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의지를 굳히고 있어,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 달 뒤에 치르는 7·30 재·보선이 사실상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할 만큼 판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7월 재·보선은 6·4 지방선거에 이어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의 제대로 된 한판 대결이 될 전망이라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정국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여·야 의원들의 거침없는 행보로 심한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지방자치제도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지역 주민의 손으로 뽑는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여·야의 세 대결’ 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 평가’의 성격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지방선거 전부터 7월 재보선 관심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이번 6·4지방선거는 시의원·구의원·구청장 등 지역 사회의 참된 일꾼을 뽑는 행사가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하는 전형적인 정치 선거가 되어가는 감이 짙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재임 시절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나가는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006년에 실시된 지방선거를 당 대표 자격으로 총 지휘하며 리더십을 만방에 과시한 바 있다”며 “이런 여러 이유로 현재 지방선거는 무엇보다 대권 잠룡들의 일차적인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시험장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힘 대결의 무대가 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인 7월 30일에 국회의원 재·보선이 바로 실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7·30 재·보선 또한 6·4 지방선거 못지않은 여·야 대격돌의 한마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공표한 현역 국회의원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국회의원은 대부분 재선 이상의 베테랑들로 그만큼 이들이 떠난 자리의 공백은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이렇게 현역 의원들이 단체장에 출사표를 던지려고 떠나는 바람에 공석이 되는 선거지역구에 덧붙여, 기존 선거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되며 재·보선 실시 대상이 되는 선거구까지 합쳐지게 되면 오는 7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는 최대 10~15곳이 될 정도로 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질 곳으로 예상되는 각 지역구의 유권자 지지 성향을 살펴본다면 여·야가 서로 팽팽하게 막상막하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나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여당이 절박한 상황’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이 때문에 여·야 입장에서는 7·30 재·보선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이 크게 혼란을 겪게 될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심지어 현재 156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경우, 현 정부의 안정성을 떠받치고 있는 과반 의석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당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시도지사 후보자 등록(5월 15일) 이전까지는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되어 있다. 특히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인물 대부분이 현역 의원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 의원(서울시장) ▲남경필·정병국·원유철 의원(경기도지사) ▲황우여·유정복·이학재 의원(인천시장) ▲홍문표·이명수 의원(충남지사) ▲박성효 의원(대전시장) ▲윤진식 의원(충청북도지사) ▲서상기·조원진 의원(대구시장) ▲박민식·서병수 의원(부산시장) ▲김기현 의원(울산시장) 등, 전북·전남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경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은 ▲김진표·원혜영 의원(경기도지사) ▲박지원·이낙연·김영록·주승용 의원(전라남도지사) ▲이용섭 의원(광주시장) ▲유성엽 의원(전라북도지사) ▲김우남 의원(제주지사) 등, 대체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몰려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에 6·4 지방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7월 재·보선에서 자칫 여·야 판도가 뒤집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7·30 재·보선을 실시하기로 확정된 지역구는 경기 수원을과 평택을 두 곳 뿐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6·4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재·보선 지역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국회의원 출신 후보는 이후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의석이 최대 9개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가운데 향후 재·보선에서 수도권 및 충청 지역구 6개 의석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반드시 탈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자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7·30 재·보선은 사실상 ‘미니 총선’이 될 전망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여·야 중 어느 쪽이 정국 주도권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사이 기간인 7월 14일 경에 전당대회까지 예정되어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지방선거 출마로 현역 의원들이 대거 당을 빠져나간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자칫 표심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예상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새누리당은 ‘무주공산’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극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면 현재 서서히 표면에 드러나고 있는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도 예상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여·야 모두 비록 규모는 6·4 지방선거보다 훨씬 작지만 7월 재·보선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정계에서는 여·야가 지방선거 후보는 물론 재·보궐 선거에 대비한 출마 후보자를 발굴하는 작업 또한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손학규, 원내 귀환 발판 될까?
특히 이번 7월 재·보선에는 무엇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정계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새누리당 차기 대권 주자군에 단숨에 진입하게 된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우는 원내 진출에 성공할 경우 ‘통합신당’의 새로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7·30 재·보선에는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문수 지사가 7·30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120일 전인 3월 30일까지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현재 6월 말까지 도지사직을 수행할 계획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김문수 도지사는 7월보다는 10월 재·보선에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김문수 도지사는 2017년 차기 대통령 선거 레이스를 준비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김 도지사 본인이 어차피 장기적 안목으로 천천히 가도 무방하다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최근 정치행보를 다시 시작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7·30 재보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7·30 재·보선이 치러질 지역구 상당수가 경기도에 몰려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손 상임고문 입장에서는 그만큼 유리한 형국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손학규 상임고문은 “재·보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며 상당히 강력하게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라 7월이나 10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서는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시점은 지난 2월”이라며 “현재는 통합신당 출범을 눈앞에 두는 등 야권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손 고문의 재·보선에 출마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손학규 상임 고문은 한때 “안철수 신당행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나올 정도로 안 위원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을 앞두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민주당 내에서 존재감이 만만치 않은 손학규 고문의 원내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철수 위원장은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친노’ 계파와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상황을 역이용해 7·30 재·보선을 계기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