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을 상징하는 웹 사이트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가 파산했다. 마운트 곡스는 파산 이유로 해킹으로 인한 비트코인 도난을 들었다. 상징적인 웹 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문을 닫자, 비트코인의 신뢰도는 큰 데미지를 입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들은 이번 사태가 오히려 ‘성장통’이 될 수 있다며, 위기론은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 파산, 예상했다”
“반면교사 교훈 될 것…체계적 후발주자로 세대교체”
사이버 위협 아직 산재…“100% 안전 자신할순 없어”
세계 최초,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는 비트코인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2010년 문을 열고 함께 커 온, 비트코인을 상징하던 웹사이트다. 2013년 4월에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70%가 이 곳에서 이뤄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런 마운트 곡스가 2월 28일 일본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유는 해킹이었다. 마운트 곡스는 고객예치금과 거래소 자체 자산 85만 비트코인(약 5000억 원)을 해킹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생긴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운트 곡스가 파산하자 ‘비트코인 위기설’이 재차 떠올랐다. 실체가 없는 가상 화페가 지닌 태생적 한계에 봉착했다는게 위기설의 골자였다.
마운트 곡스 발 ‘비트코인 위기설’
비트코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의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대안적 지급수단으로 성장하는 데에 부족함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취약한 보안성 △가격변동성 △제한적 수용성 △채굴유인 감소 △높은 사회적 비용 등을 이유로 들며 비트코인이 대안적 지급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에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거래소와 은행의 연이은 파산이 취약한 보안성으로 인한 것임을 미루어보아, 한은의 전망은 맞아떨어진 셈이다.
도쿄신문은 1일 “마운트곡스 고객들의 피해를 변제할 방법이 없다”며 “일반적인 통화와 달리 국가와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자가 없는 비트코인의 문제가 선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마크 윌리엄스 보스턴대 재무학과 교수는 2월 28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마운트곡스 사태는 비트코인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축소판”이라며 “분권화된 거래 방식, 익명성, 약한 통제환경에서는 투자자들이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운트 곡스 발 위기설에 호응하듯, 비트코인 시세 역시 뚝 떨어졌다. 2월 1일 1비트코인 당 813달러의 시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마운트 곡스가 파산한 28일엔 551달러까지 폭락했다.
마운트 곡스 발 위기설은 국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플러그’의 어준선 대표는 5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마운트 곡스가 해킹으로 인해 파산했다고 밝힌 만큼 신뢰도에 상처를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장 큰 거래소가 그렇게 망가진것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보이고 있다”라며 “사용자들 입장에선 거래소를 믿고 거래할 수 있느냐. 맡길 수 있느냐. 이런 부분에 의아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이기에 ‘잘 하겠습니다’ 말 해봐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업계가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자체적으로 보안성을 가지고 있다.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각 비트코인 당 주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킹을 당한다면 그 주소를 블랙 리스트에 올려 거래를 막아버리는 등 대비도 확실하게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러나 거래소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르다. 문제가 생길 소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 대표는 “당장 비트코인의 신뢰도가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등 문제 없이 흘러간다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인화 이사 역시 5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비트코인 관련 업체들에 대한 비즈니스 평판은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데 대부분의 대중들이 비트코인과 거래소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판에 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마운트 곡스의 파산을 두고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 예상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마운트 곡스 파산, 예상했던 일”
어 대표는 마운트 곡스의 파산과 관련,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고 말했다.
어 대표는 “마운트 곡스가 가진 불안함은 지난 해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며 “곪은 것이 드디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운트 곡스가 △비트코인 출금 지연 △해킹에 대한 대비 부실 △관리자 교육 미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 대표는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시작한 거래소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트코인 산업이 커버렸다. 준비 없이 변화의 물결을 맞은 셈”이라며 “그 부분에서 여러 허점을 노출했는데 그것들이 쌓이다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마운트곡스 입출금이 제대로 안됐다. 출금을 하려고 하면 두 달씩 걸리고 그랬다. 게다가 다른 거래소 대비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며 “전체적으로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젠가는 터질 것이었는데 그게 지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관계자들은 입 모아 이번 사태가 ‘성장통’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 관련 업계에 보안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이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서 다른 거래소라든지 비즈니스들은 더 신뢰있는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구적인 노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생태계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인터넷을 대표하는 기업이 야후에서 구글로 바뀐 것처럼, 초기의 상징적인 기업이 지고 그 뒤에 체계적으로 출발한 기업들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거래소 자체적으로도 해킹이라든지 보안 모니터링 툴 등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갖추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똑같은 문제가 또 터지면 그때는 감당이 안 될 수 있으니 보안 측면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들의 보안 실태는 어떨까. 두 관계자는 입모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두 거래소 모두 온라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별도의 콜드 스토리지, 즉 금고를 갖추고 있어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어 대표는 “100 비트코인이 있다고 치면, 98비트코인은 금고에 넣어 둔다. 나머지 비트코인으로 출금 등 업무를 처리한다”며 “만약 해킹을 당하더라도 98비트코인은 털릴 일이 없다”고 자신했다.
김 이사 역시 “(금고를)온라인 상이 아니라 라인을 끊어놓고 관리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탈취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온라인 공격으로는 탈취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프라이빗 키 등 비트코인 인출에 필요한 모든 인증 수단들을 암호화 해 두는 등 2중, 3중의 방어막을 펴 놓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후발주자이기도 하니까 모든 가능성들에 대비를 해 왔다”고 덧붙였다.
안전 자신은 아직 일러
한편, 비트코인 위기설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터졌다. 비트코인 은행을 자처하는 ‘플렉스코인’이 지난 4일 해킹으로 예치금을 도둑맞았다며 문을 닫은 것이다. 플렉스코인은 한화로 환산하면 약 6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플렉스코인은 “이번 손실을 만회할 만한 자원이나 자산이 없는 만큼 즉각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에도 온라인 암시장인 ‘실크로드 2’는 270만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해킹으로 도난당한 후 폐쇄되기도 했다.

마운트곡스 이후 가장 정확한 시세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거래소 ‘비트스탬프’ 역시 한 때 DDOS 공격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일이 있었다. 마운트 곡스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맞은 것처럼, 문제는 아직 산재해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생산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거래되는 것은 비트코인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꼽히는 이 특징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가지는 약점이 결국 사이버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트코인 거래소 대표들 역시 사이버 보안에 100% 안전이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어 대표는 “거래소는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다. 해킹 위험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면서 “결국 얼마나 대비를 잘 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내부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잘 교육시키고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 역시 “100% 안전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관련 업은 보안도 보안이지만 신뢰성 역시 중요하다. 그런 부분은 시장에서 잘 판단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