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내에서 잇달아 혁신모임이 결성되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진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르짖는가 하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도입 같은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 요구가 갈 길이 급한 민주당 내에서 자칫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이대로 못 치른다 위기의식 반영?
중도실용 김한길 맞서 당내 강경진보 결집
김한길, 安과 스킨십 강화 위기타개책 될까?
요즘 민주당 내부는 무척 어수선하다. 김한길 대표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이른바 '혁신 드라이브'에 돌입한 가운데, 당내 의원들도 그룹을 결성하는 형태로 혁신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며 경쟁에 도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파 정치’ 부활 앞둔 민주당
이처럼 민주당 전체가 ‘혁신’을 논하고는 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관계·이념별로 차이가 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일종의 ‘파벌’이 다시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민주당이 처한 다소 복잡한 상황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정당이 일사분란하거나 획일화되지 않고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민주주의 체제 본질 면에서 바람직하다. 사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도 내부적으로 계파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계파 정치가 노골적으로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사실상 민주당은 현재 커다란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차례 선거 모두 선거 초반에는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기대와 지지를 등에 업은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그렇지만 내부 분열은 물론 전략 면에서의 판단 미스로 인해 민주당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천금 같은 두 차례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며 “이 때문에 민주당은 현재 사실상 구심점을 잃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러한 결과 국민은 민주당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은 물론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에도 크게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민주당은 현재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며 “이러한 난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 차원에서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 특유의 복잡한 계파·이념의 난맥상이 다시 한 번 표출되고 있어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에는 난망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혁신’의 기치를 내건 당내 모임이 거의 동시에 두 개나 출범을 선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이 모임들이 주장하는 ‘혁신’과 김한길 대표가 여러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까지 강조하는 ‘혁신’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며 헷갈려하는 모습이 감지되기도 한다.
정계 관계자 상당수는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6·4 지방선거나 원내대표 선출 전에는 당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보는 시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보 성향’ 강한 의원들이 모임 주도
현재 민주당 내의 ‘혁신모임’은 지난 2월 초에 최재성 의원 등이 혁신모임을 발족시킨 모임과 더불어 지난 2월 11일에는 김기식·은수미 의원 등 초·재선 의원 22명이 중심이 된 ‘탈계파’를 부르짖는 모임인 ‘더 나은 미래’등 두 가지다.
이렇게 거의 동시에 혁신모임들이 등장한 상황 때문에 그만큼 김한길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혁신모임의 성향이 대체로 ‘야당의 야성 회복’을 부르짖고 있어 지난 총선 이후 진보 성향이 모처럼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이로 인해 현재 ‘국민에게 다가가는 현실적인 정치’를 강조하며 ‘우향우’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김한길 대표 입장에서는 혁신 모임들이 일종의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민주당 내 의원 모임 중 먼저 존재감을 대내외에 과시한 그룹은 바로 ‘더 좋은 미래’다. 정치행동그룹 ‘더 좋은 미래’에 소속된 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 22명은 지난 2월 11일 정치행동그룹 ‘더 좋은 미래’ 발족식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더 좋은 미래’ 모임은 민주당의 수권정당화와 함께 당내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 극복에 힘을 모으자고 선언했다. “보스 정치 시대·중진 계파정치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의 정치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더 좋은 미래’는 486세대 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초선 그룹의 주도로 탄생한 이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김현미·우상호·우원식·이목희·이인영(이상 재선), 김기식·김성주·김승남·남윤인순·박수현·박완주·박홍근·배재정·신경민·유은혜·윤관석·은수미·이학영·진선미·진성준·홍익표·홍종학(이상 초선) 의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좋은 미래’에 참여한 의원들은 거의 모두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는 시민사회 출신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대세라, 향후 민주당 내에서 실용적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김한길 대표 체제와 ‘정면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더 좋은 미래’ 모임은 발족식에서 “민주당을 제3세대형 미래정당·진보적 국민정당으로 혁신하겠다”며 “변화와 혁신의 목표는 한반도평화·복지국가·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낼 신뢰받는 수권세력·수권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계에서는 “향후 ‘더 좋은 미래’의 활동상은 단순한 친목 모임의 범주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 좋은 미래’ 모임은 연구기금 조성과 공동연구소 설립을 위해 회원 당 1,000만원의 기금을 납부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조직적·체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질세라 먼저 발족 선언을 했던 ‘혁신모임’도 사실상의 ‘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여 정가의 시선을 끌었다. 한 정당 내에서 동일한 혁신의 이름으로, 상당히 급진적인 내용의 선언 경쟁이 터져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14일 오후 민주당 최재성·강기정·오영식 의원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혁신모임 의원들은 국회에서 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갖고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등 시민 직접 선출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대내외 활동 강화하고 나선 김한길 대표
이들은 “진정한 혁신을 위해, 민주당은 공천제도 혁명을 넘어서는 '공천권 내려놓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당 지도부 방침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내용의 선언인 것이다.
이 모임을 주도한 최재성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이 정당공천 폐지를 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신호도 못 보내는 상태에서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정당공천제 폐지 마지노선을 정하면 바로 그때가 이 문제의 존폐가 가려지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 의원은 당 지도부에 여당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신기남· 원혜영·이낙연·강창일·노영민·우윤근 등 중진 의원들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 등 35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렇게 당내 의원들이 모임을 결성해 성명 형식으로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서자,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김한길 대표가 신속한 행보를 보이는 기미가 포착되고 있어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김한길 대표는 당내 각 계파를 대표하는 의원들과 연속적으로 회동하며 ‘계파주의 청산’의 급시동을 걸었다. 지난 2월 18일 김한길 대표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른바 ‘친노 진영’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과 단독 오찬 회동을 갖고 이 자리에서 당 화합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한길 대표는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과도 각각 만남의 자리를 갖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협조를 구하고 당의 단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한길 대표는 21일에는 전체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가졌다.
이처럼 김한길 대표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일종의 ‘단도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다원주의’보다는 ‘단결’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김 대표의 입장에서 진보 성향을 적극 내세운 혁신모임들의 돌출은 국민들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양대 선거 패배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난 악몽을 되살리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김한길 대표는 일단 6·4 지방선거까지는 유권자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도록 ‘실용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들 초·재선 의원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만한 당내 거물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아울러 김한길 대표는 ‘야권 연대’에 한 걸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김한길 대표는 새정치연합 창준위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과 함께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일주년인 오는 2월 25일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며 청와대의 조속한 결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김한길 대표는 인사말에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기원했지만 이런 기대는 집권 일 년 만에 산산이 부서졌다”며 “박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한 약속을 되짚어보고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