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한 입양단체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3살 남아가 입양 3개월 만에 양부의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 7년간 미국에서만 양부모에 의해 살해된 한인 입양아동이 총 13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해외 입양의 실태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현행 해외 입양 체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해외 입양, 정부 관리감독 無…수익사업 변질
입양 복지단체 간 협약 의존…국가 개입 ‘無’
‘자국민’ 인식 부족…국가차원 후속조치 없어
지난달 3일, 미국 가정으로 입양된 현수(3)가 입양 103일만에 양아버지의 구타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현지 경찰에 따르면 현수는 지난 2월 3일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양아버지 브라이언 오 캘러건(36)의 집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부검을 실시한 결과 두개골 앞뒤가 골절됐고 이로 인한 내부출혈이 코와 척수까지 뻗쳐 있는 등 온 몸에서 여러 곳의 타박상이 발견됐다.
당시 현수의 사망과 관련해 양아버지 오 캘러건은 경찰에서 지난달 31일 목욕을 시키는 중 현수가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어깨를 부딪혔고 다음날인 2월 1일, 공원에 데려가 낮잠을 재웠으나 코피를 흘리고 구토를 하며 깨어나지 않자 응급실에 데려갔던 사실도 있다며 살인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현수를 진찰했던 의료진은 “극심한 두부손상에서 비롯된 뇌와 눈의 출혈”이라고 진술, 미 검찰은 오 캘러건에 대해 1급 살인 및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수감했다.
미 경찰 조사에서 오 캘러건의 가족들이 진술한 바에 의하면, 오 캘러건은 6살이 된 친아들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3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해외 입양을 알아보다가 지난해 10월 현수를 입양했다.
또한 가족들은 오 캘러건이 미 해병대 출신으로 약 8년간 미 국가안보국(NSA) 한국담당 책임자를 역임하고 이라크전 당시에는 생포된 미국 포로 제시카 린치 일병을 구출하는 작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라크전의 영웅’ 으로 불리기도 한 인사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성과 부를 다 가진 오 캘러건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수 사망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국내 네티즌들에 의해 오 캘러건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은 아들의 장기를 환자들에게 기증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글은 현수가 사망한 3일 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현수가 명예와 명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외 입양 기관 간 협약, ‘규정 위반’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아동인권 보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공익 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등 인권·시민·미혼모단체 등 9곳은 지난달 27일 공동으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미국 입양 후 숨진 세 살 현수 사건과 관련하여 보내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현수가 미국 입양기관의 관리를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현행 해외 아동 입양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질의서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현수가 미국-한국 간 입양 중개기관인 가톨릭 채리티스와 홀트 입양 복지회의 ‘형식적 입양 사후 절차’를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채리티스는 해외 입양아동이 미국에 도착한 시점부터 6개월간 정기적으로 3회 가정방문 조사를 실시한다고 규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수의 입양을 중개한 한국 홀트 입양 복지회는 2개월간 2번의 사후관리를 한다는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미국 내 입양 규정에도 명백히 위반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변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질의서에서 “채리티스가 정하고 있는 규정보다 더 간이하게 협약이 체결된 경위를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가. 파악했다면 규정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가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복지부의 명확한 답변을 촉구했다.
또한 국내 국적법 상 ‘해외 입양아동은 성년이 될 때까지 자국 국적과 입양국 국적을 함께 보유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망 당시 현수는 우리 정부의 보호 대상이었음에도 양부 오 캘러핸씨가 숨진 현수의 장기를 임의로 기증했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복지부에 질의서를 공동 제출한 황필규 공감 변호사는 “현수의 양부인 오캘러 핸 씨가 사망 당시 한국 국적이었던 현수의 장기를 기증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곧 의무를 방기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시행중인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국내 입양의 경우 입양기관의 장이 1년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외 입양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해외 입양의 경우 대부분 국내외에서 승인받은 각국 입양 복지 단체끼리의 업무협약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입양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에 급급해 해외 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정작 입양이 된 이후에는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입양 수수료, 국내입양 比 16배
실제로 국내 입양단체가 국내 가정으로 아동을 입양 보낼시 받는 수수료는 아동 1인 당 약 270만원선이며, 최대 300만원의 상한선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해외 입양의 경우 입양 수수료에 대한 상한선이 없다. 현수가 입양될 당시에도 한화로 약 4400만원에 이르는 수수료가 부과되었으며, 이 중 국내에서 현수의 입양을 중개한 홀트 입양 복지회 측에만 1800여 만원의 수수료가 지급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홀트 아동복지회 관계자는 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입양 후 2개월간 2회 가정을 방문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홀트와 채리티스 간 업무협약 규정대로 채리티스가 지난해 11월, 12월 두 차례 오 캘러건씨의 집을 직접 방문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잘 지내는 줄 알았다”며 “사안이 중한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입양 수수료에 대해서는 “해외 입양에 드는 추가 비용과 입양 전 양육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자”라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현수 사망사건’으로 인해 해외 입양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입양아에 대한 관련 단체와 국가 간 지속적인 사후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인 입양인 모임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입양인모임(TRACK)’의 간부 제시카 남 씨는 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당해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이느냐”며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은 부끄러운 줄 알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남 씨는 “입양기관들은 입양을 널리 홍보하면서 고아원이 아닌 안정적 위탁 가정에서 아이가 자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입양가정에 대한 사후관리에는 소홀하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근 7년간 사망한 한인 입양아동만 13명이다.
정작 그런 일이 벌어져도 여태껏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입양 한 건에 3만달러가 넘는 돈이 오가고 그중 절반이 국내 입양기관의 수익이 되는데 결국 돈에 눈이 멀어 아이의 삶과 인권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냐”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희경 세이브 더 칠드런 권리옹호부장 역시 3일, 트위터를 통해 “현수의 사망 원인이 무엇으로 결론 나든지 이번 사건으로 해외입양 관련법과 집행과정에서 제도적 미비점이 드러났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수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입양을 보낸 입양아가 살해된 사건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계속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제시카 남 씨가 밝힌 대로 최근 7년간 총 13명의 한인 입양아동이 미국인 양부모의 학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단 한번도 미국 정부에 재발 방치 대책조차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으로 보낸 자국 입양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2011년부터 자국 입양아에 대한 관찰기관을 1년 4개월에서 4년으로 늘리고 최근 18세까지 관찰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해외 입양아, ‘자국민’ 인식 심어야”
한국중앙입양원 관계자는 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간 입양의 경우 사후관리 책임 역시 입양 단체에 있어 사후 관리가 그나마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외 입양의 경우에는 양측 간 입양이 성립된 직후부터는 책임이 해외 단체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한 해에만 해외로 입양된 아동이 2000여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입양과 관련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내 입양의 경우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형법상 처벌 규정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해외 입양은 해외 단체에서 보내주는 보고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양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도 입양되는 순간 입양아의 친권은 양부모에게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개입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서 입양되는 아동들의 경우 국가도 ‘자국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지만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성년이 될 때까지 한국과 입양국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도 인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정부가 먼저 해외로 입양간 아동에 대해서도 ‘자국민’이라는 인식을 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아동복지과 관계자는 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헤이그 국제아동협약 정식 가입이 국회에서 비준될 시 양부모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입양 사후관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서 “2015년 안에 비준 받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