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불만 언급말라” 논란
“도로명주소 불만 언급말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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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문제점 발설 집배원 징계처분?

▲ 지번주소체계에 익숙한 집배원들은 “원활한 배달을 위해 새 주소를 구 지번주소로 재검색하느라 업무처리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며 불만을 표했다. ⓒ 뉴시스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사용이 시작된 도로명주소가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들의 불편 호소가 계속되는 등 새 주소와 관련한 각종 오류들이 지적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도로명주소’를 가장 가까이에서 현실적으로 접하고 있는 집배원들에게 우정사업본부가 ‘새 주소에 대한 불만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며 입막음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새주소 현실적 문제 지적 ‘입막음’?
도로명주소 근본적 문제 해결해야…


6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초 ‘도로명주소 시행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방안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우체국에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문에 는 ‘도로명주소 사용과 관련해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우려되니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말을 삼가야 한다’면서 ‘집배원들이 새 주소의 문제점을 언론 등에 발설할 경우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최근 도로명주소 시행에 따른 각종 오류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집배원들이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우정본부가 ‘입막음’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배원 “새 주소 숙지율 95%?…말도 안 돼”

특히 이 공문에서는 ‘집배원들의 도로명주소 숙지도 평가 결과 2011년에는 75%였으나 현재는 95%로 높아졌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집배원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두 손을 내젓고 있다.

30년 경력의 한 집배원은 6일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매일 다니는 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도로명 주소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예 배달물을 받으면 배송 전에 일일이 지번 주소를 검색해 따로 기재한 후 출발하는 집배원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부에서 실시했다는 평가는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실제로 우편물을 집하해 각 지역 우체국에 배송하는 우편집중국의 경우 택배나 우편물 분류작업 시 혼란이 가중되자 이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했다.

 

▲ 한 지역당 배송 물량은 일 500만건을 넘어서는 등의 많은 업무량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주소를 구 지번주소로’다시 변환하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집배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뉴시스

경기도 모 우편집중국의 경우 지난 설을 기점으로 ‘새 주소를 구 지번주소로 바꾸는’ 업무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 5명을 구인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해당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보통 한 집중국 당 하루에 5백만건이 넘는 물량을 처리하는데 특히 설 연휴에는 매년 10% 이상이 증가한다”며 “평상시에도 새 주소로 재검색하느라 업무 처리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는데 설 증가물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이를 담당할 알바생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정본부가 배달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작년 우편값 인상에 이어 올해 소포값까지 올리면서 적자 메꾸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예산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집배원 역시 “도로명주소가 시행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가장 큰 피해자들은 우리들”이라면서 “국민들이 도로명주소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니 각 지자체에서 이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것이 우선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편물 배송이 늦다고 하루에도 수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무조건 쓰라고만 하지 말고 현실을 좀 똑바로 보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집배원들의 도로명주소 숙지를 위한 교육 미비가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인원은 1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년퇴직 등으로 빈자리가 생겨야 새로운 인원이 충원될 수 있는 집배원 특성상 도로명주소가 도입된 2011년 이후에 채용된 인원은 전체 인원의 약 4%에 해당하는 200여명에 그친다.

이는 곧 96% 이상의 집배원들이 기존 지번주소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인데 도로명주소 숙지 관련 교육은 상당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경기도 모 우체국 집배원들의 외근 기록에 따르면 ‘새주소 도입 관련 교육참가’는 1인당 4회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론 완벽해도 현실에선 ‘오리무중’

총 3회 교육에 참가했다고 밝힌 한 집배원은 “본부에서 교육 참가를 필수적으로 전제해 참여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정부에서 나온 홍보물들과 별반 다른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명주소의 장점이나 사용 필요성에 대해 백 번 교육하면 무엇하느냐”며 “이론으로 완벽하게 이해해도 현실로 들어가면 여전히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집배원은 도로명주소의 원초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실제로 배달을 다니다 보면 도로명주소의 취지도 좋고 이론도 좋지만 ‘길 따로 이름 따로’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골목이 많은데 도로 이름이 중구난방으로 지어져있고 기준이 되는 도로가 멀리 동떨어진 곳이 많아 대체 기준점이 어딘지 알 수가 없으니 배달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으로 ‘도로명주소는 이런것이다’라는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도로 이름과 시행 방침 자체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본은 “‘교육자료’를 통해 집배원들의 도로명주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극적 설명을 통한 대국민 홍보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 우정사업본부

한편, 우정본부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6일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각 우체국에 배부한 것은 도로명주소에 대한 핵심사항을 정리한 ‘교육자료’ 였을뿐 ‘입막음’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에 대해 이를 가장 많이 접하는 집배원들이 정확한 이해와 적극적인 설명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새주소와 관련한 문제점을 언급할 시 징계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발설했다 해도 징계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공지한 사실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다만 해당 업무 관련자들이 “도로명주소 시행에 관련한 숙지훈련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했지만 기존 지번주소에 익숙해진 집배원들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더욱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해 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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