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빠진 제일모직, 전망은?
충격 빠진 제일모직,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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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변경 후 첫 위기…재계 관심 집중

 제일모직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9월 말 패션 부분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직후 집계된 제일모직의 4/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에 육박하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종을 변경하자마자 처음으로 맞는 일종의 위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은 올해 예정됐던 소재 사업 투자 계획까지 잠정 보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올해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어느 계열사보다도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제일모직이 패션 부분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직후 집계된 4/4분기 실적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업종 변경 후 처음 맞는 위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이례적인 실적부진…주력 사업 수익성 악화 탓
“삼성 소재사업 육성 주도” 점쳤지만 ‘전면 유보’
제일모직 미래 두고 재계 ‘밝지 않다’ 對 ‘괜찮다’

삼성그룹에서 가장 오래된 계열사 중 하나로 꼽히는 제일모직은 작년 4/4분기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적자를 기록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의 4/4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기록하는 와중이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해석된다.

예상 밖 적자로 ‘충격’

지난 2월 7일 제일모직은 2013년 4/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1조910억1,200만원, 영업 손실은 93억3,500만 원, 당기순이익은 837억7,300만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제일모직의 이번 공시는 패션 부분을 에버랜드에 넘기고 사업 분야를 케미칼·전자재료에 집중하는 구조 조정을 단행한 이후 처음 발표하는 것이라 재계 전반으로부터 강한 호기심을 모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매출의 경우 전년(201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4.1% 가량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도 동기 대비해보면 무려 135.2%나 늘어났다. 최소한 공시 상 나타난 수치로만 보면 제일모직이 4/4분기에 상당히 좋은 수준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업이익 면에서 보면 제일모직이 처해있는 상황이 낙관적이라기보다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바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불과 직전인 지난해 3/4분기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3.8%를 기록했던 것과는 커다란 대조를 보인 결과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렇게 제일모직이 분기 실적 면에서 영업 손실을 낸 경우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타 계열사와는 달리 오랜 기간 적자라곤 모르던 제일모직이 느닷없이 맞이한 부진한 양상이라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물론 제일모직이 공시한 수치를 보면 당기순이익은 135.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얼핏 제일모직이 올해 사업 구조 변동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여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나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제일모직이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양도하면서 발생한 차액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익성이 상당히 나빠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일모직이 작년 4/4분기에 부진한 결과를 보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결정적으로 제일모직이 현재 주력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 분야인 전자기기·합성수지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의 수익성이 유의미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 계획 전면 보류하기도

실제로 제일모직의 양대 사업 축인 케미칼과 전자재료 분야 모두 이익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제품용 합성수지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을 만드는 케미칼 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률이 -2.9%로 적자 전환했다. 이와 더불어 전자재료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지난 3/4분기 13.9%에서 4/4분기에는 2.8%로 급속하게 떨어졌다.

▲ 제일모직이 4/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은, 편광필름 등 주력 사업 분야인 전자기기·합성수지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의 수익성이 유의미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제일모직이 편광필름을 공급하는 삼성 휴대폰 ⓒ뉴시스

이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전자재료 사업부의 LCD 패널에 대한 시장 수요 둔화는 물론 편광필름·디스플레이 소재의 매출이 줄어들어든 탓으로 매출이 3/4분기 및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하여 모두 감소했다”며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상황의 악화로 수익성이 전부 악화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수익성 악화에 덧붙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8월 인수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업체 독일 노발레드 인수 자문료 △전자소재 사업부의 수원 삼성 전자소재연구단지 이전 비용 △성과급 지급 등으로 약 300억 원이나 되는 일회성 비용 발생 등 원래 예상한 것보다 지출은 급격이 증가하고 수입은 줄어든 상황이다.

제일모직은 올해 업황이 부정적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자체 진단하고 있다. 한 제일모직 관계자는 “케미칼 사업 부문은 IT업계 시황의 침체에 따른 수요 약세와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가전·TV 등에 대한 수요 부진 국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유의미한 폭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제일모직 전자재료 부문에 대해서는 “반도체 소재는 태양전지용 재료 때문에 매출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디스플레이 소재와 편광필름은 전방산업의 영향을 받아 부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1/4분기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계절적 비수기로 관련 소재의 실적이 개선되기에는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보이지만 반도체 소재 부문은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제일모직이 오는 2016년까지 1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정했던 경영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전격적으로 방침을 내려 그 배경을 두고 재계 전반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

애당초 재계에서는 “제일모직이 패션 부문을 에버랜드로 넘기고 확보한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재사업 육성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지만 결국 여러 사정으로 인해 투자 계획을 전면 유보하고 만 상황이 도래했다.

지난 2월 7일 제일모직은 지난해 4/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는 2016년까지 소재산업에 대해 1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모직 측 관계자는 “아직 올해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 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적으로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일모직, 미래는?

제일모직 측은 이렇게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주된 이유로 전방산업의 침체를 거론했다.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 매출처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주력 사업부인 IM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 제일모직 케미칼 사업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적자 전환했다. 시황 침체와 환율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사진은 플라스틱 소재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13 제일모직 부스 ⓒ제일모직

디스플레이 패널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도 상황이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DS부문의 영업이익은 무려 89%나 줄어들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다 보니 제일모직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렇게 삼성전자로 대변되는 전방산업의 부진은 제일모직의 주력 사업인 전자기기 합성수지 및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에 대한 연쇄작용으로 제일모직이 전격적인 투자 재검토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4/4분기 실적 악화는 물론 앞으로의 업황 전망 또한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여기에 현금 유동성이 원래 가늠했던 예상보다 훨씬 떨어지게 된 상황도 제일모직이 투자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한 방침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일모직은 지난 1월 초 공시를 통해 “삼성에버랜드로부터 받을 패션부문 양도가액을 1조500억 원에서 1조7,259만 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려 500억 원 가까운 금액이 ‘증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미묘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4/4분기에 거둔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놓은 투자계획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 점을 감안하면 제일모직의 이 같은 발표는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더욱이 제일모직이 최초 투자계획을 내놓은 때는 지난해 11월로 이때는 4/4분기 실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시기였다”며 “이 때문에 삼성그룹 전체 차원에서 제일모직이 소재 연구·개발 분야에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도 한 경제평론가는 “여기에 지난 2013년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보직 이동하면서 제일모직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아무래도 약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소재 부문에서도 삼성전자가 제일모직을 제치고 주도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다소 어지러운 여러 상황 탓에 제일모직의 올해 향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아직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회사 구조 자체는 전혀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여기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제일모직의 재무구조는 패션부문 양도 이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모직 부채비율은 61%로, 전년 동기(66%)와 대비해 5% 내려갔다. 순차입금 비율은 7%로 전년 말 35%였던 것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제일모직은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1조원의 자금까지 확보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이 향후 사명 변경 등 중요한 사안을 해결하면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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