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개각론 놓고 엇박?
당청, 개각론 놓고 엇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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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靑 인사청문회 우려, 黨 여론악화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개각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시 개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잇따른 실언 논란으로 해임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여파가 다시 개각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 전 장관 해임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지속적 질타를 받아온 현오석 경제팀에 대해서도 이참에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 등 부담스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 청와대는 여전히 개각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개각을 거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여당 지도부에서조차 ‘시기를 놓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며 개각론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전 개각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 개각론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사진 / 청와대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을 때,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발언들을 쏟아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바 있다. 야권에서는 현 부총리에 대해 즉각적 경질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를 꺼내드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을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해주길 바라면서 이런 일의 재발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국민 정서와 괴리된 현 부총리의 실언에도 박 대통령은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었다.

국민 분노가 거센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에 대해 거듭 재신임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부총리 해임에 따른 개각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재신임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개각’이라는 말 자체에 극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초 개각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개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서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 1초도 아깝다”며 “정부 전체가 힘을 모아 국정수행에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내각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에 전력해야 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를 보면 분위기 쇄신으로 개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국가를 위해 이벤트성 개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권 2년차 국정안정을 위해 개각설을 차단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의 개각 요구를 이벤트성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발 빠른 윤진숙 후임 내정 왜?
그런데 이처럼 개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발생했다. 현오석 부총리에 대한 경고가 생각지 못했던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숱한 처신 논란에 휘말려 왔었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곳곳에서 보인 그의 태도에 국민은 경악하며 허탈해 했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비난을 퍼부었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박 대통령도 더 이상 윤 전 장관을 감쌀 수 없었다. 게다가, 불과 수일 전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던 터라 그냥 넘기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윤 전 장관을 해임 조치했다. 일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교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공석이 생기면서 개각설이 급격히 다시 불붙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으며 개각을 고려치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이와 관련해 “윤 전 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외부에서 추가 개각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너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서 개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어떤 움직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 같이 확고한 입장에 따라 윤진숙 전 장관 후임까지 발 빠르게 내정했다. 윤 전 장관이 해임된 지 6일 만인 12일, 청와대는 4선 중진의 이주영 의원을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했다. 이처럼 발 빠른 후임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개각 요구가 확산되는데 따른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수부 장관 후임 인사로 개각 요구를 완전히 잠재우기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개각 요구의 핵심 타깃은 윤진숙 전 장관이 아닌 현오석 부총리였기 때문이다. 윤 전 장관은 개각론이 재점화 되는데 도화선이었을 뿐이란 얘기다.

게다가, 청와대가 강경하게 개각 요구를 틀어막고 있는 것과 달리 여당 내에서조차 더 이상 개각은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기가 문제일 뿐, 개각은 더 이상 막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개각론자들의 시각이다.

윤진숙 전 장관 해임 이튿날인 지난 7일 MBN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가 장관 교체 등 개각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없다’는 의견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였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9%로 나타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 유·무선 전화 임의번호걸기(RDD),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한 개각 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개각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경우 인사 쇄신의 가장 우선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與조차 ‘개각 불가피’ 삐죽삐죽
야권의 거센 개각 요구와 달리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새누리당에서도 윤진숙 전 장관 해임을 계기로 개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사청문회 등으로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문제가 되는 인사들을 방치했다가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비호감 장관들과 싸잡혀 지방선거에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인 셈이다.

이와 관련, 친박 유기준 최고위원은 6일 TBS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비단 해수부 장관 뿐 아니라 장관들이 1년이 지났으니 평가도 한번 해보고 수요가 있다면 그런 부분(개각)도 한번 점검을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소폭 개각에 그친다 하더라도 민심을 쇄신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다만, “경제기조가 마련된 상황에서 갑자기 교체를 하면 혼란이 있을 테니 한번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덧붙였다.

강석호 의원도 7일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윤진숙 전 장관 해임과 관련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 본다면 전면개각도 그렇다 하지만, 부분개각의 필요성도 아주 절실하다”고 개각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문제점이 일어난다면 그 당시에 적저적소로 바꿔줘야만 여러 부분에서 국민들의 불만도 같이 해소가 될 것”이라며 “굳이 이렇게 싸안고 간다면 실망스런 부분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개각을 할 수 있다면 수시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최고위원 또한 10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를 통해 “개각은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 소견으로는 소폭이라 하더라도 민심을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경질 필요성에 대해서는 “경제활성화의 초석이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폭 개각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폭 개각의 의미에서 경제팀에 적용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인 11일 조해진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또 우려를 표시했던 부처들 가운데서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부서들이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개각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 의원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를 해야 되는 문제를 비롯해 몇 가지 고려사항들이 있기 때문에 개각의 필요성은 저도 느끼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고심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각 필요성이 있음에도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등을 우려해 개각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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