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관련법, ‘경제119’?
경제민주화관련법, ‘경제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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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19조 입법정신 구현하려면 국민공감대 커져야

모든 이질적 집단과 계파, 경제주체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헌법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가운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동심동덕(同心同德)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대동단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다람쥐 쳇바퀴 신세인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도약의 확실한 길이 열릴 것이다.

▲ 작년 가을 경실련 및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민변민생경제위 관계자들이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개선 등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빈부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 해결책 기대
경제주체간 조화 통한 상생의 길 제시해야
‘119’ 역할 하면 선진국 도약의 서광 도래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우심(尤甚)해지고 있다. 가진자(haves)와 못가진자(have-nots)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갑’이 ‘갑 질’해댈 때 ‘을’들은 당하면서 복수의 날을 갈게 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뜻있는 자들은 물었다. “안녕들 하십니까?”하고…. 힘들고 가진 자들에게 치이면서도 건강하게 잘 있는지 자문하고, 또 상대에게도 묻는 것이었다.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흩어지고 있는 민심을 어루만지면서 사회 통합(social integration)을 이뤄내는 것이 정치의 화두가 되어왔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여야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우선 경제민주화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기초로 하여 시장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제적 평등을 최대한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구호로만 외친다고 이뤄지지 않기 마련이므로 공정경쟁을 유지하는 한편 국민 모두에게 여러 가지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하고자 하는 제도적 시도가 동반된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견을 종합해보면 경제민주화란 대체로 ‘빈부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 긴급 구조 신호 ‘경제119’

여기에는 경제적, 사회적 계층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는 물론 대기업을 규제해 중소기업의 입지를 강화시키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돼있다.

그리고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1항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담고 있다. 2항은 그로 인한 부(富)의 편중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여지를 둔 조항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119조 2항을 근거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 현상을 법으로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법적, 정치적 주장을 통칭해서 일반적으로 ‘경제민주화’라고 부르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정치신조로 삼고 이의 법제정을 주창하고 있는 야당 한 중진의원은 ‘경제민주화기본법’은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민경제회생 119법’이라고 갈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국민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119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긴급 구제를 위해 ‘119’ 다이얼을 돌리듯 우리 경제를 구제하기 위한 법제도가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것.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산업과 노동, 금융과 조세, 대기업과 중소기업, 교육과 자치, 도시와 농어촌, 개발과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정부 정책들은 상호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의 단편적 대증요법적 정책을 지양해 각 정책들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평가하면서 각 경제주체 모두가 상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양극화 극복해야 경제민주화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한미 무역자유화 등 FTA체제가 지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기업 양극화, 가계소득 양극화 등 국가경제 양극화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지난해말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경제민주화와 민생살리기를 위한 입법간담회가 열렸다.ⓒ뉴시스

IMF 외환위기와 FTA로 인한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 골고루 분배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소홀히 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기업 및 가계부문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전체적인 경제지표가 호조임에도 심각한 내수부진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경제 사회적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 정부는 캠페인 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혜택을 내세웠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의 길로 가고 있는 인상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다양한 정책대안 가운데 경제민주화가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젠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입각해서 ‘잘되는 이를 더욱 잘 되게 하고 없는 이들은 낙수효과(落水效果 , trickle down effect)나 향유하라’는 불균형 성장론을 견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낙수효과란 대기업 및 부유층의 소득이 증대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경기가 부양되고, 전체 GDP가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다.

이 이론은 국부(國富)의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우선을 둔 주장이다.

이젠 ‘을’들은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분배하는 국가경제 재구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비춰 경제민주화가 이제 시대정신(Zeitgeist)이 됐다.

정부도 시대정신 구현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 3개 법률의 개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들 개정법과 부속 시행령은 2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즉,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법인 것.

더불어 거래단계의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통행세 관행을 금지하고, 대기업집단이 우호적 M&A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편입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24시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으며, 인테리어 변경 공사비의 최대 40%를 본사가 부담해야 하게끔 바뀐다. 또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점주에게 과다한 위약금을 물릴 수 없게 된다.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은 부당특약으로 간주되는 계약조건 및 보증기관의 지급보증금 지급사유 등 하도급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또 대물변제 방법‧절차 등을 마련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 활성화와 경제민주화는 대한민국 경제의 쉼 없는 전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개의 수레바퀴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를 살리는 일과 함께, 국민들께 약속한 경제민주화 또한 중단 없이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역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에는 국민 대부분이 동의한다”고 설파했다.

▲ 지난해 12월 10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참석자들이 '경제민주화, 과연 경제활성화와 대립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뉴시스

동심동덕(同心同德)하여 대동단결

경제민주화 추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간 이견(異見)도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다.

법률의 으뜸인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만큼 경제민주화에 대한 근본 입법 취지에는 국민 거개가 동감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천 방법이다. 벌써부터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이 시행된다고 하니까 제재 당사자들인 일부 대기업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이런 구태가 재연된다면 경제민주화는 구두선이고 공염불이다. 계층간 조화와 화합, 국민경제의 균형되고 건실한 성장,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등의 헌법 정신은 형해화(形骸化) 될 것이 분명하다.

차제에 모든 이질적 집단과 계파, 경제주체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헌법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동심동덕(同心同德)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대동단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다람쥐 쳇바퀴 신세인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도약의 서광이 도래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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