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담금질을 해야 강해진다. 작금 철강업계에 몰아닥친 시련은 제2의 도약을 위한 단련(鍛鍊)의 호기라고 보고 철강업계가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변한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철강업체가 장기간에 걸친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여건 개선에 순응하면서도 효과적인 경영개선을 현실화해야 한다.

모래 섞인 밥 묵묵히 먹던 뚝심 발휘할 때
기술개발로 수요정체, 공급과잉 한계 돌파
철강협회, 효과적 지원 사업 발굴 및 추진
철은 ‘산업의 쌀’이라 일컬어진다. 밥 먹을 때 쓰는 숟가락부터 밭을 가는 쟁기, 자동차,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철이다.
철기로 무장한 종족이 청동기 부족을 지배하면서, 인류 역사시대는 본격 개막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철을 지배하는 나라가 산업 발전을 리드했다. 우리나라도 영일만의 허허벌판에서 ‘롬멜하우스’로 불리우는 건설사무소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제철입국’의 꿈을 불태운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래 섞인 밥을 묵묵히 먹으며 ‘제철입국’의 의지를 불태웠고 이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어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토대가 구축되었다.
그런데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국내 철강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철강업계가 근래 들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downstream) 부진으로 수요가 줄고, 중국발 저가제품 공세가 강화되면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된 탓이다.
여기에 공급과잉 여파로 제품가격은 떨어진 반면 원재료 가격은 상승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부단한 업계의 원가절감과 수익성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내핍경영으로만은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는 한계에 직면했다.
아울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철강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핍경영에 의한 수익성 개선은 한계
최근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이 지난해 한국의 대미국 수출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5.66% 상승한 622억3000만 달러였다. 대미국 무역흑자 역시 약 206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4.4% 증가했다.
반면 철강 및 철강제품과 석유·석탄, 기계·컴퓨터 등 산업소재 수출액은 줄었다. 특히 철강제품 수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및 철강제품 수출액은 약 25억8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21%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심화를 꼽았다.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철강제품의 국제 가격이 하락하자 방어막을 높인 것.
지난해 미국의 수입품에 대해 발효된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는 모두 8건. 그 중 5건은 철강 및 철강재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현재 부과된 반덤핑 상계관세 총 29건 가운데 약 43%가 철강 및 철강제품에 대한 것이었다.
김병우 코트라 미국 워싱턴 무역관은 "미국의 철강 수요 하락과 더불어 미국 철강업계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며 철강 수입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향후 미국 철강시장의 수입점유율은 20~25%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영환경 악화로 지난해 철강회사들의 경영성적표는 부진상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철강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1조8646억원, 영업이익 2조99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7%, 영업이익은 18.0%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1조3550억원으로 43.2% 줄었다.
작년 4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16조5300억원, 영업이익 7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7%, 영업이익은 23.3% 증가했다.
포스코의 실적 하락을 이끈 것은 수급 불균형과 롤 마진(roll margin) 하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철강 전방산업들이 부진을 겪으면서 국내 철강소비(1~11월)는 전년 대비 5.5%, 수출(1~11월)은 4.7%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특수강 형강, 냉연강판 등 고부가 제품의 수입량은 각각 106%, 35% 가량 급증했다. 범용 저가제품 시장은 물론 고부가 시장에서도 국내시장이 점차 잠식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3조5327억원, 영업이익 762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9.1%, 영업이익은 14.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7093억원으로 11.7% 줄었다.
철강사 경영성적표 기대 이하
지난해 4분기만 따져 볼 때는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매출액 3조6926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57.5%가 늘어 2569억원을 기록했다.

철강시황 부진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3고로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4분기 실적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3고로 가동으로 판재류 판매량이 증가하고, 고로 원료 투입단가가 낮아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두 지표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경쟁사에 비해 해외수출 비중이 적어 수출단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원재료 수입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환율하락이 수입원재료 가격 구조의 개선을 가져오는 등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6745억원, 영업이익 7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3.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 2351억원에서 지난해 1209억원으로 손실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 4분기 동안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한 매출액 1조6005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조선업 침체 여파로 주력 제품인 후판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은 감소했다. 그러나 혼신의 원가절감 노력과 고부가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 덕에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철강업계의 담금질을 반영, 철강협회는 금년도 사업추진의 기본목표를 ‘철강산업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정책대응 및 지원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키로 했다.
철강협회는 금년도 핵심과제로 △통상환경변화에 적극 대처 및 불공정 수입대응 강화 △에너지 세제 등 정부정책 변화에 선도적 대응 △산업 생태계 협력기반 조성 및 신수요 창출 제고 △철강산업 친화적 정책기반 조성활동 강화 등으로 정하고, 철강업계가 재도약하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철강협회는 우선 금년에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불공정 수입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업계-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철강통상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중국, 일본, 아세안 등과 통상협력강화를 통해 불공정 수입억제 및 수출규제 최소화에 노력할 계획이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부적합 철강재 신고센터 운영을 강화하고, 철강제품 품질검사성적서 위변조 방지시스템 구축 및 확산 등을 통해 부적합 철강재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국내시장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철강산업의 혁신과 재도약에 총력
에너지 세제 등 정부정책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유도하고,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등 환경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철강협회는 산업생태계 협력기반 조성 및 신수요 창출 제고를 위해 셰일가스용 소재 테스트베드 사업과, 산학연관으로 구성되는 미래 철강기술 전문포럼 운영 등을 통해 산업간 체계적인 융합기술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해양플랜트용 및 에너지용 강관 철강재 수요 확대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며, 중소업계와의 동반 R&D 추진 등 상생활동도 적극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철강협회의 사업계획에 화답을 하듯이 올해는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철강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가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유발수요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지난해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이 생산에 돌입해 후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작업이 올해 본격화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재고를 줄이는 등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초고장력 철근, 고강도 열처리 후판, 내진용 철근 등 마진이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되는 점이 채산성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철강업계를 괴롭혔던 수급불균형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체적인 철강업 경영 환경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경영환경이 개선된다 해도 업체 스스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철강업체가 장기간에 걸친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여건 개선에 순응하면서도 효과적인 경영개선책을 내놓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철은 담금질을 해야 강해진다. 작금 철강업계에 몰아닥친 시련은 제2의 도약을 위한 단련(鍛鍊)의 호기라고 보고 철강업계가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