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쓰나미’ 흔들리는 롯데쇼핑
‘악재 쓰나미’ 흔들리는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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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 명성, 이제는 옛말?

그동안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여 왔던 롯데쇼핑이 최근 들어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아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욕적으로 진행하던 해외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최근에는 신용등급 하향 조치까지 당했다.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하이마트도 아직까지는 재무구조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한때 ‘현금부자’로 명성을 떨쳤던 롯데쇼핑이 여러 악재가 겹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재무구조 ‘비상등’…부채규모 5년 새 135% 늘어
무리한 해외사업 강행했지만 실적 기대치 밑돌아
하이마트 실적개선 여지 낮은데 추징금까지 겹쳐

그동안 ‘현금부자’로 재계 안팎에 명성을 떨쳐온 롯데쇼핑은 지난 3년 동안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재계에서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매장 확장은 물론 하이마트 인수 등으로 외형 면에서 큰 도약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렇게 롯데쇼핑이 보여 온 공격적 행보에 대해 일종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수준’ 이른 재무구조

올해 들어 롯데쇼핑은 의욕적으로 펼친 해외사업이 연달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놓으면서 이에 따른 차입금에 대한 부담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요약하면 재무구조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뉴시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이 지닌 부채 규모도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3월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롯데쇼핑의 부채총액은 약 2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만 해도 롯데쇼핑 부채총액이 약 11조 원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무려 두 배나 늘어난 결과다. 이 같은 부채총액을 비율로 환산하게 되면 2009년 약 86%에서 2013년에는 무려 약 135%로 증가한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롯데쇼핑의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는 조치를 내려 업계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무디스 측은 이렇게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치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차입금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무디스 관계자는 “차입금 수준이 높은 것은 물론 차입금 축소 조치 이행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전망, 여기에 지속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롯데쇼핑의 움직임 등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롯데쇼핑이 대규모 차입금 축소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은 4.6배에 이르고(롯데카드 제외) 순차입금 대비 보유현금흐름(RCF) 비율은 17%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비율은 Baa1 등급 기준인 3.7~4.0배와 20~2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롯데쇼핑이 하루 빨리 자구책을 마련·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차입금을 감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지난해 11월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발행했다. 이와 아울러 보유하고 있는 점포를 매각한 다음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롯데쇼핑이 무디스의 등급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차입금을 약 2조 원 가량 줄여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자구책 마련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디스는 물론 재계에서도 “롯데쇼핑이 이 같은 규모의 차입금을 축소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심찬 해외사업 추진이 발목 잡아

다만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제시해 롯데쇼핑의 앞날이 무조건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신용등급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까닭은 현재 롯데쇼핑의 차입금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현재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롯데쇼핑의 야심찬 해외산업 추진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한데다, 과감한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다. ⓒ뉴시스

무디스는 “앞으로 롯데쇼핑은 내수 시장에서 실적을 견조하게 유지하고 차입금 축소를 실행해 향후 1년~1년6개월 동안은 ‘Baa2’에 부합하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낙관적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무디스는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으로 확장 전략을 진행해 나간다거나 예상을 밑도는 이익 성장을 거듭해 재무건전성이 회복되지 않고 계속 악화될 경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추가적으로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며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이렇게 롯데쇼핑이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는 수모를 겪으며 재무구조까지 악화된 가장 큰 요인으로 재계 관계자 대다수는 “해외사업을 다소 무리하게 펼쳤는데 이에 따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롯데쇼핑은 “2018년까지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에 오르고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렇게 롯데쇼핑이 해외시장 개척을 중대 목표로 삼은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롯데는 내수 시장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그동안 널리 제기됐던 비판을 크게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쇼핑은 이러한 원대한 목표에 어울리는 공격적 행보를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최근 3년 동안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백화점 5곳·대형마트 25개점을 오픈했다. 특히 올해는 중국 롯데월드 선양과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에 백화점을 개장했으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 15개의 대형마트를 새롭게 출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롯데쇼핑이 의욕적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음에도 상황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지난해 4/4분기 롯데쇼핑의 해외 백화점 사업 부문은 270억 원이나 되는 영업 손실을 냈다. 아울러 해외 마트사업 적자는 지난해 3/4분기 80억 원에서 4분기 41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의 부진 양상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사업부문인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중국 현지 법인 적자규모는 무려 1,227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해외시장 개척을 2007년 이후 중국 각 지역에서 롯데마트를 운영해 온 법인들은 물론 중국 유통 관계 사업의 투자를 담당하며 규모를 키워온 홍콩홀딩스 또한 계속 손실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베이징 롯데마트법인·뎬진 롯데마트법인이 거둔 순손실은 약 460억 원까지 증가한 실정이다.

하이마트·세무조사 추징금도 부담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해외사업 적자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황을 보이고 있어 현지 점포 실적은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고 있다.

▲ 롯데쇼핑이 야심차게 인수한 하이마트는 실망스런 실적을 안겨줬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의 여지가 낮은 편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한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내 점포의 경우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기간을 대략 3년으로 보고 있지만 해외 점포의 경우는 5년 내외로 잡고 있다”며 “그런데 해외 점포 대부분이 최근 2~3년 내에 개점했기 때문에 수익을 본격적으로 내는 시점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쇼핑은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재무구조 개선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개선 작업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쇼핑은 우선 싱가포르 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을 통해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매각 규모는 10억 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각이 결정된 매장은 일산·동래·전주·센텀·상인·포항 등 백화점 7개 곳과 고양·중계·구미 등 마트 11개점에 이른다.

그런데 롯데쇼핑은 지난 2월까지 투자자 모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수익률 사안을 놓고 투자자 일부 사이에서 이견이 나와 일정이 지연됐다”며 “투자자들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의 국내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 2월 6일 롯데쇼핑은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작년 4/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8% 늘어난 7조6,970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5% 줄어든 3,828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6.1%이나 줄어든 수치인 932억 원에 그쳤다.

증권계에서는 “롯데쇼핑은 올해 1/4분기에도 마트 부문 부진과 하이마트 부문의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1/4분기는 더 많은 수의 신규출점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건비 등 비용이 지난 4/4분기부터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1/4분기 실적이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이 상당한 무리가 가는 수준의 투자를 불사하며 야심차게 인수한 하이마트가 작년 4/4분기에 거둔 영업이익은 전년과 대비해 6.7% 증가한 292억 원에 머물러 실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하이마트의 4/4분기 매출액은 증권계 추정치와 유사한 9,248억 원을 기록했지만 신규 출점 증가에 따른 영업 초기 할인 폭 확대는 물론 인건비 등의 비용 증가로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마트가 1/4분기에도 실적 개선의 여지는 낮은 편”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마트 뿐 아니라 백화점·온라인쇼핑·홈쇼핑 등이 모두 롯데하이마트로의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실적이 개선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쇼핑이 지난 2월 수백억 원 대의 세무조사 추징금을 받은 것도 재무구조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월 5일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세금 탈루 등의 혐의로 6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며 지난해 7월부터 강도 높게 벌여온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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