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그는 오히려 더 하다
이택순, 그는 오히려 더 하다
  • 정흥진
  • 승인 2006.01.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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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사 정책은 도대체 어떤 검증절차를 거치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청장직 자진 사퇴를 계기로 부랴부랴 새롭게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택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하여 허 청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우게 되었기에, 그의 내정에 대해서 보통의 국민들은 ‘그렇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정이 확정되고 난 뒤 일각에서는 그의 전력을 차근히 따져보며, ‘과연 허 청장보다 괜찮은 인물이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물의를 빚고 떠난 허 청장의 자리에 그 보다 더 강경했던 전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을 내정자로 앉히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허 청장은 비교도 안 돼 허 청장도 그렇고, 새로 내정이 예정된 이택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역시 그렇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 문화와 진압 방법 등이 어떻게 개선되어져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우두머리 한 사람을 바꿨다고 해서 뿌리까지 한 순간에 변화되어질 수는 없는 법. 더욱이 이 내정자의 경우에는 벌써부터 화려한 시위 진압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1.2 내각 구성과,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 투쟁 등으로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 내정자의 임명은 이루어졌고, 어느 누구 하나 왜?, 과연? 등의 의문을 품어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언론 또한 허 청장의 사임 소식만을 거대한 비중으로 다루었지, 이 내정자의 내정 소식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차근히 생각을 되짚어보려는 일부에 의해 이 내정자의 전력이 하나하나 파헤쳐지고 있으며, 드러나는 과거들로 인하여 이 내정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 하고 있는 분위기다. “궁극적으로 시위 진압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장을 교체하려는 것인데, 지난 번 보다 더 강경진압으로 물의를 빚어왔던 사람을 자리에 앉히다니”하는 비난 섞인 우려의 목소리들이 그것이다. 이 내정자의 경우 경기경찰청장직을 수행하면서 숱한 사건과 사고를 접해왔다. 그 뿐 아니라, 시위대와의 갈등 또한 만만치 않게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가 재임하고 있던 지난해 1월. 정부 과천청사는 시위대에 의해 무너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물론, 건물이 무너졌다는 뜻은 아니다. 청사 경찰 경비들이 시위대에 의해 경비벽이 뚫려버렸던 사건을 말 하는 것이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청사 입장에서도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음은 물론, 경찰 내부적으로도 치욕스러운 사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 듯이 시위대에 맞서는 경찰을 보고 과잉진압과 관련하여 함께 비난의 화살을 쏠 수는 없지만, 그 사건 이후부터 달라진 경기경찰청 시위 진압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 할 것이다. 청사 사건과 관련하여 문책을 당할 것을 두려워했던 이유에서였는지, 이 내정자 스스로에게는 보다 강경한 자세로 시위대를 진압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심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이후 시위 진압에 있어서는 강경책을 너무 남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모습으로 변화해 갔다.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는 사건이 바로 그 무렵 발생했다. 국민들은 시위대에 대한 ‘새총 진압 사건’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지난해 봄.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들이 다소 과격한 시위를 하자, 화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자신들이 직접 새총을 만들어 시위대를 향해 마구 쏘아댔다. 그것도 골프공으로 말이다. 새총에 골프공을 끼워 날렸다는 것만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보다 더 해, 심지어는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시위대에게 날리기도 했었다. 과연 이것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인지 싶은 생각을 들지 않을 수 없게 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관할 경찰서장 등이 직위해제 되기는 했지만, 이 내정자는 그러한 전력을 바탕으로 하고서도 경찰청장에 내정되는 놀라운 인사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 이 내정자는 지난해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진압봉과 방패로 과잉 진압을 한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다시 말해 허 청장이 한 번의 실수로 경찰청장의 옷을 벗게 되었다면, 이 내정자는 이미 수차례 과잉진압과 관련되어 시위대들의 비난을 받아온 인물이었기에 옷을 벗어도 수차례는 더 벗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노무현 = 이해찬 = 이택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정자의 경찰청장 내정이 이루어진 점에 대해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오점들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청장직을 내정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심중을 알 수 없는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인사 정책인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내정자 역시 이해찬 총리 코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리와 고등학교, 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였던 그는 행시 18회 출신으로 종로경찰서장,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정보 3과장, 경남경찰청장을 거쳐 2004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까지 지낸 노무현 정부의 성실한 일꾼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인사 정책은 무엇으로 판단하고, 무엇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한다. 어떤 계기가 있다든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너 해, 너 해”하 듯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총리나 노 대통령의 측근이고 아니고의 중요성은 관계없다. 누가 자리를 맡게 되든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열심히만 일한다면 그보다 좋은 인사 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따질 것은 따지고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허 청장이 그러한 오명을 바탕으로 해서 옷을 벗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못지않은 전력을 지닌 인물을 눈치 한번 보지도 않고 오히려 “흠 잡을 데 없는 인물이기에 청문회에서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정부는 한 시라도 빨리 인사 정책에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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