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국립경상대학교 RIS사업단 강석중 단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통영시는 경상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도농복합형태의 도시로 고성반도의 중남부와 191개(유인도 41, 무인도 150)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통영은 지리적 특성상 일찍부터 육로보다는 해로교통이 발달하여 부산에서 여수를 잇는 항로의 중심 역할을 해 왔으며, 연중 난류의 영향을 받은 온난다우한 해양성 기후 조건으로 간만의 차가 적은 남해안 특유의 자연 생태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통영시에서는 지난 2003년 시 관계자와 의원, 수산단체장 등 15명이 모여 통영명품수산물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영해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대상으로 명품수산물 6개 품목을 선정했다.
통영을 대표하는 수산물로의 육성을 위해 치러진 본 행사의 결과 지난 2004년 시에서는 본격적으로 ‘통영명품 진주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 통영에서 생산되는 진주를 가공․육성하는 계획에 국비 37억 5000만원을 비롯, 3년간 총 64억 6200만원을 지원하기에 이른다.
이에 독자적 진주 가공 기술을 개발, 지역 사업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세계로까지 발을 내딛은 단체가 있어 화제다. 진주의 그것과도 같은 형형한 눈빛을 뿜으며 오늘도 진정한 명품(名品)으로 거듭나는 진주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국립경상대학교 RIS사업단 강석중(해양생명과학과 교수)단장을 만나 진주 산업 전반에 대해 들어 본다.
◆ 낙후된 지역 경제와 기반 붕괴된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 결성
통영명품 진주산업 육성을 위한 국립경상대학교 RIS(Regional Innovation System)사업단은 지역 혁신 시스템 구축 및 지역 경쟁력 강화와 자립형 지방화 실현을 지향하는 전환의 초석 마련의 일환으로 지방의 주도 하에서 명품 진주 생산을 통해 낙후된 지역 경제와 기반 붕괴된 수산업을 살리기 위하여 지난 2004년 결성된 단체이다.
경상대RIS사업단(이하 RIS사업단)은 오는 2007년까지 진주산업 육성에 매년 18억 정도 투입할 예정인 산업자원부와 통영시의 후원을 업고, 주관기관 ․ 참여기관 ․ 협력기관 간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여 기술개발-인력양성-기업지원-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진주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였다.
이에 1차년도인 지난 해 원주가공기술 개발 및 현장애로기술 해결, 각종 기초조사 등으로 사업 기반을 조성한 RIS사업단은 향후 국내외 마케팅 및 고급원주 생산, 대형진주 생산 등의 마케팅 지원과 장소마케팅, 문화관광마케팅, 테마관광, 토탈브랜드 구축,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자립화 등의 연속 사업을 계획, 추진하며 발전의 선상에 있다.
◆ 천혜의 조건을 갖춘 통영은 진정한 보석 진주(眞珠)의 고향
통영은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 지정한 청정지역으로서 양식을 위한 최적의 자연 조건을 자랑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양식 기술자들이 최고의 광택을 지닌 진주를 생산하고 있다.
좋은 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 조건과 양식 기술의 조화가 필요한데 이때 진주 조개 최적의 양식 조건이란 연중 수온 30˚C이하, 겨울철 수온 10˚C이상, 염분 농도 25~30%, 풍부한 플랑크톤, 완만한 유속, 순조로운 해수 순환, 23~25˚C의 수온에 해당하는 자연 환경을 말하며, 통영의 경우 이와 같은 천혜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어 진정한 보석 진주의 고향이라 명명(命名)된다.
풍부한 먹이를 먹고 자라는 통영의 진주모패(母貝)는 핵을 감싸는 진주분비물 층이 0.3미크론 두께로 얇고 넓은 판상 구조 결정질을 가진 균일한 진주층을 형성하여 진주를 보다 완벽한 원형에 가깝게 하며, 가장 좋은 빛깔인 핑크톤이 감도는 광택을 만들어 낸다.
통영의 4계절 수온 변화 역시 핑크빛 또는 초록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광택을 지닌 진주를 만드는 자연 조건으로서, 진주 표면의 적은 흠집이나 둥근 진주의 형태, 0.3mm이상 되는 진주층의 두께, 화이트빛 실체색 등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영롱한 진주의 빛을 자아낸다.
◆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색감을 자랑하는 통영 진주
좋은 품질의 진주는 그 형태가 원형에 가장 가까우며, 진주의 흠집이 전체 표면적의 0.8% 미만이라야 한다. 통상 아코야 진주의 경우 9mm이하, 남양 진주의 경우 10mm이상이 가장 이상적인 크기이며, 빛깔은 골드 실체색에 핑크오버톤, 흰색 실체색에 핑크오버톤, 흰색 실체색에 그린핑크오버톤을 띠어야 하고, 진주층의 두께가 0.3mm이상이 돼야 좋은 진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수렴하는 것이 바로 통영의 진주이다. 통영에 적합한 아코야 진주는 천혜의 자연 조건에 의해 생성된 균일한 진주층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나오는 핑크빛이 감도는 광택이 타 진주와의 비교를 거부할 만큼 우수하다. 아시아에서는 화이트실버색에 핑크빛이 감도는 광택을 선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색상에 따른 선호보다는 맑고 진한 색감을 중요시한다.
아코야 진주는 남양 진주에 비해 큰 사이즈의 생산이 어려우나 보통 5~9mm사이의 사이즈에서 광택, 모양, 색감이 우수한 진주가 생산되며, 은은한 느낌의 남양 진주와는 달리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특색으로 한다.
◆ 독자적 진주 가공 기술 개발의 쾌거를 이룩한 RIS사업단
진주 산업은 6조원의 세계 시장과 1200억원 대의 국내 시장이 형성돼 있어 통영의 새로운 산업 기반으로 뿌리를 내림으로써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임이 기대되며, 이에 앞장 선 RIS사업단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세계 진주 시장의 주 공급처인 일본산 진주 생산량이 감소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고품질의 통영 진주의 생산은 세계 시장 진출로의 전망이 밝다. 따라서 그간 가공 기술이 전무한 상태였던 까닭으로 진주 원주만을 일본에 그대로 수출하는 전형적인 일본 종속 산업 형태를 띤 진주 산업에 있어 RIS사업단이 이룬 독자적 가공 기술 개발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경상대RIS사업단의 선두에서 오늘도 진정한 보석 진주의 생산을 위해 주무하는 강석중 단장은 “지방이 살면 국가가 삽니다. 통영의 경우만 해도 수산업이 성황을 이루던 이전과 달리 지방 통제나 수입 자유화와 같은 규제에 묶여 현재는 거의 공황 상태로까지 치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비단 통영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지방이든 안고 있는 문제이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입니다.
전국 55개 RIS사업단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중앙에서 결정하여 지방으로 분배하는 식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지요. 아울러 지역 발전 없이는 대학 발전도 더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예전처럼 외국의 것을 그대로 베껴낸 지식이 아니라 보다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신기술이 필요합니다. 지역 발전이 대학에 기여하는 까닭도 그러한 차원에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지식인으로서의 참된 면모를 보여 귀감이 되었다.
강석중 단장의 휘하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사사로운 여가도 허(許)치 않으며 매 시간 보다 빛고운 진주를 생산해 내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는 경상대학교 RIS사업단에 가없는 찬사를 전한다.
가슴에 품은 열정이 그대로 담긴 듯 형형한 빛을 발하는 RIS사업단의 눈동자는 또 하나의 진주를 떠올리게 하고도 남음직 하다. 이에 아름다운 통영의 진주가 머지않아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굴지의 보석으로 자리 잡는 날을 기망(祈望)해 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