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 이준기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 이준기
  • 남지연
  • 승인 2006.01.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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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란’으로 혹독한 성장통 딛고 일어선
개띠 스타 중 인기 급상승중인 이준기.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와 SBS 드라마 ‘마이걸’에 출연 중인 그는 곱상하고 중성적인 외모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이준기가 새해 첫날 천국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광대 공길 역을 맡은 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 첫 주 젊은층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전국 관객 110만여 명을 동원하며 흥행작 대열에 올라섰다. 거의 초짜인 이준기에게는 대단한 흥행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남자 배우로서 연기하기 힘든 여성성이 강한 캐릭터인 데다 연산과 장생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해내 관심이 집중됐다. 또한 최근 출연 중인 SBS 드라마 '마이걸'도 시청률 20%를 넘는 사랑을 받고 있어 이준기로서는 기분 좋게 새해를 맞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승승장구에 제동을 건 것은 신년 벽두 터져 나온 친일 발언 논란이었다. 작년 5월 일본어 동아리 선배의 미니 홈페이지에 '친일파 좋아' '일본은 내 나라인데'라는 댓 글을 남긴 게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이준기는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솔직히 지금 공황 상태다.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나로서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점을 놀리듯이 주변 친구들이 닉네임처럼 '친일파'라고 불렀으며, 결국 친일파는 이준기 자신을 지칭하는 셈이다. 또 '일본은 내 나라인데'라고 썼던 것에 대해서 이준기는 “언젠가 배용준 선배처럼 배우로서 일본을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당시 평소에 '일본은 내 땅이나 다름없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책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고요. 한창 붕 뜰 수 있을 때 오히려 이런 일이 제게 조심성을 가르쳐줬다고 생각할 겁니다."라며 반성했다. 호되게 성장통을 겪은 신인 이준기는 올해 계획에 대해 “영화판에서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카메라를 통해 보면 제 얼굴은 왼쪽과 오른쪽이 많이 다르다고 하세요. 오른쪽 얼굴은 강한 반면, 왼쪽은 정반대로 아주 순하게 보인다네요.” 이준기는 “천의 얼굴을 연기해야하는 배우로선 한 얼굴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살려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재산이냐”고 말했다. 그는 ‘왕의 남자’에서 타고난 미색 때문에 여러 양반들에게 농락당하고, 권력의 정점인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광대 공길 역을 맡았다. 이 역은 '왕의 남자'의 주인공 감우성이 탐을 냈던 역이기도 하다. "동성애 느낌이 나는 역이라고 전혀 꺼릴 게 없었다. 이런 역은 어떤 배우에게도 다시 주어지지 않을 역이라고 생각해 못해내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했다." 촬영 기간 동안 이준기는 스스로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공길이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남자라는 점에서 눈을 백치처럼 보이려고 카메라 앞에 수도 없이 다시 섰다. 연기도 말보다 동작으로 광대란 캐릭터를 드러내는데 주력했다는 것. 그는 “이준익 감독이 공길은 연산이나 장생 등 강한 인물과 부딪히지 않게, 흔히 여배우에게 요구하는 백치미 같은 눈빛을 요구했다”며 “스스로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상황을 연출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미숙하지만 '왕의 남자'를 촬영하기 전에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상대 배우와의 호흡까지 하나하나를 다시 배웠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런 이준기에게 SBS 드라마 '마이걸'은 또 다른 도전이다. 중성적인 광대 공길에서 재벌 2세 정우 역으로 180도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고운선의 얼굴 때문에 중성적 이미지의 연기자로 꼽히지만 그는 태권도 4단의 운동 매니아이다. 드라마 ‘마이 걸’에서, 이다해가 깡패에게 쫓기는 장면 촬영 때 대역 없이 직접 결투 장면을 찍는 등 영화와는 정반대로 말과 동작에서 강한 면모를 한껏 펼쳤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님이 백치미를 강조했다면 '마이걸'의 전기상 감독님은 강한 남자를 주문했다. '왕의 남자' 이후 게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던 이준기는 스스로를 "두 캐릭터 모두 실제 나와는 거리가 있다. 미숙한 아이 이준기는 나 스스로도 모를 놈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를 모른다. 광대인 이준기와 인간 이준기 사이의 간극을 메워 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아직 스스로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이길 낯설어했다. "배우는 언젠가 내가 도달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디 가서 함부로 배우 이준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겸양이야말로 신인의 미덕이지만 이준기에게 겸양은 배우의 길을 걷는데 있어 당연한 과정 중 하나이다. "배우로서 이준기는 광대이다. 여기 기웃거리고 저기 기웃거리면서 날품을 팔고 또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운다. 하지만 인간 이준기는 아직 미숙하다. 광대 이준기에게서 인간 이준기를 요즘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결의에서 겸양을 미덕으로 삼아 더욱 힘차게 날아오를 인간 이준기의 모습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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