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이용은 ‘자본주의 독버섯’
내부정보 이용은 ‘자본주의 독버섯’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룰 지키지 않는 비열한 반칙 행위 발본색원돼야

88올림픽을 전후해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대변혁의 시기를 맞는다. 이른바 코스피 지수 1000시대, 즉 네 자리 숫자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관변 연구단체인 KDI 등과 민간단체인 전경련 산하 KERI(한국경제연구원) 등이 있었다.

증시의 폭발적 확장과 더불어 증권회사들도 면모를 일신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설 연구소를 세우는 것이었다. 대우증권의 대우경제연구소를 비롯하여, 대신경제연구소, 동서경제연구소, 한신경제연구소 등등이 출범했다.

증권사들은 연구소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우리사주’라는 유인책을 썼다. 당시 증권사 우리사주는 액면가 5천 원 짜리가 수만 원의 시가로 매각할 수 있어(물론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하지만) 말 그대로 초대박(super-bonanza)이었다. 당시 증권사 여직원들은 일등 신붓감이었다. 왜냐면 우리사주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 총각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우리사주를 주는 조건으로 우수한 연구 인력을 각 증권사 부설 연구소들은 확보했다.

이들 연구 인력이 바로 증권사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로 활동했다. 이들은 당시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보(週報)를 통해 주식시장의 대세 분석과 함께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 등을 분석해서 발표하였다.

요즘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지탄을 받고 있다. 내부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유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기관투자가에게만 실적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NHN엔터테인먼트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NHN엔터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는 내용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유출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가가 실적발표 전 급락한 것은 기업담당 직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다시 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정보 유출 3자 커넥션이 작용하면서 대량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판단이다.

CJ E&M도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전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에 기관투자가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이를 까맣게 모르고 매수에 나섰던 개미투자자들만 큰 손실을 입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사건의 사후처리다. CJ E&M 사건의 경우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보를 제공한 회사 담당자 및 1차 정보 수령자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만 검찰에 고발했다. 엄청난 실속을 챙긴 2차 정보 수령자인 펀드매니저들은 제외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 금지와 관련해 처벌대상이 2차 수령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 오랜 기간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선량들이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이다.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직접금융을 조달한다. 이를 가지고 설비투자도 하고 시장개척도 하면서 성장한다. 주주들은 이 과실을 지분대로 나눠 갖는 것이다.

유통시장 측면에서는 주식투자자들이 게임 룰을 지키면서 머니 게임을 벌인다. 이 때 게임 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증시는 ‘자본주의의 독버섯’으로 전락한다.

이번 사태처럼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매매 차익을 챙기게 되면 비열한 반칙행위인 것이다. 제로 섬 게임에서 당하는 측의 억울함은 말로 형언키 어렵다.

다시 한 번 게임 룰이 증시에서 엄정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튼튼한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증시참여자들의 투자윤리가 지켜지길 기대한다.

[시사포커스 / 김남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