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공식 서명하며 러시아와 크림반도의 합병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합병조약 서명에 앞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크림 반도는 언제나 러시아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였다”면서 “크림의 자주권은 오늘날 러시아만이 보장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이 날 연설에서 지난 16일 실시된 크림 주민투표의 합법성에 대해 설명하며 크림반도가 러시아로 귀속되는 것에 대해 “크림은 강력하고 안정적인 자주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몰도바 등 다른 지역도 합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구 소련연방 재결합설’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크림의 귀속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어, 타타르어, 러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할 것”이라며 현지에 포용정책을 펼칠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이 날 체결된 합병 조약에 따르면 편입 신청국은 조약에 서명한 순간부터 연방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며, 이후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승인과 상하원 비준 동의를 얻으면 곧바로 발효돼 이번주 안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 푸틴, 합병조약 체결 ‘속전속결’…강력 ‘승부수’?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 반발의 제재가 거세 러시아 상하원이 크림 합병안을 승인하더라도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푸틴은 예상을 뒤엎고 크림이 편입요청을 한 다음날 신속히 조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합병에 앞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부들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음에도 푸틴은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투표의 러시아 편입 여부 찬반투표 결과가 나온 16일 이후 이틀만에 의회 논의 뒤 조약을 체결하는 통상적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체결된 만큼 강력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푸틴이 합병 절차를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이미 예측된 서방의 거센 비판에 대해 선제공격으로 대응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여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이 조약 체결에 앞서 크림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합병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 ‘타협’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향후 푸틴의 행보에 대해 국제사회의 촉각이 주목되고 있다.
◆ 서방국가, 신(新) 냉전체제 돌입하나?
그러나 러시아와 크림반도가 합병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 된 가운데, 서방국가는 이번 합병을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서며 ‘신(新) 냉전’에 돌입하는 추세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러시아의 G8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한편, 다음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 안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G7과 EU 정상들이 실시하는 핵 안보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유럽연합과 함께 크림반도 침공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연대해 제재를 가속화 하겠다고 경고했다.
제니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러시아-크림반도 합병 조약이 이루어 진 직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공식합병 움직임을 규탄한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크림 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카니 대변인은 “당국은 다양한 개인과 개인들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면서 “어떤 개인이나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푸틴 대통령 역시 국제법 위반에 따른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아울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크림반도의 주민투표 및 러시아의 크림 흡수 등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으며,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불인정하는 한편, EU 정상회의에서 더욱 강력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국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 역시 “푸틴의 크림 병합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는 일”이라며 경고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수출 허가를 중단하고 해군 합동 훈련 및 영국 해군의 러시아 방문계획을 취소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강력한 서방국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폴 손더스 미국 국익센터 이사는 18일 오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러시아 제재는 별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서방국가의 강력한 제재에 ‘상징적 조치’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보이는가 하면, 닉 비크로프트 SAXO은행 총재는 “이번 문제는 독일의 이해관계가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고 우크라이나의 힘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하나 마나 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 우크라이나, 크림 자국軍 총기사용 허가…‘긴장’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합병 조약에 서명한 직후,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의 우크라이나 군부대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대를 공격한 무장세력이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었다며 친러 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크림 경찰은 당시 무장 저격수 2명이 부대 인근 각 다른 건물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하며 “합병 상황을 어지럽히기 위한 계획적인 도발”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민이 사망함에 따라 크림반도에 상주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방어를 위한 총기 사용을 허가했다. 그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크림 내 주둔 자국 군인들의 총기 사용을 실질적으로 자제해 왔다.
이 사태가 발생한 직후 아세르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가 우크라이나 공영방송을 통해 “양국간 갈등이 군사적으로 확대된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행동은 전쟁 범죄”라고 강력하게 비난 의사를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긴장감은 한껏 고조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유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