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4% 줄었고, 지난 4분기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드는 ‘어닝쇼크’까지 겪었다. 이는 롯데쇼핑 사업 분야가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인데, 증권가에선 롯데쇼핑이 이 같은 악재를 쉽사리 털어낼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롯데쇼핑의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최장기 세일에도 사상 첫 매출 감소
롯데하이마트, 실적 괜찮지만 증권가 반응 ‘싸늘’
악재 수두룩한 반면 호재는 미미…돌파구 ‘흐릿’
롯데쇼핑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12.6% 늘어난 28조21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8.8% 줄어든 1조4853억원, 당기순이익은 23.5% 감소한 8855억원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4.8% 늘어난 7조697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15.5% 줄어든 3828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보다 무려 76.1% 줄어든 932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 전 분야 실적 부진
롯데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전자제품전문점, 금융, 시네마 편의점 등 기타 분야 등 5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전 분야에 걸친 실적 부진이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백화점 매출은 8조6230억 원으로 전년대비 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090억 원으로 역시 5.1%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2013년 해외 부문 백화점 순손실은 680억 원에 달했다.
할인점 부문 역시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할인점 매출은 9조2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나 감소했다. 유통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월 2회 강제휴무제가 시행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롯데쇼핑은 13년 말 기준 휴무 점포수가 총 107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할인점 수가 109개인 점으로 미루어봤을 때, 2개 점을 제외하고는 할인점 전체가 휴무를 한 것이다.
금융부문 매출액은 1조694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5%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수익증가율이 둔화됐고 카드 포인트 비용과 판촉비 비용이 160억원 가량 생겼다.
편의점, 홈쇼핑, 슈퍼 등이 포함된 기타부문 매출은 6조2460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증가, 이익은 5.4% 늘어나는 등 소폭 성장했다. 그러나 이 중 슈퍼, 편의점 부문에서는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슈퍼의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편의점(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도 14.3% 하락했다. 홈쇼핑의 영업이익만이 5.8% 가량 늘었다.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부문은 전자제품 전문점 분야(롯데하이마트)였다. 롯데 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519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9.2% 신장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이 1290억 원으로 85.5%나 증가했다.
문제는 백화점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인 롯데쇼핑 5개 사업부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백화점 분야다. 금융위기 여파에도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던 롯데백화점이 작년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인 탓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에서도 2009년 8.7%, 2010년 12.6%로 매출 성장세가 지속됐다. 가계부채와 경기 위축 악재가 겹쳤던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매출 10.5%, 4.1%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들어 매출이 0.5% 감소,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해외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13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 4개점, 인도네시아 1개 점 등 총 5개의 해외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 부문의 적자 발생 이유는 중국 당국의 규제와 중국인들의 소비 경기 부진 등이 주요인인 탓에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일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백화점 부문은 아울렛 고성장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해외 백화점과 중국 마트, 국내 마트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라며 “일회성 손실은 감내할 수 있지만 합리적 소비 확산에 따른 마진 하락 가능성과 중국 소비 경기 부진은 단기에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업황의 부진은 비단 롯데백화점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신세계 백화점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광주점 제외)은 4조1530억 원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다.
현대백화점만 홀로 3%의 매출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고객층의 소득수준이 높아 불황의 영향을 적게 받았고, 무역센터점을 증축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 부진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난해 백화점 세일기간만 100여일이 넘는다는 점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해 1ㆍ4ㆍ7ㆍ10ㆍ11ㆍ12월 6차례에 걸쳐 정기세일을 101일간 진행했다. 백화점 세일기간은 2010년 78일, 2011년 85일에 불과했다. 지난해 역대 최장의 세일 기간을 기록했지만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롯데쇼핑, 기댈 곳이 없다
롯데쇼핑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나은 실적을 기록한 전자제품 전문점 분야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은 곱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사업부문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할인점과 금융,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등이 크게 부진했고 백화점과 할인점의 경우 해외 부문의 손익이 크게 악화됐다”고 평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롯데쇼핑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고 밝히며 “이는 해외사업부 적자폭 확대 및 국내 할인점 신규점 오픈 집중에 따른 비용증가, 연결실적으로 계상되는 하이마트 4분기 실적 부진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증권가에서 롯데하이마트가 크게 부진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증권가가 예상한 실적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4일 9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매출 3조5219억원, 영업익 1918억원, 당기순익 1343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매출은 이에 부합할 뿐,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5%, 3.87% 낮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롯데마트 내 가전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를 하이마트로 대거 전환하면서 발생한 비용으로 실질적인 손익구조는 악화됐다는 점과, 재작년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다 M&A 위로금 지급으로 영업익이 낮아 작년 영업익이 증가했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즉,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호조는 재작년 실적 부진에 기인한 보기 좋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끝 안보이는 터널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부진을 이끈 해외 사업 부문에서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타 사업 부문의 전망 역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투자증권 여영상 연구원은 5일 “합리적 소비 확산에 따른 중장기 상품마진 하락 가능성도 우려된다”면서 “단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해외직접구매 확산에 따른 수요 이탈 또는 마진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신증권 정연우 연구원 역시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격적인 점포 개점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초기 개점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당분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또 “신규점 개점과 지난 하반기 실적을 고려해보면 올해 1분기에도 50% 이상의 감익이 불가피하고, 2분기도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1분기 동안 약 35개의 하이마트 신규 출점을 예정에 두고 있다.
금융부문 수익성은 올해 더 나빠질 전망이다. 롯데카드가 KB국민‧NH농협카드와 함께 일으킨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제재로 감독당국이 롯데카드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할인점 부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실적의 발목을 잡은 해외 사업 손실은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했다. 당국의 규제 강화, 소비 경기 부진 등 롯데백화점의 해외 사업 부진 이유와 마찬가지 이유였다. 실제로 할인점 부문에서 4분기 중국 마트에서 4.8%의 매출 역신장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와 경기 부진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이다. 중요한 건 글로벌 경제가 안 좋아서 나쁜게 아니라 자기네가 안좋게 만들고 있는 대목”이라며 “중국은 현재 경제에 수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해외 사업의 적자폭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5일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 마트는 115억원 적자를 내 적자폭을 대폭 줄일 것”이라며 “이는 중국 할인점 순증 1개에 그칠 전망이고, 중국 할인점 기존점의 영업부분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해외 백화점은 올해 2개 순증이 예정돼 1200억원 적자를 낼 전망”이라며 “전체 해외 영업적자는 2012년 800억원에서 작년 1680억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1315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적자를 벗어나긴 어렵지만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같은 악재들이 겹쳐, 롯데쇼핑이 단기간 내에 실적 부진을 털어내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7일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마트를 필두로 전 부문이 예상치를 하회해 부진한 수익성을 보였다”며 “1분기에도 마트 부문 부진과 하이마트 부문의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익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