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야당은 불을 뿜듯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정치 공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 자료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증거자료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신뢰와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원내대표는 “진상조사 결과 증거자료가 정말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면 관련자를 처벌하면 될 일을 제1야당이 나서서 문서위조를 기정사실화 하며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야당은 정략적 공세로 사건의 본질까지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탈북자 유 씨가 위장입국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탈북자 수천 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석기 사태에 이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린 중차대한 사건”이라며 “야당은 외교적 마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딴 나라 정당이 아니라면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만약 사실이라면 엄중한 문제로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도 “동시에 아직 진상규명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의혹만으로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위조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마치 때를 만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온갖 정치적 문제를 얽어 넣어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증거 위조만큼이나 중대한 범죄”라고 야당의 공세를 전면 차단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피고인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이 검찰이 제출한 것과 민변이 제출한 것 2가지가 있음을 설명하며 “민변이 제출한 연변주공화국의 출입경 기록을 보면 5월 27일과 6월 10일 사이 3회 연속 출경은 없이 입경만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면서 “결국 중국 관공서가 정식으로 발급한 공문서가 어떻게 이렇게 불가능한 3회 연속 입경 기록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은 “민변이 제출한 연변주공화국 자료 중 2006년 5월 27일 11시 16분 기록 부분이 출입경 기록으로서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이라며 “출경을 입경으로 오기한 것이라면 이 논란은 간단히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이어, “검찰이 왜 이것을 위조하겠는가. 위조는 있을 수 없다”며 “문제는 이 사안이 한중 외교관계의 문제, 그리고 공안수사가 갖고 있는 공개범위의 한계 문제 등이 중첩돼 있다는 것”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윤 수석은 이에, “정치권이 나서서 이를 공개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원은 항소심 재판 과정을 통해 제출된 자료에 대한 진위판단은 물론 이 사건에 대해 법적인 판결을 낼 것이다. 사안의 성격상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헌정파괴 범죄’로 규정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문건의 조작은 유신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며 “도대체 역사를 몇 년이나 후퇴시키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정조사를 통한 사실 규명과 특검을 통한 엄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서 또다시 국가기관의 헌정파괴 범죄가 발생했다”며 “간첩사건 공소유지를 위해 이제 법원에 제출하는 증거까지 조작하는 무도한 권력기관의 작태에 참으로 경악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전 원내대표는 “고문을 통해 공안사건을 조작하던 과거 군사독재정부와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라며 “국정원, 법무부, 검찰, 외교부까지 개입된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도덕성의 실체, 그 본색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법정의를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증거조작 사건에 관련된 국가기관장들을 즉각 문책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