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살리고,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들이 필요하다
최근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로 창당한 국민중심당이 예상외로 주가를 높이고 있어, 정치권 일대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자민련과의 통합을 이뤄 충청권에 흩어진 민심을 다시 결집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였던 국민중심당은 비록 자민련과의 통합에는 실패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야당들의 ‘러브콜’에 미소를 띠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야 4당이 연대를 모색하는가 하면,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민중심당 끌어 들이기가 바로 고 주가 형성의 주 요인.
민주당은 국민중심당과의 협력을 통해 충청, 호남권의 공동 연대로 민주당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며, 한나라당은 홀로 싸우기 힘든 사학법 개정안 투쟁에 대해 군소정당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힘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뭐가 아쉽다고?
자민련을 제외한 야 4당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18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낙연, 민주노동당 천영세,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 등 야 4당의 원내대표단은 자리를 함께하고 국회 ‘교섭단체 완화’론에 대한 논의를 화두로 하여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먼저 제의한 교섭단체 완화론은 군소정당들로 하여금 구미를 당기게 하는 논의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20석 이상의 정당을 주축으로 운영되어 온 국회에 군소정당들이 교섭단체 완화를 주장했었지만, 한나라당은 사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입장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에게 있어서 그것은 남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사학법 개정안 투쟁에 있어서 호응 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군소정당들의 십시일반 힘이 필요해졌다. 작지만, 그들의 힘을 모아 국회 제적인원의 과반수를 넘긴 목소리로 국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공산인 것이다.
군소정당 또한 교섭단체의 완화로 그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더욱 반영되기를 원하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가로 사학법 개정안 투쟁에 도움을 얻기 원하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안에 굳이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기에 이 같은 논의는 날개를 달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목소리는 민주당, 민노당 뿐 아니라 창당된 지 단 하루밖에 되지 않은 국민중심당에게는 더욱이 앞날을 창창하게 밝혀주는 뜻밖의 제안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18일 국민중심당의 대표단이 한나라당에 예방한 자리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공조’를 부탁하는가 하면,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도 국회운영 전반에 관한 일을 야 4당의 입장을 반드시 확인한 후 열린우리당과 협상에 임하겠다고 하며 국민중심당 등의 군소정당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는 한나라당과 우리는 같은 ‘우’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한다고 해 한나라당의 제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주당의 국민중심당에 대한 애정은 그 어떤 당보다도 각별하다. 그동안 고건 전 국무총리의 영입과 국민중심당과의 통합 등을 토대로 하여 호남, 충청, 수도권을 아우르는 지지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중심당의 창당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예방하기에 앞서 여의도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민주당사를 찾은 국민중심당 대표단에게 한화갑 대표는 “국민중심당과는 한 지붕 밑에 살기 때문에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하며 애정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동안 5.31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고건 전 총리를 내세우며 3자 연대설을 흘리고 있던 민주당은 국민중심당과 협력할 준비는 이미 마쳤다고 하며, 국민중심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는 국민중심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입장인 것이다. 그렇기에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파급효과는 큰 국민중심당에게 달콤한 말로 서슴없이 띄워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중심당도 이 같은 ‘러브콜’이 부담스럽다거나 싫지는 않아 보인다. 다른 정당들에 비해서 아직까지 입지가 크지 못한 신당이라는 이유에서도 연합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공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심대평 대표 역시 한화갑 대표의 발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정치를 상향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적 공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심 대표는 모든 것을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해석되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기적절하게 창당을 한 국민중심당의 주가가 언제까지 치솟을 수 있을지, 또 그들이 정치판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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