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청소년들 ‘가출팸’ 범죄 기승
겁 없는 청소년들 ‘가출팸’ 범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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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조직 이뤄 흉악 범죄…대책 마련 시급

▲ 한 청소년 상담 전문가에 따르면 ‘가출팸’은 인터넷 카페나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구성원을 모집한 후 고시원·원룸·모텔 등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SBS

최근 청소년 가출이 증가하며 가출청소년끼리 일종의 조직을 이루게 되는 이른바 ‘가출팸’이 새로운 사회 세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가출팸에 소속된 청소년들은 조건만남이나 성폭행 등 온갖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비율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출팸’이란 ‘가출 패밀리’의 약자”라고 한다. 즉 “가출을 감행한 청소년이 가출한 동일한 처지에 있는 또래 여러 명과 합심해 일종의 가족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채팅·인터넷 카페 이용 무작위 ‘팸’ 결성
생계형 범죄 대다수…성범죄 등 각종 비행 잇따라
역할 나눈 ‘조직적 성매매’도…애꿎은 피해자 발생

본격적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출팸

‘가출팸’은 의외로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한 청소년 상담 전문가에 따르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수위를 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52명의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가운데 53명(21%)이 가출팸 경험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가출 청소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가출팸을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들 가출팸은 남녀가 혼숙하며 지내는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청소년 상담 전문가에 따르면 “이들 ‘가출팸’은 인터넷 카페라든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가출팸을 모집한 다음 고시원·원룸·모텔 등에서 생활한다”며 “단순히 또래 탈선 청소년들이 어울리는 선에서 벗어나 아빠·엄마·오빠·동생 등 어엿하게 가족을 뽑아 역할을 나누는 게 주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집단가출을 하는 것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최근의 가출팸은 전혀 면식이 없는 아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쉽게 결성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이들 청소년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회나 가정보다, 서로에게 일종의 정신적 위로를 받으며 형성한 ‘유사가족’이 가출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가출팸은 기존의 혈연관계로 얽매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대안 가족’을 꾸려나간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분명 적지 않은 한계 및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소년 관련 전문가 상당수는 “아무리 ‘유사가족’을 만든다 하더라도 엄연히 가출팸은 문제의 여지가 농후한 청소년들이 비슷한 처지의 또래집단과 어울려 어른이나 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집단을 이룬 것”이라고 지적한다.

▲ 한 청소년 전문가는 청소년들이 가출팸을 구성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회나 가정보다 서로에게 일종의 정신적 위로를 받으며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뉴시스

이들은 “가출팸은 무엇보다 생존의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불법 행위에 빠지기 쉽다”며 “즉 생계형 범죄를 수시로 일으키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성관계·음주·흡연 등 각종 비행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학행위·성매매 저지르기도

실제로 최근 가출팸이 연루된 각종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가출팸을 결성한 비행 청소년들이 엇비슷한 처지에 놓인 또래 여학생을 대상으로 온갖 끔찍한 가혹행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나상용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차모(18)군에게 징역 장기 4년에 단기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와 아울러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17)양과 김모(18)양은 징역 장기 3년 6월에 단기 2년 6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청소년에게 내린 선고로는 상당히 엄중한 형량이다.

차 군 등은 집을 나와 가출팸을 결성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 10월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나온 유모(17)양을 만나게 되어 자신들이 생활하는 수원시 소재 한 주택으로 끌어들여 함께 지냈다.

그런데 이들 일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 양을 상대로 점점 끔찍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했다. 우선 이들은 유 양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옷걸이 등의 도구로 여러 차례 폭행을 가했다. 아울러 일회용 라이터로 유 양의 손을 지져 화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폭력 행위를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

하지만 이들은 유 양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 폭행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유 양에게 계속 트집을 잡고는 성폭행 및 유사성행위까지 저질렀다. 심지어 유 양에게 자신의 소변을 마시도록 협박하고 말을 듣지 않자 다시 폭행을 가하는 등 거의 ‘변태’ 수준에 가까운 짓을 서슴지 않았다.

▲ 최근 청소년 가출이 증가하며 등장한 ‘가출팸’에 소속된 청소년들이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가청소년위원회

또한 차 군 등 가출팸 일당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30대 남성에게 접근하여 유 양과 성관계를 맺도록 주선한 다음 이에 대한 대가로 5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를 협박해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와 성매매를 강요하고 마구 때리거나 성폭행하는 등 죄질이 대단히 나쁘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더욱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그렇지만 피고인들이 아직 나이가 어린데다가 가정환경 또한 불우하고 예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감안했다”고 선고를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 가출팸 청소년들이 저지른 학대 행위 중 상당수가 성폭행·유사성행위 등 ‘성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보면 생계 문제로 절박한 상황에 놓이기 십상인 가출팸 멤버들이 어떤 방향으로 범죄의 길에 접어들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청소년 상담 전문가는 “실제로 가출팸을 이룬 청소년들이 성인을 대상으로 이른바 ‘원조 교제’나 ‘조건 만남’을 제안한 뒤 약속 장소에서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조직 수준의 계획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가출팸 통해 ‘포주’ 노릇하는 사례 빈번

지난해 10월 22일 입건된 가출팸 청소년들이 바로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는 “조건 만남’을 갖자”며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다음 마구 폭행하고 소지하던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A모(19)군 등 네 명을 구속하고 B(16)모양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동네친구 사이로, 학교를 자퇴한 뒤 가출한 다음 B양과 만나 가출팸을 만들어 지내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C모(39)씨는 새벽에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B양으로부터 성매매를 암시하는 이른바 조건 만남 제안을 받았다.


C씨는 자신의 행동이 엄연히 불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호기심과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 B양을 만난 C씨는 본인이 몰고 온 승용차에 태웠다. 그는 B양이 가자는 대로 별다른 의심 없이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에 소재한 어느 모텔로 향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이들이 호텔 객실에 발을 내닫자마자 십대 청소년 일행 네 명이 방으로 들이닥쳤다. 이들 일당은 자기네가 B양의 오빠와 친구들이라며 C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내 동생을 데리고 뭐 하는 짓이냐”라고 고함을 지르며 C씨가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기고 약 30여 분에 걸쳐 주먹을 휘두르는 등 집단 폭행을 저질렀다. 또 C씨의 몸과 소지품을 뒤져 현금 7만원과 휴대폰도 강탈했다.

모텔을 나온 이들은 C씨를 강제로 차에 탑승시킨 뒤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인출해라”며 협박했다. C씨는 현금서비스 인출을 끝까지 거부했지만 이 때문에 차 안에서 한 시간 여에 걸쳐 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결국 전치 3주에 해당되는 상해를 입었다.

이렇게 이들 가출팸 일당이 저지른 범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행은 이미 예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남성 두 명을 폭행하고 약 170여만 원 상당의 현금과 휴대전화 등을 강탈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가출팸이 성매매 전문 알선 집단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지난해 12월 경찰에 입건된 A모(17)양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A양은 지난해 7월 가출한 뒤 조건 만남 등을 통해 성매매를 하면서 생계비를 충당했다.

이렇게 밑바닥 생활을 하던 중 A양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다른 가출 청소년과 함께 ‘가출팸’을 결성했다. 가출팸 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자 A양은 수완을 발휘해 직접 ‘포주’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A양은 본인이 성매매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종의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새롭게 가출팸에 가입한 미성년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다.

A양은 일단 성매매 의사가 있는 남성들을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모집한 뒤 약속 시간 및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후 가출팸에 소속된 여자 청소년들을 보내 이들 남성과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챙겼다. 결국 A양의 범죄 행각은 경찰에 입건되면서 비극적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소년 전문가 다수는 “가출 청소년 상당수가 성매매에 뛰어드는 현실 속에서, 가출팸의 경우 역할을 나눈 전문 성매매 집단으로 변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며 “이러한 조직적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과 예방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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