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미공개 실적유출, 증권가 발칵
CJ E&M 미공개 실적유출, 증권가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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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관투자자 간 은밀한 거래…개미만 죽는다

▲ CJ E&M이 지난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일부 기관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유출해 주가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만 크게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 계열사인 CJ E&M(대표이사 강석희)이 부진한 실적 정보를 기관투자자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알려줘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을 총알받이쯤으로 생각하는 대기업의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금융당국도 실적 정보를 제공한 CJ E&M 관계자와 증권사 관계자 등에 대해 검찰 고발하고 증권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계열사인 CJ E&M은 영화 배급과 기획,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등을 제작-배포하는 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16일 돌연 주가가 9.45%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해 관심이 쏠렸다. 확인 결과, 회사의 IR 담당자가 이날 오전 주식시장 개장에 앞서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비밀스럽게 알려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공시제 위반, 모럴헤저드 심각
이 같은 정보를 얻은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106만 주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103만 주나 순매수했다. 주가는 다음날도 1.22% 더 떨어졌고,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CJ E&M 측은 실적 정보를 유출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3분기 영업이익이 85억원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가 2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쇼크가 올 만한 실적이었다.

CJ E&M 측은 이 같은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해 “IR 담당자가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충격을 막기 위해 사전에 조정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히 경영 관련 주요 정보를 모든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공정공시제’를 위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 간 은밀히 이뤄지는 경영정보 교환으로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은밀한 정보 교환이 주식시장에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의 IR담당자들이 자신과 친분이 깊은 에널리스트들에게 기업 정보를 유출하는 일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업이 살고자 개인 투자자들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전형적인 모럴헤저드인 것이다.

CJ E&M 경영 정보 유출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CJ E&M의 2013년 10월 주식 공매도 거래 내역에 따르면, 하루 평균 1억원 안팎이던 공매도 금액이 경영 정보가 유출됐던 16일에는 124억 8천만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공매도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파는 것으로, 보통 약세장이 예상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고 이 같은 매도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당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실적 저조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자, 공매도를 통해 단기 매매차익까지 또 노렸던 것이다. 즉 사전 정보를 통해 주식을 순매도함으로써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던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까지 함으로써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겼던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공매도를 통해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낸 것으로 파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업의 IR 담당자와 일부 에널리스트들 간에 친분이 있는 경우, 기업의 경영 실적이 사전에 은밀히 유출되는 경우가 관행처럼 이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이 같은 주가조작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뉴시스
◆朴정부 엄단 의지, 떨고 있는 에널들
파문이 확산되자, 박근혜정부에서 강력한 엄단 의지를 가지고 출범한 자본시장조사단이 나섰다. CJ E&M을 담당하는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 애널리스트들을 줄줄이 소환해 강도 높게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 것.

3개월가량 집중 조사한 자본시장조사단은 13일, CJ E&M의 IR 팀장 등 3명과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모두 10여명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사건에 가담한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 등의 행정조치를 추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주식시장의 금융질서 확립을 강조했던 만큼, 본보기 차원에서도 엄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이달 말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제재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J E&M 사건 파문은 증권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 같은 범죄는 자본시장의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범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도 증권범죄는 가중처벌 조항까지 적용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중형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미공개 정보와 관련한 범죄 처벌 대상은 최초 유출자와 1차 정보 취득자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특성상 정보 취득을 통해 이득을 본 2차, 3차 대상자들이 있겠지만, 이들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급히 처벌 폭과 수위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에 관행처럼 이어져온 이 같은 미공개 정보 교환에 대해 특단이 필요하다.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언제까지나 기업을 위한 봉사자만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1일 새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주가조작에 대해 엄단 의지를 밝힌 것으로, 금융당국은 같은 해 4월 18일 주가조작 등과 같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찬우 금유위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벌금형이 필요적으로 병과 되도록 하고, 몰수와 추징도 의무화하여 부당이득을 최소 2배 이상 환수하겠다”며 “신종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규제를 신설해 현행 형사처벌 대상인 불공정거래 행위보다 그 정도가 약한 신종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규제 공백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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