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안 처리를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해 방송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관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9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권이 국익을 위해 처리를 요구하는 원자력방호방재법과 일괄 처리될 법안이 있으면 함께 처리하자고 연계하는 것은 옳겠으나, 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방송법 처리를 연기시키고 서로의 발목을 잡아 꿈쩍 못하게 하는 지연 수레에 빠져 국민의 눈에는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는 정쟁으로 비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원자력법을 이 시점에서 다루게 된 경우를 논하는 것도 무익할 뿐”이라며 “처리할 국사가 있으면 처리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 공방은 뒤에 하면 될 일이니 여야는 이 법의 논의를 마치고 법안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민주당을 향해 원자력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 원내대표는 “기초연금법을 비롯한 복지3법과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3월 원 포인트 국회가 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새정치면 새정치답게 하루속히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 협조를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 연말 외촉법의 힘겨운 처리에서 보듯이 우리의 중점 추진 법안이라고 말만 하면 그 즉시 야당의 중점 제동 법안이 되어 정략적 흥정의 볼모가 되어 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핵문제가 상존하고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장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국제적 약속을 먼저 지키고 국격을 높이는 것에 당리당략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의화 의원은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여 전에 원자력방호법이 통과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민주당을 향해 “이 법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이 법을 함께 논의하자고 해야지 다른 법도 제안했는데 그것을 통과시켜주면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자세는 없어져야하고 아주 나쁜 태도”라고 비난했다.
심재철 의원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야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을 지연시키며 발목잡기를 계속하고 있다. 국가의 외교력을 떨어뜨리는 구정치의 전형”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민주당은 24일 이전에 원자력방호방재법을 통과시키는데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의원은 “민주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빌미로 방송법 끼워 넣기에 나섰다”이라면서 “도대체 원자력 방호방재법과 방송법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아무도 이해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방송법 끼워 넣기로 또 다시 정부, 여당 발목잡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은 대한민국이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법안이기에 야당의 법안 흥정으로 거래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열어 “대통령이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 것은 사실 관계를 의도적으로 비튼 정치공세”라며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지금까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국회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며 야당이 아닌 여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익과 국민이 정치의 최우선이라고 한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익과 공정방송을 위해 원자력방호방재법과 방송법, 민생관련법을 함께 처리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여당은 지난 2년여 방치했던 원자력방호법 처리를 긴급 현안으로 국가 망신이라면서 빨리 처리해 달라고 들고 나왔다”면서 “2년 이상 가만있던 정부 여당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갑자기 홀연히 난데없이 법을 처리하지 못한 경위를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청와대와 여당은 여론을 호도하지 하려고 하지 말고, 더 급한 현안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중에서 가장 급한 현안은 모두 알듯이 나라의 사법체계를 흔들고 외교 문제까지 초래한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다”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출국날짜가 다가오자 원자력 방호방재법 뒷북을 쳤다”라면서 “여권신청도 안하고 출국 날이 다 돼서 출국을 못하게 되면 본인 탓을 해야지 왜 여권발행처 탓을 하나”고 비유해 비난했다.
한편,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으로 지난 2012년 8월 정부가 국회로 제출한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핵테러 행위의 억제 및 핵물질·원자력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 등 국제협약 규정에 부응하는 여러 조치들이 명시돼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국회 상임위 개편으로 인해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계속 표류해 왔다. 여기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미방위가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법안 심사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면서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그러나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법안 처리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17일 여야에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