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기초공천 폐지는 대국민 사기극인가?
민주당의 기초공천 폐지는 대국민 사기극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인데,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새누리당이야 이미 욕 들어먹을 각오를 하고 대선 공약 파기를 선언한 상태지만, 민주당은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내부적으로 엇갈린 목소리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민주당의 이런 알쏭달쏭한 태도가 아니다. 기초공천을 하지 않겠다 큰소리치며 선언을 해놓고도, 암암리에 내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잡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부 민주당 출신 기초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에 걸린 현수막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현수막에는 해당 지역위원장(대부분 현역 국회의원) 또는 같은 당 소속 현역 광역자치단체장과 찍은 사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누가 보더라도 기호만 없을 뿐이지, 그들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더욱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느낌까지 준다. 당에서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는 공천을 한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공천을 하면 나름의 절차와 제도를 통해 투명하게라도 후보선출이 이뤄질 것을, 오히려 내천 등 더 큰 문제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최근에는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지방선거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기초의원 후보자를 내천했었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예비후보자가 크게 분노하면서 해당 국회의원을 향해 지역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말라며 뺨따귀까지 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큰소리 쳐놓고는 특정 예비후보를 사실상 내천했다고 하니, 성이 날만도 할 일이다. 결국, 소란이 일자 국회의원은 내천했던 것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실질적인 공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이런 유사 상황이 비단 한두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서만 약속을 지키라고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기초공천을 하지 않겠다면서 약속을 지키는 올바른 정치세력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어찌 이토록 속이 다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도면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을 향해서만 기초공천 폐지를 이행하라고 촉구할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누구를 욕하기에 앞서 스스로부터 잘못된 점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새정치를 외치더라도 말로만 하는 새정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더해, 말로 하는 것과 뒤에서의 행동이 이처럼 다르다면 국민적 분노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내천 등의 깨끗한 선거문화를 흐리는 상황들을 전면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려 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박강수 칼럼니스트 5255su@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