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정유·석유화학 기업인 에스오일이 최근 여러 악재가 겹쳐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2013년 실적이 전년 대비 무려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더욱이 정유사업 분야 전반에 만연된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닝쇼크’ 에스오일…정유 사업 극도 부진 탓
SK이노베이션·GS칼텍스도 ‘휘청’…“업계 위기”
2014년 두 가지 호재 기대감…반전 성공할까
지난 1월 27일 에스오일은 “2013년 매출은 31조1,585억 원, 영업이익 3,991억 원, 당기순이익 3,126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과 대비해보면 일단 매출은 10.3%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좋지 않았던 작년 시장상황을 감안해보면 비교적 ‘선방’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 ‘반 토막’ 폭락 겪어
그렇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년 에스오일이 올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낙폭은 단순하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락치가 예상보다 훨씬 큰 이른바 ‘어닝쇼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에스오일이 작년에 거둔 영업이익 3,991억 원은 전년과 대비해 반 토막에 육박하는 수치인 48.9%나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스오일의 2013년 당기순이익(3,126억 원)도 무려 46.6%나 감소한 수치다.
사업 분야별로 보면 에스오일 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분야로 꼽히는 정유부문에서 특히 영업손실(3,219억 원)을 크게 입은 바람에 회사 전체의 실적까지 끌어내린 결과를 초래한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정유 사업 부문은 에스오일 전체 매출 가운데 무려 81.9%이나 차지하는 핵심 중 핵심 분야”라며 “이렇게 정유 사업 부문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극도로 부진한 양상을 보인 이유로는 무엇보다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제 마진 하락은 원·달러 환율 변동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에스오일이 이를 자사 역량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정제마진을 연간 평균으로 낸 수치는 2012년에는 배럴당 3.2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 2013년에는 2.5달러로 무려 22%나 내려가며 에스오일 실적에 결적적인 타격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지난해 에스오일의 정유부문은 2/4분기부터 59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이후 3/4분기(1,687억 원)와 4/4분기(2,251억 원)에도 연속적으로 적자를 이어나가는 상황에 놓였다.
반면 정유 사업 부분 외에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에서는 각각 5,654억 원(석유화학), 1,556억 원(윤활기유)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에스오일의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역시 특히 최근인 2013년 4/4분기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에스오일이 작년 한해에 기록한 ‘부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올해 가야할 길이 꽤 멀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정유업계 전체가 위기’

에스오일은 2013년 4/4분기 매출로 8조445억 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527억 원, 당기순손실은 46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결국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모두 적자로 전환된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작년 한해 전체 매출은 물론 특히 4/4분기 실적이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원인에 대해 에스오일 측은 “지난해 4월 대규모 정기 보수를 실시해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에스오일은 “여기에다 정제마진도 줄어 실적이 떨어졌으며 또 경기 둔화 현상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결국 이 모든 요인이 전반적인 부진이라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스오일 측은 “이렇게 지난해 실적이 하락됨에 따라 지난 2013년 결산 배당금은 2012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상황 탓에 배당 금액 또한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에스오일이 지난해 거둔 실적 부진 문제는 사실 정유업계 전체에 해당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동종 기업인 SK이노베이션도 실적 면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GS칼텍스도 이익 면에서 적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는 심상치 않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월 4일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251억 원·순손실 84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SK이노베이션이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2/4분기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측은 올해부터는 석유화학·윤활유 등 정유 이외 분야로 분류되는 사업을 예년보다 큰 폭으로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GS칼텍스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GS칼텍스가 지난해 4/4분기에 올린 실적은 11조7,920억 원, 영업이익은 13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매출의 대다수를 점하는 정유사업 부문에서는 10조2,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530억 원이나 되는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정유 기업이 이렇게 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계에서는 “올해도 전망이 좋지 못하다”고 여기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 같은 부진은 특히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그동안 대 중국 거래에 압도적으로 비중을 두어왔던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게 된 탓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중국은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정제시설을 크게 늘렸으며 이에 따라 국내 정유기업도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양상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최근 환율 등 여러 이유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결국 중국 정유업계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요 부진 사태가 일어나자 국내 기업까지 가격 폭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가지 호재도 있어
증권가에서도 “올해도 원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쯤 호주 및 일본의 정유업체 설비가 폐쇄에 돌입해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8~9달러대를 회복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국내 기업이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 ‘보릿고개’ 기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국내 정유업계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에스오일의 경우 올해 초부터 두 가지 호재가 생겨 낙관적 전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스오일이 맞이한 첫 번째 호재는 지난 1월 6일 한진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내놓은 에스오일 지분을 최대주주이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약 2조원에 전량 매입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일이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에스오일에 대한 지분은 60%대로 뛰어올라 단독경영 체제를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이로써 에스오일은 한진그룹이 2007년 4월 지분을 인수한 이후 6년 만에 아람코의 단독경영체제로 전환된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아람코는 5조원 대 규모의 투자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2일 에스오일 최대주주인 칼리드 알 팔리 아람코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에스오일이 울산에 공장 확대를 위한 토지를 찾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5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전격적으로 밝혀 에스오일에게 긍정적인 상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에스오일 측은 울산에 정유석유화학 생산시설을 짓기로 하고 현재 부지확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재 정유업계 3위인 에스오일이 다른 경쟁사를 제치고 결정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에스오일이 지난 1월 29일 호주 유류 공급업체 ‘유나이티드 페트롤륨(United Petroleum·UP)’의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회사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호재로 꼽히고 있다.
에스오일 측은 공시를 통해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륨의 일부 지분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해 배타적 협상 권한을 가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페트롤륨 측은 작년 6월 지분 전체 또는 일부 매각 방침을 정했다.
유나이티드 페트롤륨은 BP·칼텍스·셸 등 해외 유수의 정유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호주 최대의 유류 공급업체로 꼽히며 연간 2조원 수준의 매출액을 올리는 상당히 탄탄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에스오일은 지난 2013년에는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의 자회사인 ‘유나이티드 터미널’과 1조 7,533억 원 규모의 경유 및 휘발유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전례가 있어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과 맺은 인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편 에스오일 관계자는 “현재 지분 인수 규모나 경영권 참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에스오일이 유나이티드 페트롤륨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호주를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