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학교·고등학교 등 신성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추행 대상이 제자는 물론 교사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렇게 학교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 한 성 상담 전문가는 “학교라는 비교적 밀폐되어 있는 공간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개 상하 관계이다 보니 지위를 이용한 성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밀폐된 공간·상하 지위 이용한 성범죄 빈발”
피해 신고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피해자 ‘곤혹’
신고하고 싶어도 후환·후폭풍 두려워 피해자 ‘묵묵’
여학생 성추행한 교수, 버젓이 강의 맡아
이 전문가는 “특히 학교 내 성추행의 주요 희생자인 여학생이나 여교사의 입장에서는 범죄 피해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면 자칫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 사건 자체가 은폐되기 십상”이라며 “이러한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학교에서 성희롱 관련 사건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충남 공주대학교 교수 두 명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람에 현재 이들 교수와 피해 여학생들이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재직 중인 교수 A씨와 B씨는 강의실 등에서 제자 여학생 네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대전지법 공주지원으로부터 각각 벌금 8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들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도 이수할 것을 명령 받았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비추어보면 교수들과 여학생들 사이에 신체 접촉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이들 여학생이 혐오감과 수치심을 느낀 만큼,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도 A씨와 B씨는 일체의 근신 없이 이번 학기에 같은 학교에서 버젓이 강의를 개설했다. 공주대학교 측이 이들 교수의 수업권을 옹호하며 강의를 허용한 것이다.
결국 이들 두 교수는 미술교육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전공필수 두 과목 등 총 5과목의 전공을 개설했다. 이 수업에는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기 위한 일부 학생이 신청해 강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미술교육과 학생들에 따르면 “더욱 심각한 것은 한 수업에는 해당 교수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여학생도 학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마주치는 상황이 되고만 셈”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학생회에서는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되어 있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임용권자는 해당 공무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어 해당 교수들이 더 이상 교편을 잡지 않도록 학교 측에 직위 해제를 요구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공주대학교 측은 “‘교수에게도 강의를 개설할 교육권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어 학생들의 직위 해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회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 측은 “해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미 지난해 1월 교수들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비록 이번에 벌금형을 받았더라도 수업권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조치를 취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학교 측의 해명에 대해 미술교육과 교수 성추행·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측은 성희롱 사건이 터졌던 초기부터 진상을 규명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그저 소극적인 태도로 사건을 감추는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측은 지난해 1월 피해 학생 일부가 경찰에 두 교수를 고소한 다음에야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며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서면 학교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막기에 급급했으며 당시 징계 사실을 학생은 물론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사태를 더 이상 직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위원회 측은 “공주대학교 측이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있도록 내버려두는 바람에 피해 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며 “향후 혹시 있을 수도 있는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동시에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해당 교수들의 직위해제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해 향후 추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입 여교사 성추행한 교장 ‘직위해제’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지역교육청 장학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한 20대 신입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결국 전격적으로 직위해제 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3월 10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 남부지역 A초등학교 B교장에게 지난 3월 7일 자로 직위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근 여교사 A씨가 “과거 B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하자 이에 따른 조치다.
A씨가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당시 장학관이었던 B교장이 한 지역교육청 과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1년 12월 2일 어느 식당에서 A씨를 포함한 여교사 여섯 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B교장은 당시 신임으로 발령받은 교사인 A씨를 바로 옆자리에 앉게 한 다음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날 저녁식사 자리는 여교사들이 근무하는 C초등학교 D교장(여)이 마련했지만, 막상 D교장은 한 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동석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2년여 동안 정신적 고통을 적지 않게 겪다가 심각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경기도교육청에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B교장이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바람에, 징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현재로서는 학교 현장을 책임 관리해야 할 교장 직책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3월 7일자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은 당시 식사자리를 함께 가졌던 다른 여교사를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교육청 측은 성추행 의혹 외에도 부적정안 예산집행·향응 수수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를 진행한 뒤 징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직위해제를 당한 B교장과 당시 식사 자리를 마련했던 D교장은 “당시 식사자리는 출입문 바로 옆에 위치해 공개된 구조였다”며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결코 없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인천서도 ‘여교사 성추행’ 투서로 파문 확산
이와 비슷한 사건은 또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실명(實名)으로 접수된 투서가 교육의원에게 전달되며 심각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2년 8월 여교사 성추행 투서 사건이 발생한지 1년 6개월여 만에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노현경 인천시의회 교육의원은 인천시청에서 ‘제2의 여교사투서 사건에 대한 입장’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의원은 “학교 내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 문제가 이제는 참으로 위험한 수위에 이른 상황”이라며 향후 근본적인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현경 의원에 따르면 이 여교사는 “소속 학교 교장이 캠프 답사를 간 날 노래방에서 엉덩이를 만졌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식 자리에서는 손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 여교사는 “너무나 놀랍고 당혹스러워 항의하려 했지만 교장은 술에 취해 태연히 자는 척 했다고 적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성희롱 피해는 마찬가지로 다른 여교사도 입었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교장은 평상시에도 여교사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 여교사는 “2년 전 학교장 성희롱 설문조사 때 이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될 만큼 괴롭다”며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이후에 미칠 불이익이나 후폭풍이 두려워 망설여왔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여교사 성추행 투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8월에도 한 여교사가 ‘승진 및 근무평가를 빌미로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익명으로 된 투서를 노현경 의원에게 보내 인천교육계가 한바탕 뒤집혀지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3개월 동안 60여 개 학교 약 520명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부 인정된 학교장 한 명에 대해 경징계 조치를 내렸으며 이외에도 경고 3명·주의 9명의 처분을 내렸다.
그렇지만 “당시 피해 여교사들이 신분 노출을 극히 꺼리는 바람에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해 피해 실태도 명확히 파악이 안 됐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 때문에 “여교사 성추행 문제가 제대로 근절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현경 의원은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자기 식구 감싸기’ 식 처분을 내리는 데 급급했다”며 “이제는 하나마나 한 처분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투서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겨 진실이 밝혀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현경 의원은 “여교사들은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이면서도 보복과 불이익을 당할까봐 신고도 못하고 괴로워한다”며 “중앙정부와 교육부는 즉각 전국 여교사를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실태 파악에 나서 실효성 있는 학교 내 성폭력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측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을 하지 못했다”며 “조사를 통해 되도록 빠른 시일 안으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