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상향식 공천’ 둘러싸고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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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지역 규정 내분 양상…여성우선공천 놓고도 갈등 증폭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상향식 공천’으로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도지사를 포함한 모든 선거 후보는 기본적으로 경선을 통해 확정된다. 이 때문에 한 달 내로 수천 곳에 이르는 경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이 때문에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대신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전지역에 대한 상향식 공천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전 의원의 경우도 최근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의 대원칙으로 천명한 ‘상향식 공천’ 방침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만만치 않은 애로사항을 호되게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을 여러 사정으로 현실화하지 못하는 대신,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장담해왔다.

상향식 공천 실현, 사실상 불가능?
이렇게 새누리당이 내세운 상향식 공천의 원칙은 2:3:3:2(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 비율에 의한 경선이다. 지난 3월 10일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대표는 “상향식 추천방식을 통해 후보를 공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의 근본 취지를 살려나가겠다는 뜻을 만방에 알린 것이다.

아울러 공천관리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략공천이나 100% 여론조사 방법의 공천 등은 없다는 것이 공천관리위원회가 추구하는 기본 방침”이라고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이렇게 호언장담은 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다름 아닌 “전략공천 및 100% 여론조사 방법의 공천은 없다”는 방침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내·외의 논란 또한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사실 새누리당 측의 주장대로 상향식 공천이 전 지역에서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당장 새누리당 당헌만 보더라도 완전한 상향식 공천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헌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취약 지역의 경우 예외적인 룰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쟁점은 ‘취약 지역의 경우 예외적인 룰’을 과연 어디까지 적용시킬 수 있느냐다.

최근 새누리당은 특히 제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을 취약 지역으로 선정해 ‘100%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예외적 룰을 적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제주 외에도 취약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으로는 인천·호남·세종·울산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13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제주도를 취약 지역으로 분류해 제주지사 후보 경선에 대해서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당내·외에서는“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격렬한 논란이 확산됐다.

‘특혜성 전략공천’ 논란 휩싸인 제주
이 같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이번 결정으로 제주지사 후보 물망에 오른 원희룡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원희룡 전 의원은 제주 출신이기는 하지만 사실 의정 활동을 포함한 정치 이력은 줄곧 서울에서 쌓아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제주 지역 경선에 대해 100%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인지도는 높지만 지역 기반이 거의 없는 후보자에 대해 ‘특혜’를 베푸는 전략공천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방침에 우근민 현 제주도지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월 15일 우근민 도지사는 보도 자료를 발표하고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루는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렇게 우근민 도지사가 후보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히며 현재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은 원희룡 전 의원·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김방훈 전 제주시장·양원찬 재외제주도민연합회장 등 4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계에서는 향후 우근민 도지사가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불출마를 선언할 지 여부를 놓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우 도지사가 4·3희생자 추념식이 끝난 다음 달 초순 무렵에 최종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정가에서는 “우근민 도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최근 제주도지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원희룡 전 의원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KBS제주와 제주도 내 다섯 개 언론사(미디어제주·제주의소리·시사제주·제이누리·헤드라인제주)는 19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해 3월 1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희룡 전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절반에 육박하는 48.5%를 기록해 다른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이 10.6%, 무소속 우근민 제주지사는 9.1%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정형화된 설문지에 의한 일대일 전화 면접(유.무선 병행)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0.23%다. 아직 지방선거를 3개월 남겨둔 시점이지만 이 정도면 가히 압도적인 득표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원희룡 전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새누리당에서 이른바 ‘중진 차출론’을 강조하는 와중에 원 전 의원이 경선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어 인지도가 크게 오른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주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는 후보 경선을 무난하게 마무리하게 되면 원희룡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이변이 없는 한 별 탈 없이 승리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제주 지역의 경우 원희룡 전 의원이라는 나름 ‘전국급’의 지명도를 지닌 인사가 ‘투입’되기 때문에 ‘왜 제주는 상향식 공천 예외 지역으로 두느냐’에 대한 시비가 최소화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다른 취약 지역의 경우 제주와는 달리 거센 논란에 휩싸일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했다.

 

▲ 여성우선공천 지역 선정 문제를 놓고도 새누리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여성우선공천 지역 선정 문제로 당 지도부와 공천위원회간 충돌 조짐까지 일고 있다. ⓒ뉴시스

경선 비용 문제도 부담
상향식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 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공천 심사 접수를 마무리했다.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25일까지 17개 광역단체장은 물론 226명의 기초단체장, 3,600여 명의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경선을 매듭짓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고작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끝내야 하는 일정이다. 그런데 공천 접수 결과를 보면 도내 시장·군수 및 광역·기초의원 공천 접수자 중 2인 이상 경쟁 구도가 형성된 곳은 무려 221곳에 이른다.

한 달이란 기간 동안 221곳의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사실상 엄청난 무리수라는 게 정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 같은 빠듯한 일정에다 상향식 공천에 따른 경선 비용을 두고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경선 비용 그 자체가 만만치 않다. 시장·군수 경선에서 선거인단 규모를 평균 1,000명으로 잡는다면 이 인원 가운데 절반인 국민선거인단 모집에만 2,000여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경선 등에 소요되는 여론조사 비용은 새누리당 당헌 상 경선 후보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공천 신청자는 이미 200만 원 가량의 공천 심사료와 당비를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중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특히 부담이 높은 곳에 대해서는 취약 지역으로 선정해 여론조사 100%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울러 상향식 공천 외에도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성 전략공천 사안에 대해서도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새누리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종로·용산·서초구, 경기도 과천·이천시, 부산시 중구, 대구시 중구 등에 대해 여성우선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또한 지난 3월 19일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경북 포항에 대해서도 여성우선공천 지역으로 추가 선정했다. 새누리당은 여성우선공천 지역에는 별도의 경선 절차 없이 여성 후보를 전략 공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새누리당의 방침에 대해 남성 예비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렇게 당내 남성 후보들의 집단 반발이 지속되자 지난 3월 20일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특혜 시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머지않아 여성우선공천 지역 후보자 재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급기야 지난 3월 20일에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규칙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미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최종 결정 권한 사안을 놓고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던 양측은 이번에는 여성우선공천 지역의 결정권을 놓고 격렬하게 맞붙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공천위원회가 보고한 여성우선공천 지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에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과 공천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크게 반발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당 지도부 간 내분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여성우선공천 지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남성 당원들의 반발이 커지는데다 “여성을 활용해 특정 계파 후보를 내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이 수습 대책으로 내놓은 공천 재신청 추진 움직임에 대해 여성 신청자와 국회의원·여성단체들이 “여성우선공천의 비율을 준수하라”며 적극 반발하는 등, 성 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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