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각자 당내 현황에 대해 맹렬한 비판과 독설을 불사하며 ‘폭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의 언행에 대해서는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를 위해 필요하다’, ‘차라리 탈당해라’는 등 양극단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유독 튀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이재오 의원이나 조경태 의원의 행보가 유난히 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의 발언 내용 수위가 듣는 이로 하여금 어떤 ‘한계’를 넘는 듯한 느낌을 직접적으로 던져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의원의 발언을 보면 단순한 이견 수준을 넘어 일종의 ‘악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인상이 짙다.
이재오, 박 대통령에게 여전히 으르렁
이들 의원의 격한 독설은 이성의 허용 범위를 뛰어넘어 감정적 격앙을 일으키는 직격탄적인 마력이 있다. 그래서 소속 당 관계자나 지지자 입장에서는 다분히 ‘속 뒤집어’질 여지가 많다. 실제로 이재오 의원·조경태 의원이 발언할 때마다 소속 당에서는 어김없이 ‘평지풍파’가 일어난다.
특히 이재오 의원과 조경태 의원은 각각 소속 당에서 ‘역린’에 해당되는 대상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난에 가까운 독설을 날린다는 점에서 정당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수 의견’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 의원의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이, 조 의원은 이른바 ‘친노’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 지난 3월 14일 본인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독설의 심정적 한계를 뛰어넘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날 이 의원은 “무슨 놈의 당이 1년 내내 ‘예’ ‘예’ 소리만 하나. 365일 중에서 하루라도 ‘통촉하소서’라고 해야지. 그 참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네”라는 강도 높은 글을 올렸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청와대 관계자들 및 새누리당의 모습을 정면으로 비난한 것이다. 이재오 의원의 거침없는 ‘직격탄’ 퍼레이드는 여기서 아직 멈추지 않는다.
이 의원은 이어 “(TV) 드라마에도 왕조시대 신하들이 ‘성은이 망극합니다’라고 하다가도 가끔씩 ‘통촉하시옵소서’ 하는 것을 못 봤나”라며 “위만 쳐다보느라고 목 좀 빠졌겠구만”이라고 비야냥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이 의원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철폐와 관련해 연일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발언을 계속 하는 데 대해서도 “날마다 받아 적기만 하면 되고 날마다 불러대기만 하면 되느냐. 받아쓰기 시험도 아니고”라며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니 힘도 들고 성과도 나지 않으니 갈수록 험한 말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아울러 이재오 의원은 “그만둘 사람을 놔두고 계속해서 묵으라고 하면 좋나. 허구한 날 돌돌 감싸는 것도 안 질리나”라고도 했다. 이 내용 역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즉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사퇴를 요구한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는 박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맹공을 펼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친노종북’ 핵폭탄 던진 조경태
조경태 최고위원의 경우는 최근 이른바 ‘친노종북’ 발언으로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 의원은 지난 3월 13일 “민주당 내 친노무현계 인사들과 종북(從北) 성향 인사들은 새정치민주연합과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당내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신당과 관련해 일부에서 판을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파는 세력과 소위 이석기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당내 세력인 '매노종북'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 이득과 목적을 위해 아닌 것처럼 따라와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그들 갈 길을 가야 한다. 만약 친노 진영이 통합신당에 합류하면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분파·분열적인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 같은 조경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특히 조 의원이 현재 민주당 내에서 최고위원직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당수 당내 관계자 사이에서는 “조 의원이 여권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수위의 폭탄 발언을 한 저의가 과연 무엇이냐”며 당황을 넘어 격분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조경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 내 여러 의원의 격렬한 성토가 이어졌다. 같은 날 최민희 의원은 조경태 최고위원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도대체 종북친노가 무슨 뜻인가. 종북 또는 친노냐, 아니면 종북 그리고 친노를 지칭하는 말이냐”는 비판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와 아울러 최 의원은 “아무런 개념도 규정하지 않은 채 일부 보수 세력이 만들어 놓은 야권분열 프레임에 빠져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비판 발언을 거듭 했다.
또한 최 의원은 “(조경태 최고위원의 이런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다. 거듭되는 조 의원의 행태는 기획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가 종북친노인지 밝혀 달라”며 “(이를 위해) 공개토론을 해보자. 종북이 무엇이고 친노가 무엇인지 종북친노는 또 무엇인지 따져보자“라고 제안했다.
또한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조경태 최고위원이 한 발언을 링크해놓은 뒤 “유치한 영혼이 측은하다. 불쌍한 영혼에 그냥 우스울 뿐”이라는 코멘트를 달아 강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3월 18일 조경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일종의 딱지 붙이기이며 큰 틀에서 보면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최문순 지사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조경태 의원의 발언은) 냉전 시대의 잔재이기도 하고 분열정치의 표현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문순 지사는 “정치란 국가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정책 대결을 하며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조 의원의 발언은) 사실 비난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국가나 정치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지난 3월 16일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조경태 최고위원과 이른바 친노 인사들 사이에 격한 고성과 반말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한길 대표 등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으로 현재 갈등 양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박·비노 중심축 되겠다는 야심 엿보여
이렇게 소속 당내에서 거센 충격과 반발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이재오 의원과 조경태 최고위원에게는 일종의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일단 이들은 이른바 소속 당내에서는 ‘사지(死地)’로 분류되는 지역구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췄다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 뿌리를 완전히 내린 정치인”이라며 “지난 18대 국회선거 때 문국현 의원에게 패한 적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보궐 선거를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이재오 의원은 이른바 ‘윗선’에 눈치를 안 보아도 되는 힘을 갖추게 된 것”이라며 “더욱이 6·4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그동안 조용히 지냈던 당내 친이 내지는 비박 세력을 결집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독설을 유용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조경태 최고위원 또한 이재오 의원 못지않은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 바로 조 최고위원은 야당에게는 ‘죽음의 땅’으로 꼽히는 부산 지역에서 유일무이한 3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는 점이 독보적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조경태 의원의 경우 당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야권에서 불모지로 손꼽히는 부산 사하구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내고 있다”며 “여기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에 당내 주류 정서에 아랑곳 않고 과격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과 조경태 최고위원은 특히 6·4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즉 각자 소속된 당내 역학구도의 변동으로 운신의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 현재 새누리당 내의 주요 강령으로 떠오른 ‘지방선거 중진 차출론’ 덕분에 날개를 새롭게 단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이어 남경필 의원도 경기도지사 출마 요구를 받아들였다. 원희룡 전 의원 역시 제주도지사 출마가 확실하다.
이렇게 6·4 지방선거에서 당의 명운이 걸린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들 ‘비박’ 의원들이 각광을 받고 동시에 여론조사 결과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들은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를 사실상 제치고 주도권을 거머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상황이 이러니 친이 내지는 비박계의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의 위상 또한 한층 올라가고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재오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호흡을 맞추며 강력한 ‘비박 연대’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안철수’라는 강력한 잠재 지원세력이 있다. 즉 조 최고위원은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이른바 ’비노 진영‘ 결집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3월 17일 오후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조 의원실을 찾아 약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