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지급 대상과 지급액에 대한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7월 지급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75%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 차등적으로 10~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일괄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처럼 양당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기초연금 지급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한 시가 시급한 연금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여론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급 시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대통령이 약속한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역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시간끌기 NO! 어르신들은 하루가 급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각지에 내걸었고, 민주당도 10일부터 ‘기초연금 조금 드리려고 거짓말 한 새누리당, 많이 드리려고 싸우고 있는 민주당’이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전국 각지에 내걸었다.
◆與 “민주당 외면으로 법처리 불발”
이 같은 홍보전과 함께 양당 지도부의 설전도 거세지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현수막을 전국 각지에 게첩한데 대해 “거짓 폭로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하고 있는 버릇이 또 나오고 있다”며 “매일 같이 ‘새정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민주당의 구태본능은 감출 수 없어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홍 사무총장은 “기초연금을 전체 어르신들에게 더 많이 드리고 싶은 것이 새누리당과 정부의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며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집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게 수차례 이해를 구했고 어르신들께서도 충분히 뜻을 함께 해주고 계시다”고 공약대로 실행하지 못한데 대한 양해를 구했다.
홍 사무총장은 덧붙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빈곤 해결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기초연금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입장”이라며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설득하려 정말 애를 많이 섰지만, 민주당이 이를 외면했고 기초연급법 처리가 불발됐다. 현명한 국민들은 민주당의 거짓홍보전에 결코 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마디로 기초연금을 무산시키고 이 이슈를 6.4지방선거에서 호재로 삼으려는 정략적 실행에 민주당이 옮겨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면서 “앞에서는 합의점을 찾자고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싸울 궁리, 또 비난할 궁리만 찾는 것이 역시 민주당스럽다”고 덧붙여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 “현재보다 못한 결과 강요한 탓”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의 기초연금안은 65세 이상 노인들 일부에게만 20만원을, 그리고 4-50대 미래세대에게는 월 10만원만 주겠다는 꼼수”라며 “현재보다 나은 게 아니라 현재보다 못한 결과를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맞섰다.
아울러,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칠레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기초연금법 처리 마감기한이 지나간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지만 정작 여당의 원내대표는 지구 반대편에 가 계신다”며 “정작 약속을 저버리고 어떻게든 작게 드리려 애쓰는 의지 없는 여당 스스로를 탓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7월 기초연금 지급을 위한 마감기한이 10일이라고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기초연금법 처리가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하셨나 보다”며 “그야말로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 노력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길 대표는 앞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연금은 민주당이 제시한 방법으로 하면 복잡한 준비 없이 여야 합의만으로도 당장 내일부터라도 지급이 가능하다”며 “이미 5조2천억 원의 예산도 준비돼 있다. 기초연금 20만원은 어느 어르신께는 목숨과도 같은 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옹고집 때문에 이미 확보된 돈이 묶여 있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이 기초연금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여야가 만나 합의해서 하루라도 빨리 어르신들께 기초연금을 드려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여야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가동해 재협의에 나섰음에도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데 대해 “7월에 약속한 기초연금을 드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문 장관은 그러면서도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국회에서 합의해준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지급시기도 연동된다”며 “정부도 기초연금 지급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