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로 오리엔테이션을 떠난 부산외대 학생 등 10여명이 사망하고 113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들은 신입생 환영식을 위해 리조트 체육관에 모여 공연을 관람하던 중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무너진 지붕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떠난 환영회 장소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단 13초 만이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의혹’만이 무성한 가운데 채 피어보지도 못한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폭설 무게 견디지 못한 지붕, 13초만 ‘와르르’
리조트 측 안일한 대처, ‘사고 키웠다’ 지적도
당시 사고는 17일 밤 9시 15분경 경북 경주시 양남군 신대리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에서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행사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건물 지붕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붕괴 당시 현장에는 부산외대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 행사 관계자 등 560여명이 있었으나 피신하지 못한 120여명이 건물 잔해에 깔렸다.
이 사고로 부산외대 신입생 8명과 재학생 1명, 행사 관계자 1명 등이 사망하고 113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레 최악의 인명(人命)사고로 불리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전행정부를 비롯한 정부 각 기관과 경찰·소방당국이 사고원인 규명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을 최초 감식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날 경주 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체육관 지붕과 외벽이 눈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폭설은 드러난 원인 중 하나일 뿐 각종 구조적인 문제가 결합해 사고가 났다고 지적한다.
‘폭설’때문만은 아냐…구조적 문제 탓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19일 <시사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상적인 지붕이면 300t 이상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150t 내에서 무너졌다고 하면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현장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서까래가 굉장히 약해보였다”면서 “체육관 형태이기 때문에 가운데 기둥을 놓을 수 없으므로 서까래를 튼튼하게 트라스를 짜서 넣어야 하고 지붕에 300kg 정도의 하중을 견디려면 샌드위치 패널도 철판이 더 두꺼운 것을 사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고 당시 학생들이 ‘출구가 하나였던 탓에 탈출이 더욱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는 “300평 정도에 하나뿐인 출구는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적어도 양쪽에 하나씩은 더 있어서 최소한 3개 정도는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를 조사 중인 경북경찰청 수사본부가 20일 사고 관련 중간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녹화한 비디오 파일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체육관은 13초만에 무너졌다”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건물이나 위를 받치고 있는 ‘보’가 튼튼하다면 아무리 하중이 크더라도 붕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13초만에 무너졌다는 것은 그만큼 건물이 부실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 외벽 사진을 보면 기둥 자체가 휘어진게 아닌 전부 그냥 기울어져 넘어져있다. 이 것은 그냥 창고나 다름없다”며 비난했다. 이어 “그런 공법으로 설계한 건물을 사람들 다수가 사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라고 했다고 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창고’라는 표현을 지적한 해당 체육관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단열성이 좋으며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붕 하중에 약하고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창고나 임시 공장 건물 등에 많이 사용되는 구조로, 보통 단독 건물로 사용되는 체육관에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설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체육관의 설계를 맡은 이상묵건축사무소의 이상묵 씨는 20일 <시사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의 설계는 건축주와의 협의 하에 진행된 것으로, 최초 설계도면에는 지붕에도 H빔을 설치하는 방식이었지만 건축주의 요구사항으로 샌드위치 패널방식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특히 체육관에 잘 쓰이지 않는 방식임에도 이 공법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는 “샌드위치 단면은 보통 지붕을 가볍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데 리조트 쪽에서 가볍게 하자고 제안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실’ 논란에 대해서는 “체육관을 설계할 때는 특성 상 보조기둥을 세우지 못한다”며 “가장자리에 기둥이 있고, 중앙에 기둥이 없어도 성능을 발휘할 만큼 구조를 계산해 설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평균 적설량을 기준으로 설계하는데 이번에 경주 지역에 예상치보다 훨씬 많은 눈이 내리면서 지붕이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전’에 눈감은 리조트
한편, 일각에서는 사고가 난 마우나리조트 측의 안일한 태도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나기 1주일 전인 지난 10일 인근지역인 울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 공장 지붕이 폭설에 의해 붕괴되며 근로자가 숨지는 등 최근 폭설로 울산에서만 7개 공장 지붕이 무너졌다.

특히 이들 공장이 평균 50cm 이상 쌓인 눈으로 인해 붕괴됐다는 점을감안할 때 마우나리조트 역시 사고 우려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지붕 위에 쌓인 70cm가 넘는 눈조차 치우지 않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경주시청 담당 공무원이 사고 4일 전 마우나리조트 측에 전화를 걸어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울산의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제설을 실시해 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이 20일 경찰조사 중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마우나리조트 관계자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체육관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실시하는 등 평상시 관리가 부족하지 않았다”면서도 “사고 당일보다 눈이 많이 온 (사고)전 주 주말에도 아무 일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남는 인력도 없어 지붕 제설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경주시청 조사 결과 사고 체육관은 2009년 사용 승인 후 4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의 점검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리조트의 안전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상운 경주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고가 난 리조트 체육관의 총 면적은 1205㎡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점검 기준인 5000㎡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체육관 시설은 면적에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관리 대상 시설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소방방재청의 지침에는 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점검 사각지대’에 놓인 리조트는 4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의 점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며 행정상의 오류도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