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선 세계 1위국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업체간 불꽃 튀는 기술 경쟁이 추동력이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업계 빅3의 가열찬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 3사는 기네스북 기록까지 서로 경신하면서 다양한 부문에서 독자적인 최고, 최대 조선 건조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업체간 배수지진의 기술경쟁이 추동력
독자적인 최고, 최대의 조선 건조 실적 자랑
세계시장의 움직임 파악, 고부가가치선 수주
국제 물동량이 많아지면 조선시장은 호황을 구가한다. 한동안 불황을 거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침 주기도 있다.
세계적 해운회사들은 선복량 증가에 사운을 건다. 해운회사들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돈을 조달해 선박건조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실력 있는 조선사 잡기에 혈안이 된다. 배만 한 척 잡으면 떼돈을 버는 것으로 인식됐다. 조선소는 선대(building berth, 船臺)가 없어 주문을 다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흐름을 잘 타면서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전년 대비 약 34.9% 증가한 411억 달러를 수주했다. 수주금액으로 세계 1위다.
중국이 지난해 선박 1007척(약 327억달러)을 수주, 양적으로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술력 면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을 따라 잡기는 역부족이다. 세계 최초, 최대 기록은 아직 국내 조선업체들 차지다.
쇠퇴일로를 걷던 일본 조선산업도 호황 덕을 봤지만 한국이나 중국만은 못했다. 일본국적 선사들이 지속적으로 발주한 덕분에 세계 건조량의 15% 정도 지분을 유지했다.
엔고에 따른 해외경쟁력이 떨어졌다. 조선산업 참여자들의 사기저하, 기술력 답보 등이 사상 초유 호황의 물결에서 뒤떨어진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 조선 세계 1위국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업체간 불꽃 튀는 기술 경쟁이 추동력이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업계 빅3의 가열찬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 3사는 기네스북 기록까지 서로 경신하면서 다양한 부문에서 독자적인 최고, 최대 조선 건조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세계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즉각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수요가 증가하던 석유가스 시추선, 해양 원유 및 저장가공시설, 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거머쥐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 1등 조선사로 군림
지난 1월 20일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인 1만9,000TEU급 선박 건조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중국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사로부터 수주한 5척의 동급 컨테이너선 가운데 첫 번째 컨테이너선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선박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최대 크기다.
수주 당시 1만8,400TEU급이었으나, 이후 발주사인 CSCL의 요청에 따라 5척 모두 1만9,000TEU급으로 확대 변경됐다. 현재까지 건조된 선박 기준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1만8,270TEU급이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1만9,000TEU급 선박인 이 컨테이너선은 길이만 해도 400미터에 달한다. 폭 58.6미터, 높이 30.5미터로 이는 축구장 4배 크기에 해당된다.
출력 면에서도 7만7,200마력의 전자제어식 엔진(ME엔진)을 탑재하고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화된 선형으로 건조된다.
최첨단 기기가 임베디드 형식으로 탑재돼 운항속도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량을 조절해 연비를 높이고 탄소배출량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자외선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인 ‘에코 밸러스트(Eco-ballast)’ 등을 장착하는 등 친환경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은 1983년 이래 부동의 세계 1위 조선사로서 최초와 최대의 새 역사를 줄기차게 써내려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4년 6월 국내 최초로 LNG선 '현대유토피아호'를 건조한 데 이어 불과 5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LNG선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세계 조선업체 중 최단기간인 30년만에 1000척 건조기록도 지난 2002년 2월 수립했다. 이어 지난 2005년에는 1만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급 컨테이너선을 처음으로 수주하며 1만TEU 시대를 개막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 선박용 대형엔진 생산누계 1억 마력 돌파(2010년 9월), 세계 최초 신조(新造) LNG FSRU 수주(2011년 6월), 국내 최초 LNG FPSO 독자모델 개발(2012년 1월), 세계 최초 선박인도 1억t 달성(2012년 3월) 등 숱한 조선업 최초의 기록들을 남겼다.
‘세계일류선박’ 건조의 메카
대우조선해양은 자사가 건조하는 초대형 철광석운반선(VLOC)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에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종이다.
‘세계일류상품’은 안정적인 수출기반 구축을 위해 연간 5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제품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 이상 또는 판매 순위 5위 이내를 기록한 제품을 국가가 선정·지원하는 제도다. 세계일류상품에 지정되면 기술·디자인 개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세계일류상품 선정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구해온 노력의 산물”이라며 “회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위해 기술력과 고객만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까지는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덴마크 A.P. 몰러-머스크(Moller-Maersk)사에서 발주한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을 완공, 세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축구장 4개 크기의 갑판으로 길이 399m, 폭 59m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이다.
또 지난 2011년 완공한 파즈플로 FPSO도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이다. 길이 325m, 폭 61m, 높이 32m로 자체무게 12만t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옥포조선소에 보유 중인 제1드라이독은 세계 최대 크기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축구장 11개 면적과 맞먹는 크기로, 길이 530m, 폭 131m, 높이 14.5m다.
이와 함께 반잠수식 시추선(Semi-submersible drilling rig) 세계 최다 수주 실적(25기·82억 달러), 세계 최초∙최다 LNG-RV(LNG 재기화운반선) 수주 및 건조(2002년 5월), 세계 최대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설비) 수주(2013년 12월) 등도 대우조선해양이 자랑하는 세계 최초·최대 기록이다.
세계최대 항공모함 2배 무게 선박 건조
삼성중공업은 현존하는 배 중 가장 무거운 배를 건조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1월 로열더치셸사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초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프리루드(Prelude) FLNG'. 길이 488m, 폭 74m, 높이 110m다.

이 배의 중량은 약 20만t.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조차 10만t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건조된 어떤 선박과 해양설비보다도 크고 무거운 설비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프리루드(Prelde) FLNG를 바다 위에 띄우는 진수식을 진행한 상태로, 향후 2년간 해상에서 선체 내부 LNG 저장탱크 제작, 상부 플랜트 설비 설치, 내외부 의장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세계 조선소에서 진수된 그 어떤 선박과 해양설비보다도 크고 무거운 설비일 것"이라며 "이 설비가 물에 잠기는 예상 깊이와 진수 당일의 해수면 높이 등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등 진수 작업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작년 가을 LNG선 2척과 드릴십 1척 등 1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FLEX LNG社와 4억달러 규모 LNG선 2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에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5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드릴십 건조계약도 성사시켰다. 납기는 2015년 12월이다.
세계 최초의 극지용 드릴십 건조 기록도 삼성중공업의 차지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3월 스웨덴 스테나사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초의 극지용 드릴십을 건조했다. 선가만 9억46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드릴십 사상 최고 가격이다.
이 드릴십은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를 적용, 선체 두께만 4㎝에 달한다. 또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극지의 높은 파고와 강풍에도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위치제어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또 삼성중공업은 현존하는 LNG선 중 가장 큰 선박을 건조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8년 7월에 건조한 26만6000㎥급 LNG선 모자(Mozah). 선박의 길이는 345m, 폭 54m, 높이는 27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