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활의 핵심 열쇠는 고건 전 총리가 쥐고 있다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밝힐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은 고건 전 총리가 최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안한 ‘범민주세력 대통합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며, 15일에는 TV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여 그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건 전 총리의 영입을 위해 열을 올려오던 민주당으로서는 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부활탄을 쏠 수 있게 될지 사활을 걸고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최근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설과 관계하여 노 대통령이 ‘친정인 민주당과 손을 잡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조심스런 추측까지 번지고 있어 민주당의 분위기는 소풍가는 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들떠 있는 상태이다.
◆고건 전 총리를 잡아야만 한다
차기 대권행보를 위해 지금까지 속도조절을 해오던 고건 총리의 행보가 새해 들어 속도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대권 예상후보와 관련해 고건 전 총리가 공중파 TV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깊은 속내를 확실하게 대중과 정계에 알리겠다는 의미로 분석되어진다.
15일 방송분에 대해 이미 녹화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건 전 총리는 최근 열린우리당 경선에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두 후보자의 범민주세력 대통합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열을 올리며, 고건 전 총리의 영입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정중하게 입당 거부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고건 전 총리 입장에서도 그러한 거부가 썩 시원한 입장정리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만을 바라보고서라면 고건 전 총리에게는 입당이 크게 득이 될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중심당과 통합을 하게 될 경우 호남권과 충청권, 그리고 수도권 일대의 호남 세력까지 폭 넓은 지지층을 뭉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적 이론은 내세울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향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열린우리당에게 넘어갔던 호남권의 민심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뿐만이 아니라, 무리한 사학법 투쟁으로 인하여 열린우리당과 같이 동반 지지율 하락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표밭에서도 어느 정도 선전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찌감치 부활탄을 터뜨려 그 세를 이어가겠다는 민주당으로서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도 민주당을 위해 한 몫 하고 있다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설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 또한 민주당이다. 극소수의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다시 친정인 민주당으로 돌아가려는 준비가 아니겠느냐?”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고 있기에 민주당으로서도 이에 힘을 얻어 보겠다는 공산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아직 그런 가정까지 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활을 하여 그동안의 설움을 갚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도 없을 것 같다”고 하며, 은근히 그러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고건 전 총리조차도 입장을 정하지 못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가설들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고건 전 총리는 신당을 창당하느냐, 기존의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에 합류할 것이냐 하는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민주당과의 결합이 전혀 근거 없는 가설이 되지는 않는 것이지만, 대통령까지의 결합은 시기적으로나 근거 면에서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은 민주당의 ‘희망’ 정도로 가설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최근에는 또 정치권에서 ‘범여권단일후보’와 관련되어 고건 전 총리를 지목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통합 신당을 만들어 고건 전 총리를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로드맵인데, 이러한 입장에서 보더라도 민주당은 ‘통합 전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해 통합 신당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만의 짝사랑이 아니기를
고건 전 총리의 측근인 민주당의 신중식 의원은 고건 전 총리의 자문그룹인 ‘미래와 경제 포럼’을 오는 25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세중 변호사,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등 사회 각계 명망 있는 인사들로 이루어진 자문그룹은 민주당의 고건 대통령 만들기의 또 다른 형태의 공식화로 보여 진다.
신중식 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이 모임은 경제, 외교, 남북문제 등의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모임의 주인공 격인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지난 198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고 당선됐던 과거가 있다”고 하며,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건 전 총리에게 민주당은 친정과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고 고건 전 총리와의 깊은 인연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건 전 총리는 과거의 당적에 얽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자신의 정치적 주파수는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정치적 뜻이 맞는 정당이 있다면 그 어느 당이더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