권연대를 이룰지 아니면 결국 따로 선거에 임할지에 대한 변수가 선거 막바지까지 커다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 측 ‘두 번 당하지는 않겠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신당이나 민주당 입장에서 야권연대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중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상당히 높다. 이에 따라 여당에 대한 지지도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처럼 야권 입장에서는 소위 ‘정권 심판론’이 잘 통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어차피 ‘인물론’으로 정면돌파 해야 할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야권 전반의 협상을 통한 단일화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상황이 이런 가운데 만약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로 인해 결국 3자 구도로 선거판이 진행된다면 몇몇 극소수 야권 강세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필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야권 전체가 ‘공멸’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은 물론 신당 측 인사들이 이렇게 야권이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모를 리 없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차기 대권을 겨냥하는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본인의 정치 세력화를 향한 첫 걸음을 제대로 디디기 전부터 야권연대라는 덫에 빠져 자신은 물론 신당 정체성까지 흐려지는 위험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더욱이 현재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를 겪는 과정에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 지금까지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녹록치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때 안 의원은 단일화 협상을 거치며 민주당에 대해 커다란 불신과 환멸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은 6·4 지방선거에 임하며 ‘두 번 다시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측이 연대 및 단일화 사안을 두고 민주당과 어떻게 조율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안 의원의 정치력 잠재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연대 실패’ 위기감 놓인 민주당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측에서는 서서히 조바심을 내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 측과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 결국 야권 분열을 초래해 최악의 경우 민주당 기반 자체까지 흔들려 야권 자체의 궤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야권의 주도권 다툼으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연일 터뜨리고 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민주당 측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른바 ‘6·4 지방선거 연대 불가피론’의 선봉에 나선 인물로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의원과 직접 후보 단일화 협상에 임한 바 있던 문재인 의원이 첫손으로 꼽힌다.
지난 1월 28일 문재인 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 “(안철수 신당 측과) 신축성 있고 유연한 연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라는 절대적인 강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정파들끼리 연대를 이루는 것은 선택의 차원을 넘어선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모든 지역에서 예외 없이 단일화를 이루자는 뜻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문 의원은 “다만 안철수 신당도 새롭게 생기는 정당이니 과거에 했듯 획일적인 연대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연대 여부의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새누리당보다 차이가 더 적고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권역별로 보면 경쟁을 하더라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염려가 없는 지역은 마음껏 경쟁하고 그럴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분열을 피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수도권 지역 연대·호남 지역 경쟁’이라는 본인의 구상을 드러냈다.
문재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무작정 연대를 하자는 차원을 뛰어넘어 민주당 입장과 안철수 신당 입장을 두루 살피려는 다소 유연한 제안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도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를 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강력하게 못 박았다. 현재 대구시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 측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신당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 1월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안철수 신당 측과 후보를 단일화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최문순 도지사는 이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야권 전체가 굉장히 큰 타격을 입을 걸로 생각하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 측이 지향하는 새정치와는 무색하게 결과적으로 야권 분열을 일으켜 야권의 큰 패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문순 도지사는 “안철수 신당이 선거에서 2~3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일단 전투에는 이길 수 있겠지만 이를 커다란 흐름에서 보면 여당 대 야당 간 전쟁에서는 결국 지게 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라고 털어놓았다.

‘야권연대 없이도 해 볼만’ 시각도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적지 않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신당 쪽은 거의 날마다 강경한 자세로 ‘연대불가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안철수 의원이 직접 나서 “야권연대론은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강변하며 이를 통해 민주당과의 연대에 확실하게 선을 긋고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안철수 의원은 한 종편방송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강하게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안철수 의원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스스로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줄곧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이전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권력을 향한 의지와 승부욕의 면모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론이라는 것 자체가 정당이 스스로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을 바탕에 깔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안 의원은 “(우리 당이) 지자체장 1석이라고 얻는다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에 나설 17개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미 접촉을 마쳤다”고 밝혀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안 의원은 “최선을 다해 좋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절반 정도는 어느 정도 후보군이 계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은 후보군에 대해 “앞으로 창당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이 놓인 만큼 지방선거에 다가가면서 차츰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혀 예의 신중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계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 측이 이처럼 강경한 자세로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경합 지역에서는 야권 연대 및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야권단일화 사안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여론 향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만약 야권 분열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판세로 흘러간다면 선거 막바지에 단일화 바람이 거세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정계 일각에서는 “야권이 굳이 연대를 하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는 치러볼 만하다”는 의견도 점차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6·4 지방선거는 이슈 면에서 ‘민주당-안신당’이 완전히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라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사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인물 씨가 말랐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여당은 국민 지지도나 조직력 차원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이렇게 ‘인물 부족’이라는 약점 때문에 야권에서는 ‘한 번 해보자’는 투지를 불태울 수 있는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