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없는 세상 만들기…이배근 아동학대예방협회장
아동학대 없는 세상 만들기…이배근 아동학대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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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동학대 근절 위해 말보다 행동으로 옮겨야”

▲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아동학대는 단순 폭력이 아닌 범죄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시사포커스

최근 울산에서 계모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 숨진 8살 ‘서현이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 관련 인터넷 카페는 회원수가 2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과 전혀 관련 없는 국민들이 계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최근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최대 무기징역으로 하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을 신설하고 오는 9월 29일부터 정식 시행한다. 이같이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금 <시사포커스>는 4일,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최선을 기울이고 있는 이배근 (사)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을 만나 아동학대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학대, 폭력 넘어 ‘범죄’로 인식돼야”
“‘관심’으로 아동학대 줄일 수 있어”
“‘우리 아이’로 인식하고 키워나가야”
“아동기 겪은 폭력 성인폭력으로 이어져”

<이배근 회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Q. 회장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이 같은 일에 뛰어들게 되셨는지요?

A.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 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약 2년여간 하던 1969년 우연찮게 대학 은사님께서 “좋은 일 좀 해 봐라”며 어린이 복지기관에 가입할 것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이후 소년·소녀 가장에 관한 복지 일을 하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정부 사업의 일환인 ‘어린이 복지 헌장’ 개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난 후 한국 대표로 1989년에 실시된 유니세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그러면서 유니세프 활동을 하다 보니 전 세계적인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기게 됐습니다.

▲ 이배근 회장은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운동에 힘쓰고 있다. ⓒ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 경제도 있고 다 있지만, 저는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집에서 학대받고 구박받고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면서 성장한 뒤에 과연 건전하게 이 사회를 만들 수 있겠는가에 의문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특히 그렇게 알게 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하는데,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인 만큼 저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협회를 만들고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Q.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그런 것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어린이는 때리지 말고, 욕하지 말고, 부리지 말자’라고 해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저는 공무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교육이나 정부일이나 많은 일들을 해 왔지만 마음이 가장 가는 일이 바로 이 것이더군요. 명확히 말하자면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됐다고 봐야겠지요.

Q. ‘울산 서현이 사건’, ‘계모 학대 건희 사건’, ‘보육교사 학대 서연이 사건’ 등 수많은 아동학대 사례들이 이슈가 되면서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공론이 나오면서 ‘아동학대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고 ‘아동학대특례법’ 등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한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A. 아동학대는 현실 안에서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서현이 사건 같은 경우에도 폭력으로 인해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러서 사망한다거나 그렇게 잔인하고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 이배근 회장은 아동학대와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학대의 현실을 알려 더 이상 상처받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그런 것들이 언론에 보도 되면서 아동학대특례법이 개정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가정폭력’으로 봤지만, 아동학대 특례법 개정으로 인해 아동학대 자체를 범죄로 보겠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 역시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는 아이들이 단순 가정폭력을 넘어 범죄행위에 대해 희생된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Q. 회장님께서는 숱한 아동학대 사례를 봐 오셨을 텐데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1999년 2월 피학대아동을 모아 보호하며 기른 공동생활 가정인 그룹 홈에 처음 들어온 아이들입니다. 우선 한 아이는 6살 여자아이인데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제가 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얼굴에 세 군데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그 상처는 아버지가 자전거 체인으로 아이의 얼굴을 때려 살점이 떨어진 것이더군요. 바로 눈 옆에 난 상처라 조금만 잘못되었다고 해도 아마 실명에까지 이르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저는 저 아이가 커 나가면 몸의 상처는 잘 치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이가 아버지 나이 또래의 남자만 보면 자지러질듯이 우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을지 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또 그 당시 함께 들어왔던 당시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기억에 남는데, 이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데려와서 책을 읽게 시키니까 읽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기에 ‘낯설어서 그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글을 모르더군요. 이후 상담을 통해 들어보니 아이는 어릴 적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난 후 아버지와 둘이 살게 됐는데 이 아버지가 외롭고 심심하다 보니까 그 모든 것을 이 아이를 때리는 방법으로 풀고 있더군요.

또한 아이가 커 갈수록 도망간 아내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며 폭력이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 아버지는 밤 11시가 넘으면 술을 먹고 들어와서 이유를 불문하고 아이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그런 다음에 아이와 함께 밥을 먹던지, 잠을 자던지 하는 거죠. 그런 생활을 3년이 넘게 하다 보니까 아이는 결국 당연스럽게 맞아야만 잠을 잘 수가 있는 것이고 홈 그룹에 와서 폭력이 사라지고 나니 잠들지를 못하는 거죠. 또 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이가 집에 있을 때 한 번도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호기심에 아이가 아버지 옷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 빵 하나를 사먹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들통나자 아버지는 도벽을 고쳐준다는 이유로 아이를 노끈으로 묶어 새벽 4시에 산에 데리고 가서 땅에 묻는다며 협박을 했다더군요.

저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런 일이 이 세상에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Q. 우리나라 아동학대 문제의 경우 ‘아동학대’ 피해 신고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A. 사실상 우리나라 법이나 제도는 굉장히 잘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제도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무관심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아동학대 신고 센터가 활성화 되어있어서 신고만 하면 24시간 언제든 경찰이라던가 아동복지센터에서 출동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신고가 없으니 발견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일례로 앞집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누가 봐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단지 ‘내 아이가 아니니까’, ‘내 일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고는 하는 것이죠.

▲ 이배근 회장은 "‘아동·청소년보호감시단’을 운영해 말 뿐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나서 아이들이 폭력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지난 2011년에 발생한 일인데, 한 남자아이가 친부에게 맞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아이의 사체는 사망한 지 28일 후 비닐에 쌓여 있다가 쓰레기 더미에서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후 아이에게 폭력을 가한 아버지는 결국 구속이 되고 한 봉사자가 장례를 치러주고자 아이의 가족을 수소문했는데 아이 엄마는 소식을 듣고도 오지도 않고 겨우 할머니를 모셔 왔는데 별 관심 없이 그냥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 2007년에 7살 남자 아이가 계부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범국민적인 추모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는 아이의 사망 책임을 단순히 부모뿐만이 아니라 런던 시민, 아니 그를 넘어 영국 국민들이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로 인식을 한 것이죠. 영국 국민들은 사망한 아이를 가장 좋은 공원묘지에 안치해 아이의 장례를 치러주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전히 매일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의 묘소 앞에 꽃을 두고 가고는 한다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물론 여론이 형성이 되면 한 순간 이슈가 되기는 하죠. 하지만 금방 수그러들어 버리게 됩니다. 이렇듯 저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난 2013년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으로 이슈가 되었던 피의자 김길태는 부모가 길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길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성의 없이 지은 부모도 나쁘지만 그 아이는 결국 커서 학대하고 폭력을 일삼고 결국 사회적 범죄자가 됩니다. 주변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원인이 많다며 이것저것 제시하지만 사실 가장 원초적인 것은 가정 내부의 문제라는 것이죠.

즉, 간단하게 얘기를 하면 어린 시절의 과거력, 그가 경험한 학대 같은 것은 성인이 되면 반드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죠. 세습화 되는겁니다.

제가 아동학대를 예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아이를 아동학대와 멀어지게끔 그렇게 길러보자는 겁니다. 집에서 아이를 때리면 학교에 가서 아이를 때리는 일이 반복되게 됩니다. 즉,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사회폭력으로 진화한다는거죠.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키워나간다면 그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아동학대를 저지를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지 않을까요?

또한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들이 금지옥엽이지만 그렇게 귀하게 기른 아이들이 커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아이들도 함께 돌봐야 한다는 것이죠. ‘내 아이가 아니라서’, ‘남의 애라서’ 라는 생각을 갖다 보면 결국 귀하게 키운 내 아이도 똑같이 된다는 것이죠. 참 단순한 일입니다. ‘내 아이’나 ‘네 아이’나. 결국 ‘우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Q. 향후 아동학대 예방 등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어린이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파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에 대해 “때리지 말고 욕하지 말고 부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과연 그 것이 실천되고 있나요?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향후 <아동·청소년 보호 감시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만은 학교 교사·변호사·유치원 선생님들이나 자발적인 학부모 등과 함께 직접 현장으로 나서볼 생각입니다. 골목길과 동네로 나서 단속도 실시하고 신고 제도를 널리 알려 신고율도 높이고 말이죠. 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부모들을 상대로 교육도 실시하고 길거리에 나가 아이들과 직접 대화도 나누어 볼 생각입니다.

즉, 말 뿐만이 아닌 행동화 시키고자 하는 것이죠. 말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세미나 같은 것 많이 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줄어들고 있는가요? 아닙니다. 다시 말해 생각보다는 행동이 중요합니다. 사람 개개인 가슴마다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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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파 2014-02-05 16:46:45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임에도 무관심과 내 일이 아니기에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 사랑과 관심속에 커야 할 우리의 아이들 잘 지켜보며 미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앞장서야 할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