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장남 이수영 OCI 회장은 2012년 3월 아들 이우현·이우정 형제에게 각각 OCI와 넥솔론을 맡겼다. 그러나 3세 경영을 시작한 OCI와 넥솔론이 2013년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OCI는 적자 전환했고, 넥솔론은 적자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바닥은 지났다”며 두 회사의 실적이 올해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벌써부터 3세 경영을 ‘실패’라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故 이 명예회장의 차남 이복영 삼광글래스 회장은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전무를 삼광글라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이건영 유니온 회장의 장남 이우선씨는 최근 유니온 상무로 발령을 받고 본격적인 경영 참여에 나섰다.
3세가 이끄는 OCI·넥솔론, 경영 성적표 ‘낙제점’
증권가 “‘실패’ 단언 아직 일러” 실적 개선 전망
삼광글라스·유니온 경영 전면에 OCI家 3세 등장
지난해 3월, 이수영 OCI회장의 장남 이우현 부사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OCI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OCI의 최대주주는 지분 10.92%를 보유한 이수영 회장이다. 이수영 회장의 동생인 이복영 삼광글래스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각각 5.49%, 5.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어 이우현 사장이 0.9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복영 회장, 이화영 회장은 모두 OCI 경영에서 벗어나 각자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이수영-이우현 부자가 OCI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또 같은 달 이 회장의 차남 이우정은 넥솔론에 대한 단독경영 체계를 굳혔다.
지난해 3월 넥솔론은 최대주주인 이 대표를 대상으로 1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이 대표의 지분율은 18.63%에서 23.09%로 늘어났다. 반면, 이 사장은 13.11%로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넥솔론은 2007년 이우현, 이우정 두 형제가 각각 50억 원 씩 출자해 설립했다. 설립 당시의 지분은 형제가 거의 비슷했지만, 거듭된 유상증자를 통해 이 대표의 지분율이 형을 앞질렀다. 이 대표의 단독경영 체계가 굳어진 것이다.
즉, OCI는 장남 이우현, 넥솔론은 차남 이우정이 각각 맡으면서 OCI家가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3세 경영 첫해, 경영 성적 ‘낙제점’
그러나 OCI家 3세 경영의 결과는 현재까진 밝지 않다. 3세들이 경영권을 잡은 OCI와 넥솔론의 경영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우현 사장의 OCI는 2013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CI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682억원으로 전년보다 8.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도 1548억원에서 지난해 -772억원으로 급락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도 127억원에서 ·2997억원을 기록했다. 이난 지난 2009년 사명을 동양제철화학에서 OCI로 바꾼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적자전환이다.
14일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CI의 부진에 대해 “작년 8월 모노실란 공장 화재, 중국 삼불화질소(NF3) 라인의 낮은 초기 가동률, SK하이닉스 공장 화재 등이 부진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18일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대비 0.9% 감소한 438억원,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며 “8월 모노실란(SiH4) 폭발사고로 모노실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4분기 삼불화질소(NF3) 판매증가와 디실란(Dislane) 공급개시에도 불구하고 모노실란 판매감소의 부정적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OCI관계자는 14일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이에 따른 실적 하락”이라며 “주수익원인 폴리실리콘이 2011년도에 Kg당 80달러이던 것이 지난해 20달러까지 떨어진 탓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너가와 저조한 실적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차남 이우정 대표의 넥솔론은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0년 480억원에서 2011년 226억원의 적자전환 했고, 2012년에는 적자 규모가 1003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419억 원의 영업손실, 55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일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는 40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선 후 처음 받아든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이다.
증권가 “바닥 지났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OCI家의 3세 경영을 ‘실패’라 칭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의 실적을 “바닥은 지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OCI에 대해 “중국법인은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8세대 LCD 패널공장, 삼성전자 시안 NAND 공장, 3분기 LG디스플레이 중국 8세대 LCD패널공장에 삼불화질소 공급을 시작해 1분기부터 NF3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20mm이하 미세공정 확대로 올해 신규제품인 디실란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고객사 증가로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할 전망하고, 하반기 모노실란 공장 재가동으로 모노실란 실적도 개선될 것”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1%, 168% 증가한 1970억원, 193억원으로 전망되고, 1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대비 4.7% 증가한 458억원, 영업이익은 4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2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20일 추천종목으로 OCI를 꼽으면서 “환경이슈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장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 설치량 증가로 태양광산업의 추세적 개선 전망”이라며 “업황 회복으로 동사의 경쟁력이 부각되며 2014년부터 본격적 턴어라운드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CPS Energy Project) 등 신규 사업인 발전 사업 추진으로 기존의 이익변동성 역시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넥솔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20일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태양광 업황 개선과 최근 턴어라운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넥솔론의 매출액은 33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8.2%, 64.1% 신장해 적자 규모를 줄였다.
즉 OCI와 넥솔론 모두 지난 해에는 태양광 업황의 부진으로 쓴 맛을 봤지만, 올해부터는 업황 개선 등 호조를 등에 업고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OCI, 3세 경영 ‘본격화’
이런 가운데, 올해들어 2명의 OCI家 3세가 경영 전선에 뛰어들었다. 바로 삼광글라스와 유니온에서다.
OCI그룹 계열인 삼광글라스는 故이회림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복영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황도환 사장이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던 곳이다.
삼광글라스는 내달 7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복영 회장의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이 전무가 사내임원으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지자, 한 차례 ‘교통정리’를 거친 삼광글라스의 지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전무는 지난해 11월 동생인 이원준씨와 누나 이정현씨와 함께 OCI가 보유하던 삼광글라스 주식 31만5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37%에서 5.54%까지 높였다. 또 OCI는 같은 달 삼광글라스 자회사 이테크건설의 보유 지분 전량인 14만4008주(5.14%)를 이 전무에게 넘겼다. 이 같은 일련의 ‘교통정리’를 통해 이 전무는 삼광글라스 지분 5.54%, 이테크 건설 지분 5.14%를 보유하게 됐다. 이를 통해 이 전무는 삼광글라스 4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삼광글라스는 밀폐용기 ‘글라스락’으로 유명한 포장용 유리용기 제조업체다.

이건영 유니온 회장의 장남 이우선씨도 올 2월 들어 유니온 상무로 발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선 씨 역시 OCI家 3세다. 이건영 회장은 故이회림 명예회장의 동생인 故이회삼 유니온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우선 씨는 이건영 회장의 장남이다.
이씨는 현재 유니온 주식 40만470주(2.56%)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인 이 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그러나 이 회장의 보유 주식은 583만2750주(37.36%)로 이씨와 비교하면 아직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씨로의 지분 승계 등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니온은 백시멘트, 알루미나시멘트 등 특수시멘트 제조와 희유금속 회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업체다.
이에 글라스락과 유니온이 OCI와 넥솔론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라스락은 지난해 매출 2900억 원, 영업이익 146억 원, 당기순이익 9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1.69%, 영업이익은 26.22% 각각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40% 감소를 겪었다.
유니온은 지난해 1143억 원의 매출, 44억 원의 영업이익, 2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8.9% 줄었고,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48.2% 줄어들었다.
두 회사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인 2012년에는 흑자를 기록했던 OCI가 2013년 들어 적자로 전환한 점 △두 기업 모두 당기순이익이 40% 이상 감소한 점을 미루어보아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