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두들겨 맞은 KT, 그로기 빠져
악재 두들겨 맞은 KT, 그로기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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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황창규…혁신 성공할까?
▲ KT가 연이은 악재가 겹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쇄신 의지를 내비치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 진을 친 모양새다. ⓒ뉴시스

 국내 굴지의 통신 기업 KT가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자회사인 KT ENS에서 불거진 대출 사기 사건부터 해커에 의한 고객정보 유출까지 연일 악재에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영업정지 제재까지 겹쳤다. 황창규 사장을 선임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한 KT호지만 2014년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KT ENS 사태 역풍…신용등급 ‘흔들흔들’
개인정보 유출에 45일 영업정지까지 겹쳐
황창규, “물러설 곳 없다” 쇄신 의지 보여

KT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KT ENS가 대출 사기에 휘말렸을 때, KT ENS는 “KT ENS가 아니라 납품회사들이 저지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KT ENS를 향한 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결국 KT ENS는 잃어버린 신뢰를 찾지 못하고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말았다.

KT ENS 사태 ‘역풍’ 맞은 KT

당시 대출사기 피해 은행권들을 중심으로 KT가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한 피해 은행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CP가 491억 원이 만기가 됐는데, 모회사인 KT에 지원요청을 안 했다는 부분이 매우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며 “KT ENS가 자금 지원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는 건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호도”라면서 “자회사가 힘들때마다 자금 지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지만, 이는 기업 신용 평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KT ENS가 법정관리 신청한 것을 계기로 KT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한다고 밝혔다. KT ENS는 지난 2012년 5006억원의 매출액과 72억원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으로는 46억원을 달성해 KT 계열사 중 실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알짜기업임에도 불구하고, KT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KT ENS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현재 KT의 신용등급은 AAA(트리플A).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3일 신용등급은 유지하는 대신 향후 전망을 ‘안정적’에서 ‘Watchlist 하향검토’로 조정했다.

한신평은 해당 보고서에서 전망을 하향검토로 수정한 것에 대해 “KT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모회사인 KT의 국내 최상위 신용도와 유사시 재무적 지원가능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되어 왔는데 케이티이엔에스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KT의 ‘계열사에 대한 지원가능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업금융평가본부 실장 역시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은 흑자 부도”라면서 “애초 부실화된 곳이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KT가 지원을 거부한 것은 향후 (KT의) 신뢰도와 평판 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T ENS로부터 시작된 태풍에 KT가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당해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커에 의해 KT의 고객정보 1200만 건이 털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KT 황창규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할 정도로 KT는 고객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 KT ENS 대출사기 사태의 역풍에 휘말려 KT의 신용등급이 휘청인 가운데,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 1200만 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시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지난해 1년 간 KT 고객센터 홈페이지를 해킹해 1200만명의 고객 정보를 훔쳐 텔레마케팅 업체에 팔아넘긴 전문해커 김모씨(29)와 이를 사들여영업에 이용한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박모씨(27) 등 3명을 검거, 이중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했다.

전문해커 김씨는 해킹 툴 ‘파로스’를 개조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KT 홈페이지를 지난해 2월부터 해킹해 KT 고객 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 은행계좌, 주소, 직업 등 12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를 운영하는 박씨에게 팔아넘겼다.

이들은 탈취한 고객정보를 휴대전화 개통·판매/영업 등에 사용하는 등 최근 1년 간 115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고객정보를 탈취하는 데 쓴 방식은 홈페이지 이용대금 조회란에 고유숫자 9개를 무작위로 자동 입력시켜 가입고객의 고유번호를 맞추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게 정보를 빼낼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지난 2012년 870만 명의 가입자 개인정보를 유출당했던 KT로써는 뼈아픈 보안 구멍이었다.

이에 황 회장은 7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여러분께 이번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서 케이티 전 임직원 대표해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황 회장은 “지난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유출사건이 일어난 이후 보안시스템 강화를 약속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고객정보가 2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유출됐다는 것은 IT전문기업을 내세우는 KT로서는 너무나도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후폭풍은 매서웠다. 외적·내적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 외적으로는 시민단체들이 KT에 소송·고발 등 잇따라 책임을 묻고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YMCA는 황 회장과 회사 개인정보관리 책임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KT에 자발적인 피해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소비자배상명령제 도입을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8일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비자와 함께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를 모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최근 981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KT는 2012년에도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그럼에도 보안 강화 노력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번 유출도 경찰이 통보하기 전까지 1년여 간 지속됐지만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T조직 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했다. KT의 개인정보 보안담당 팀장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이다. 18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KT의 개인정보 보안담당팀장 이모(47)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해커 김씨가 KT 홈페이지에서 가입고객 12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냈는데도 막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KT의 이용자 인증 시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타 업체 대비 미흡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신용등급 평가에서도 휘청인 KT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며 신뢰도에 큰 흠집을 만든 것이다.

설상가상, 영업정지까지

신뢰도에 영향을 끼칠 악재가 연달아 터진데 더해, KT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악재가 겹쳤다. 45일에 달하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법적으로 정한 보조금 기준을 넘어선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것에 따른 결과였다.

▲ 불법 보조금을 남발한 결과 KT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들은 45일 간 영업정지에 처해졌다. ⓒ뉴시스

7일 미래통신과학부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KT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에 대해 각각 45일 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사업정지 범위는 신규 가입자 모집과 기기변경이다.
신규 가입자 모집의 경우 △가입 신청서 접수 또는 예약모집 행위 △가개통 또는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 △제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 △기타 편법을 이용한 신규 판매행위 등이 모두 금지된다. 다만 기기변경은 예외적으로 △보조금 지급과 직접 관련이 없는 M2M 사물통신 △분실 단말기 교체 △24개월 이상 사용한 단말기 교체는 허용된다.

이에 따라 KT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45간의 영업정지 기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에서 이통 3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하고 KT에 55억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KT가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아 타 이통사 대비 적은 과징금(SKT 166억5000만, LG유플러스 82억500만)을 부과받았고 신규가입자 모집 중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여기서도 잡음은 발생한다.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업주들이 이동통신사 사업정지에 대한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13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영업정지 철폐를 위한 30만 종사자 총 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영업정지로 인한 판매·대리점이 피해 받은 2000만~4000만원 수준의 돈을 전액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강도 높은 ‘혁신’ 돌입?

지난 16일 황창규 회장은 상무보 이상 임원 등 270여 명과 함께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기술개발, 상품, 유통·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KT의 미래는 없다”며 “고객 최우선 경영만이 KT가 글로벌 1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황 회장은 10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문제를 알면서도 관행이라며 내버려 두는 태도, 보여 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 및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보고,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19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황 회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면에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을 정도로 책임 질 줄 아는 CEO”라면서 “완전 쇄신 의지를 비치고 있는 만큼 ‘경영 능력 시험’ 합격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 KT의 실적은 매출 23조8106억원, 영업이익 874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7% 감소했다. 4·4분기 실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매출은 6조214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적자 14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정지 등 악재의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유지할 것인지, 황 회장의 쇄신에 따른 반전에 성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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